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는 안타까움을 불러오는 사연을 안고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에 실존했던 프란체스코 첸치의 딸인 베아트리체 첸치(1577-1599)는 절세 미녀로 이탈리아에서 유명했다. 그러나 너무 아름다웠던 그녀는 14살 때 아버지에게 겁탈당하는 비극을 맞게 되고 이후 아버지에게 복수할 날만 기다렸다. 결국 평소에 아버지로부터 심하게 학대 받아오던 계모와 오빠의 묵인 하에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계모와 오빠는 아버지의 시신을 발코니 밖으로 던져버리게 된다. 그러나 결국 베아트리체는 체포되었고 시의 공무원들이 정당방위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사면을 무시하고 처형을 명했으며 재산을 몰수했다.

 

결국 그녀는 모진 고문 끝에 로마의 산 탄젤로교 앞에서 처형당했으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전 이탈리아의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처형 장면을 보고 있던 귀도 레니는 단두대에 오르기 직전의 베아트리체 첸치를 그렸다. 총명한 눈빛과 아름다움은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보여주는 청초함과 다를 게 없지만, <베아트리체 첸치>에는 사랑 이상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후에 <적과 흑>의 작가로 유명한 스탕달은 이 그림을 보고 심장이 뛰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스탕달은 이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데 1개월 이상이 걸렸는데, Elevated Mental Disease라고 불리는 이 병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는 순간적인 압박감이나 정신적인 충격을 일컫는다. 이 같은 증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는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을 생기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