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온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가 31일 KBS 1TV 단박인터뷰에 출연했다.

최근 나쁜 사마리아를 출간한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투자 적극 유치 등이 좋고, 이 이론이 통념처럼 돼 그냥 믿고 행동하는 것이라며 힘 있는 나라들이 그 쪽으로 몰고 가 후진국 입장에서는 저항하기 힘든 면이 많다고 밝혔다. 때문에 장 교수는 일방적인 선진국의 잣대 대신 후진국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70년대 선진국들이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도와주던 때가 있었다며 그때 후진국의 경제성장이 빨랐다고 말했다. 후진국에 맞는 정책이 당장은 선진국에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늘어나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

재벌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으로 재벌 옹호론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족 소유 같은 지배구조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 재벌이라는 다각화된 기업집단의 구조가 후진국 입장에서는 이 점이 많다며 재벌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신산업을 시작해 기존 산업에서 이윤을 끌어들여 투자해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벌의 잘못된 문제는 처벌하되 국민경제에 끼치는 결과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혀 재벌에 비판적인 국내 일반의 정서와 궤를 달리했다. 한편으로 그는 소위 우리나라에서 삼성한테 장학금 안 받으면 못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특정 재벌과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재벌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하지만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장 교수는 조금만 경영권 보호해주자고 하면 재벌편이라거나 재벌 규제를 외치면 좌파로 규정해 제대로 된 논쟁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IMF 10년째를 맞은 한국경제에 대해 장 교수는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기업투명성 등 좋은 면도 있었지만 고용이 불안해지고 사람들이 비관적이 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단기 이윤에 치중해 투자를 잘 안하는데다 은행들 또한 기업 금융 대신 소비자 금융에 치중해 투자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자본시장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투기성 자금 유출입 제약,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 은행들의 기업 경영 유도 등을 한국 경제의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비주류로 분류한 뒤 경제학을 비롯해 사회과학에서 주류의견은 왔다 갔다 한다며 6,70년대처럼 나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또 다시 주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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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11-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상식적'이어서 좋아요.
경제학 잘 몰라서 맞는지 안맞는지 감히 저따위가 평가할순 없지만,
장하준 책 읽으면 구구절절이 이해가 가던걸요. ^^

라주미힌 2007-11-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하준 교수의 책 재밌게 잘 읽었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냈다는 점에서 좋아하는데, 딱 하나가 걸리더라구요.
그가 '경제 성장의 맹목적성'에 함몰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가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이런 책을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한건가.. 경제학자라서... ㅡ..ㅡ; 하긴 그걸 연구하는 학문이니..
(재벌의 긍정적 역할은 저도 인정합니다 :-) 큰 사업은 덩치 좋은 놈이 해야죠. )

딸기 2007-11-02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 좋은데, 성장 자체를 너무 목적으로 삼고 있단 생각도 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