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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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더 인간답게 살게 하지 않으려 한다. 행복은 가진 자의 특권 같고, 가난한 자에게는 기회조차도 너무나 빈곤하다. 진보하는 문명이 인간의 삶까지도 진보 시키고 있다는 증거도 찾기 힘들어 졌다. 자본주의적 사고는 신앙처럼 삶 깊숙이 파고든다. 관심사는 나 자신이며, 외부의 문제는 외부로 돌린다. 그렇게 타자와의 분리, 무한 경쟁의 구도를 받아들임으로써 고립은 인류가 선택한 미래가 되었다. 수 많은 인간들 틈 속에서 자신의 영역표시를 위한 전투를 처절하게 치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패배는 언제나 약자의 몫인가. 가난과 질병, 배고픔… 누구는 비만을 걱정하지만 누구는 기아를 걱정한다. 지구 곳곳에서 불공평한 삶이 짓누르는 돗한 신음이 난다. 그렇지만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으며, 그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자들은 더더욱 흔치 않다. 이 책은 그 흔치 않은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을 담은 책이다. 천사는 아니지만, 인간의 얼굴을 하고서 사랑을 실천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1997년 9월 5일 마더 테레사는 생을 마쳤지만 그녀가 남긴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전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손을 내어 주는 사람들, 행복해지기를 도우면서 행복해지는 사람들, 인도 캘커타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감동이란 말은 너무 작은 의미의 단어가 된다. 현실은 더욱 절실하며 실존적 문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조건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실천의 가능성,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현실적 고민과 대안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미래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다.

“신은 당신을 매우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침묵과 공허가 너무 큽니다. 나는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기도할 동안) 혀를 움직이려고 해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원합니다.” 마더 테레사의 편지

마더 테레사가 겪었던 번민과 고통을 우리도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

만남과 이별, 사랑과 우정, 배려와 위로…
꼬깃꼬깃하게 접힌 주소와 연락처를 펼친 듯한 기억의 편린들에서 체온이 느껴진다. 그 기억을 나눔으로써 마음의 전이는 저절로 일어난다.
친구들의 앨범같은 이 책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소비 문명사회에서 소외된 인간, 상업 자본주의로 자리를 잃은 인간의 가치와 교감을 둘러볼 계기를 이 책에서 가져갔으면 한다.

니르말 흐리다이(Nirmal Hriday 순결한 마음)
그것(그곳)에 세상의 평화가 있음을 믿고 싶다.


사람은 가끔 눈물을 흘리며 살아야 합니다. 가끔씩은 눈물을 가로막는 둑을 터뜨려 주어야 합니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캘커타에서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 눈물을 아무 말 없이 받아 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2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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