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때 제보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고 오세요.”
‘황우석 사태 1년’ 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난 대학원생들은 대개 몸을 사렸다. 지난해 황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을 터뜨린 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실직한 마당에 가볍게 입을 놀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제보자 ㄹ씨는 문화방송(MBC)과 황교수팀이 줄기세포 DNA 검증을 둘러싸고 줄다리기하던 지난해 12월 신원이 밝혀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ㄹ씨는 “당시 회사측에서 사표를 쓰지 않으면 강제로 해고하겠다고 압박해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던 ㄹ씨는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생명공학과 관련한 임상 연구를 하고 싶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의 또다른 제보자이자 ㄹ씨의 부인도 일하고 있던 연구실에서 나왔다. 제보자 2명이 모두 실직 상태다.
정부가 지난 6월 만든 ‘연구윤리 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제보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담겨 있다. ‘(제보자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신원이 노출될 경우 제보자의 소속 기관과 함께 제보의 접수와 검증에 관계된 연구기관 및 연구지원기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제9조 4항이 그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가이드라인은 다음달쯤에나 발효될 예정이다. ㄹ씨처럼 제보에 의한 피해자에게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사자가 기관에 소송할 경우 참고 자료로 사용될 수는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기범 박사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ㄹ씨의 소속 기관인 원자력병원, 줄기세포를 검증한 서울대, 연구를 지원한 과기부와 교육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행정학과 박흥식 교수는 “내부 제보자가 없었다면 국가 연구예산이 계속 낭비됐을 것이므로 제보로 인한 사회적 이익은 상당히 크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든 취지에 맞게 정부와 사회가 제보자에게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