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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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선형성은 과거라는 되돌릴 수 없는 차원을 등에 지고, 거의 모든 추억들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현재와 과거로 나뉘어진 시간의 간극에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리움은 애틋함으로 채워지고, 멈춰진 흑백사진처럼 각인된 그 시절의 그 느낌이 영원하리라 믿게 된다. 그래서 그것을 현실에서 되찾으려는 노력은 무모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변질이라는 실망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상실이라는 아픔을 줄 수도 있으니까. 서로는 서로의 과거를 공유할 수 있어도 현재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는 각각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이 책은 공산주의 사상이 자본의 사슬에 철퇴를 가하던 그 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소녀들이 기다란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소녀시대로 이끈다. 사실 위험한 과거로의 여행인 것이다. 저자가 맞이할 현재는 기대와 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소련의 침공, 동구권의 민주화, 유고 내전이 가져왔을 변화가 은근히 불안감을 준다. 소련의 무력침공, 전쟁이라는 참화 속에서 그들의 환경과 삶은 무참히 파괴되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자본의 물결을 타고서 타바리쉬의 대열에서 벗어나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반가운 친구들로 나타난다. 실망과 안타까움조차도 받아들이게 되는 친구인 것이다. 마치 나의 옛 친구들을 만나듯이 그 환희와 기쁨은 저자의 글솜씨로 부활한다. 그 감정은 개인에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었던 당대의 고민과 치열함도 함께 하게 된다.

민족, 국가, 사상을 초월한 프라하의 소녀들…
추억의 노트가 온전할 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 소녀들의 이야기에 감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애정을 고민하던 소녀들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도 환경도 침범할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할 영역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소녀여…
그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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