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는 일이 식당가는 빈도수처럼 빈번했던 시절이 있긴 했다.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이 생기면서 다른 세상 사람이라도 된 듯 극장 가는 일이 낯설어질 지경이 될 즈음 조조영화를 보는 기념비적인 행사를 치르며 내가 본 영화는 <300>이었다. 이미 한 번 본 동행은 흔쾌히 두번 보는 일에 동의했고, 전날의 음주여파로 무거운 눈꺼풀은 압구정 CGV의 한약맛이 나는 걸쭉한 정체불명 원두커피로 애써 치켜올렸다. 적어도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졸음을 매달고 있었단 이야기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삼각빤쮸 하나 걸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착한 몸매의 남자들이 떼로 나온다는 데 혹한거 맞다. 과도한 근육은 싫네, 마른듯하면서 보기좋게 잡힌 근육이 좋네 어쩌고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영화 속 남자들의 몸매는 퍼펙트 그 자체다. 오, 브라보!

영화가 불러으킨 정치적인 의미에 대한 의견은 <아포칼립토>때 만큼이나 분분한 듯 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런 것 자체가 좀 이해가 안간다. 관객들이 바보인가? 영화 한 편 보고 파쇼에 물들어 찬양하고 이 한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며 백인이 모든 인종중에 최고라고 고개 끄덕일까나? 기우라고 본다.

붉은 망토 휘날리며 날아다니는 남자들을 보느라 졸기는 커녕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내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왕비. 예쁘긴 하지만 숨이 멎을만큼 예쁜 것은 아닌, 외모로 모든 걸 승부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그 왕비. 하지만 그 왕비는 내가 봐온 왕비 중 최고로 멋졌다.

비열한 수컷을 단숨에 칼로 찔러서 해치우는 그 멋스러움이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칠뻔 했다. 수컷들이 활개치는 세상의 여자들이 그 왕비처럼 검술을 배우는 거다. 그래서 개념 탑재가 불가능한, 아랫도리만 곤두선 수컷들을 저렇게 처리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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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09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멋진 왕비를 저도 빨리 보고 싶군요.^^

기인 2007-04-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도 이거 잼있게 봤어요~ 반지의 제왕이랑 비슷한 인종적 구도가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읽히기도 하던데요 ㅎㅎ 근데 이게, 미국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작용할지 참...

이리스 2007-04-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흣, 막내리기 전에 극장에 가셔요~~
기인님 / 그쵸?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오로지 전쟁 장면과 몸만 보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그러니깐 기우라는 이야기. ㅋㅋ

마늘빵 2007-04-1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신탁녀가 젤 좋던데 =333

이리스 2007-04-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ㅋ 역시 너 다워.
 

목금토일월... 5일간 휴가.

금요일에는 사무실에 들러 두어시간 일을 처리할게 있어서 잠시 나갔다 옴.

목요일엔 여성영화제 가서 영화 한 편 보고, 간만에 네일샵 가서 네일 케어를!

금요일엔 사무실 나갔다가 점심 약속, 저녁엔 '하얀거탑' 작가와 새벽까지 술 펌.

토요일, 피곤을 무릎쓰고 일어나 백만년만에 조조영화 관람. 300! ㅋㅋ 그리고 쌀국수와 에그롤을 먹고 커피 한 잔.

두둥, 첫 발레 수업 가다. (내가 발레를 하게 될줄이야! 인생은 이래서 재미난 것)

발레 수업 후 저녁엔 부모님 댁으로~ 원희랑 놀아주고 다음날 아침 다시 발레 수업 가다. 헉헉.. 수업 끝나고 백화점 돌며 샤핑 해주시고.  끝내주는 스타킹 두 장 구입.

저녁엔 L 언니 생일 모임, 삼청동에 가서 파스타 먹고 벨기에 와플을 먹고 신나게 깔깔.


아, 그래도 아직 월요일이 남았다!!!

