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에 손자를 잃은 팔레스타인의 60대 할머니가 폭탄을 몸에 지닌 채 이스라엘군에 뛰어들었다.

가지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23일 팔레스타인 여성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본인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이스라엘 병사 3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수상한 여성이 폭발물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기절시키기 위해 섬광수류탄을 발사했으나 자폭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하마스 계열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 카삼 여단은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임을 주장하면서 자살폭탄을 감행한 여성은 64세인 파티마 오마르 마흐무드 안 나자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손자를 잃은 절망 때문에 테러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이스라엘군이 그의 집을 폭격, 손자 한 명은 사망하고 또다른 손자는 다리를 잃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큰딸인 파세야는 “3주전 어머니와 함께 모스크(이슬람 회당) 집회에 참가하면서 순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할머니 자살폭탄 테러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인간방패’로 맞서는 등 가자지구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하지만 할머니까지 테러에 나선 데는 절박한 사정도 있지만 여성의 희생을 통해 테러의 효과를 높이려는 충격요법 전술도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부 오베이데흐 하마스 대변인은 할머니 폭탄테러 직후 “우리는 이미 적들에게 ‘놀라운 충격’을 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18세의 팔레스타인 소녀가 가자 북부의 베이트 하눈에서 침공작전을 벌이던 이스라엘군에 접근, 허리에 차고 있던 폭탄 띠를 터뜨려 자신은 죽고 이스라엘 병사 1명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베이트 하눈에서는 망토와 히잡을 쓴 여성 수백명이 모여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다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팔레스타인 민병조직이 자국 병사 1명을 포로로 잡아간 것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에서 대대적인 침공작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40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하마스는 지난 8일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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