(청소해야 한다 -_-;;)

* 발레 수업이 생각보다 진도가 아주 빠른 편이라 따라가기 벅차다. 첫날부터 점프를 하질않나. --; 허벅지 안쪽이랑 복근이 당긴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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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4-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저 와플 먹고파요 ㅠ_ㅠ
발레 전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배웠는데 그 때 발시려웠던 기억밖에 ㅎㅎㅎ

이리스 2007-04-09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문제는 제가 파스타와 샐러드를 해치운 다음에 저걸 먹었다는 거죠. 폭탄같은 칼로리;;; 웅.. 발레는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ㅋ
앗, 그리고 주문은 알라딘이 자꾸 에러가 나서 못하고 있네요. 내일 다시 시도해볼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용!

Mephistopheles 2007-04-0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를....하신단 말씀이시죠....^^

antitheme 2007-04-09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부럽습니다.

그린브라운 2007-04-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플 정말 맛있겠네요 ^^ 발레복컷도 한 컷 올려주시면 멋지실 듯 ㅎㅎ ^.~ 분홍색 타이츠에 올백으로 올린 머리의 발레리나 모습 너무 좋아요 >0< 그렇게 입으시는 거지요??ㅎㅎ

이리스 2007-04-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이런;;; 부끄.... 럽사옵니다. 쿨럭~
안티테마님 / 흐, 그 전에 어찌 일했는지 알면 별로 안부러우실듯. ㅋ
다락방님 / 어멋, -_-;;;;
 

저저번주인가 우연한 기회로 '향수'를 보고서는 이후로 본 영화가 없었다.

그나마 '향수'도 작년말에 '수면의 과학'을 본 이후 처음 본 영화였다;;;;

어둠의 경로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극장엘 안가게 된 것.

해서, 바쁜 일들이 좀 끝난 요즘 영화를 보러 나서려는데 주변 사람들은 이미 볼만한건 다 본 상태.

므흣한 장면들을 봐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300!을 외쳤으나 모두 다 봤다는 답만.

결국 본 사람 또 보게 만들면서 내일 보러 간다. 친구를 600! 으로 만들면서. ㅎㅎㅎㅎㅎ

어제 서울여성영화제 가서 한 편 때렸고, 내일은 300 볼거고, 일요일엔 플루토... 를 볼거고 월요일엔 다시 여성영화제 가서 두 편 더 볼거다. 캬옷!!

23! 은 막 내렸나? 그것도 보고 싶은데. 이것도 주변 사람들은 다 봤다하구.

그럼 46!을 만들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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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0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0이래서 '타짜'가 되실려나 했습니다.

다락방 2007-04-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기인 2007-04-0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수면의 과학' 본 이후 처음 본 영화가 '향수'였는데..
300도 봤지요 ㅋ 300 강추!

이매지 2007-04-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나요 ㅎㅎㅎ
올해는 확실히 없는 것 같은. 진짜 언제 봤더라 ㅠ_ㅠ

2007-04-0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7-04-0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우웅? 그게 타짜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욤.. --;
다락방님 / ㅋㅋ
기인님 / 오오, 저랑 같군요~

이매지님 / 어머, 그러심 곤란해요. 데이트를 즐기셔야죵~ 극장에선 안하시남?
 



하라주쿠 거리에서 고릴라 발견. 흐음. 청담동의 그 녀석과는 좀 다르네요.



하라주쿠의 별다방 간판은 좀 색다른듯 하여 찰칵!



하라주쿠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간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떡하니 롯데리아가 있었죠!



요런 간판도 이쁘네요.



한 카페에서 녹차 케이크를 시켰더니 이렇게 가져다 주더군요. 이뻐서 찰칵~

여기서 이 케이크 먹으면서 지나가는 패션 피플들을 보며 정신없이 웃어댔어요. 아우,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을 못해. 그 엄청난 오버의 미학. ㅋㅋㅋ 우울할 땐 하라주쿠에 가세요!



거리를 막 빠져 나와서 이동하려는데 이런 인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찰칵..

알고보니 미용실 홍보하는 거였어요. ㅋㅋ



오모테산도, 청담동 명품거리 같은 곳이죠. 새로 리모델링 해서 오픈했어요. 여기도 역시 안도 타다오 선생께서 설계한 곳입니다. 내부는 인사동 쌈지길같은 구조에요.



바로 요로코롬 생겼죠~



입구에서 본 모습. 주말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앞 화단에는 꽃이 피어 있었죠.



접사모드 발동~~ ㅋ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벽화. ^^;



벽화 바로 옆에는 이런 풍경~



조금 걸어서 프라다 매장으로 이동.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몰카도 찍으려 했으나 이미 너무 돌아다녀서 탈진 ;;



마름모꼴의 창문이 규칙적이고 독특해요. 내부도 멋지다고. 엘에이에서 본 프라다 매장도 특이했는데 도쿄도 만만치 않군요. ^^;



롯폰기로 돌아와서,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찰칵~



자판기에서 발견한 귀여운 녀석!!



요렇게 웃고 있어요.. 아유 귀여워~



이런 디자인으로 자판기 안에 들어 있기도 하답니다.



이런 벽화도 그려져 있는 롯폰기 뒷골목~



여행의 피로함을 덜어주었던 아사히 생맥주. 삐루죠~ ㅋㅋ

아쿵, 너무 즐거웠던 도쿄 여행. 또 가고 싶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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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4-0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보면서..혹시..키플링..매장인가 했는데...
그러기에는 고릴라가 너무 실사판이군요...^^

이매지 2007-04-0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떠나고파요 ㅠ_ ㅠ

비로그인 2007-04-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나보다~ ^^ 재충전 잘 하시고 일터에서도 승리하세요 :)

이리스 2007-04-0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으흐, 고릴라가 귀여웠어욤.
이매지님 / 떠나세요! 밤도깨비 여행도 있잖아요~

체셔님 / 으흐,,, 감사합니다. *^^*
켈님 / 쿄쿄..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욤~~

비로그인 2007-04-0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이 이렇게 멋진 분일줄 몰랐다는!!! ㅋㅋ~

이리스 2007-04-0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쿨럭... 이거 이거 부끄럽게 왜 이러심까.. ㅋㅋㅋ
 



라멘을 먹고 나와 도쿄 미드타운으로 걸어가다가 선거 유세장면 목격. 찰카닥..



미드타운에 도착, 많은 인파를 헤치고 둘러보기 시작.



미드타운내 새롭게 오픈한 음반가게. 그 밖의 모든 시설들은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느라 거의 못찍음. -.- 오픈날에는 17만 명이 다녀갔다니. 쿨럭...



도쿄 사람들은 멍멍이를 좋아해~ 이제부터 멍멍이 시리즈가 이어짐돠. 저 간판은 도쿄 미드타운 안에 위치한 멍멍이를 위한 숍. 용품도 판매하고 맡아주기도 하고 미용도 하지욥.



미용사 언니들이 이쁘게 이쁘게 다듬어 주고 있어요.



아휴, 토실한 저 다리 라인!! 쓰윽, 만져보고 싶었어요.



미드타운 밖으로 나와 벚꽃기를 걷다보니 이런 앙증맞은 녀석들을 발견! 아유. 그냥~~



뜨어, 선글라스 쓴 네 마리 발견~ 우에에에~ 양 끝의 두 녀석, 뭔가 대화를 주고 받는것 같지 않아요? ㅎㅎ



저것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술관~



벌써 벚꽃이 핀 도쿄~



정말이지 일본으 모든 유니폼은 참 맘에 안들어요. 완전 촌시런 군청색이라니! 퀙~~



자, 이렇게 미드 타운을 뒤로 하고 하라주쿠로 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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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4-0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관 사진..가깝게 찍으신 건 없나요..??^^

이리스 2007-04-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이... 있긴 해요. --;;
켈님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