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이 엎어지고(미국탓이다) 

느닷없이 다른 일을 맡아 정신없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내 바닥이 참으로 낮구나 새삼스러울 것 없이 깨닫고 또 깨닫고  

그래도 얼굴에 철판깔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피딱지 굳기도 전에 또 헤딩하고 있다. 

다섯시간 이상 자고 살아봤으면 하는 한 주일이 지나가면서 극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오기를 부려 무리한 일정으로 공부까지 같이 해나가고 있다.  

결국, 몸은 고장이 나버렸고 학원에서는 과정 이수 테스트에서 떨어져 리핏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욕심이 스머프라는 별명처럼 나는 언제나 과욕형 인간이므로 이렇게 파닥거리며 사는게 어울릴지도. 

일도, 공부도, 우정도, 사랑도 모두모두 중요한데 어쩌란 말이냐! 

남들은 황금연휴라며 놀러갈 계획도 세우고 들뜬 모양인데 난 마감 걱정에 딴 생각이 안난다. 돈 굳고 좋은거, 라고 어거지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만들어 보려 노력중이다. 

비오는 프라이데이 나잇을 그냥 보내기 미안해서 기념으로 잭 다니엘과 아이스하우스, 호가든으로 밤을 불태워버렸다. 덕분에 새러데이 나잇에는 돈만 홀랑 내고 그 많은 와인 한 잔 입에도 못대고 시원한 생맥도 눈으로 구경만 하다 돌아와서 기절해버렸다.  

요즘 다시 느끼는 건데, 삶의 의외성은 이 지독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 같은 거다. 지루함이 패션의 죄악인 것과 같다.

그것이 좋은 쪽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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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4-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다니엘..호가든...제가 좋아하는, 그러나 지금은 마실 수 없는..술들이네요. ㅋㅋ -_ㅠ
맞아요. 중요한 게 너무 많은데 시간도 없고, 몸은 하나라 늘 고민이죠.
그래도 욕심이 없는 사람보다 욕심 있는 사람이 현재는 힘들어도 미래에는 웃게되는 것 같아요. 마음을 미래에 두시면 좀 힘이 나지 않을까요? ^^

이리스 2009-04-27 19:57   좋아요 0 | URL
이크, 어쩐지 염장 포스팅이 된듯한;;
네, 마음을 미래에 두어보겠습니다. 나아지겠죠! :)

kimji 2009-04-2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가든.. 은 저도 벌벌 떨립니다;; 크헉;;

이리스 2009-04-27 19:58   좋아요 0 | URL
으하... 그언젠가 호가든을 배터지게 --; 드실 날이..
^_^
 

 

스트레스에 쩔어 노화 촉진중인 나를 가엾게 여긴 하늘이 

크나큰 선물을 내리셨으니... 

 

오, 알흠다운 꽃미남께서 내게 와인을 따라 주셨다. 

므흣한 마음으로 홀짝이며 담소를 나누던 중 대화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88 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나이를 물었더니 

아니란다.  

 

1990년에 태어나셨단다. 

입안에 머금고 있던 와인을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1990년대에 태어난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와인을 마시고 게임도 했다고 하자 

동년배 녀성분들이 모두 불을 뿜으며 하악하악. -_-;; 

 

외계인이라도 본듯한 우리의 호들갑은, 그러니까 

늙었다는 증명. 

 

하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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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4-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시여~ 2

이리스 2009-04-20 20:41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핫~~ ㅎㅎ
 

꽃비 내리는 그 어딘가에서 낮술을 홀짝이고 싶은데 

그럴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고..  

 

사람 앞일 참 모르는 것이긴 한데 

난데없이 부천과 분당을 주구장창 오가는 일이 생겨서 당황스럽고 ..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봄바람에 마음을 실어 보내려고 

와인과 재즈에 지친 몸과 마음을 푹 담갔던 주말이 다 갔습니다.  

 

* 어제 모처에서 타로점을 보았습니다. 그 점괘대로 된다면 죽어도-_- 여한이 없을텐데말이죠. 노력해야지,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뭔가 노력이랍시고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리라 믿고 그 옛날의 나처럼 다시 그렇게 돌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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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4-1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는 맥주와 재즈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ㅎ
이리스님이 바라시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될꺼예요!

이리스 2009-04-12 20:40   좋아요 0 | URL
주말이 행복하셨겠어요.
저는 지난주 말로 콘서트에 이어 이번주말도 재즈 라이브로 연짱~
잘 되길 바라주셔서 감사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소주에 몸을 푹 담궜습니다. ^^

이리스 2009-04-12 22:11   좋아요 0 | URL
으하~ 화끈하셨겠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2 22:17   좋아요 0 | URL
아 이젠 옮겨타 경주법주에 담그고 있습니다.

이리스 2009-04-12 22:22   좋아요 0 | URL
어우어어.. 경주법주..
저도 일잔 주세열~~ ㅋㅋㅋ
 

 

 

 

 

 

 

 

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

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

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

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

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

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

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

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

(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

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

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

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

간다
 
 
*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시집을 읽고 지낸다. 사람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형태로 구겨져 실린 버스 안에서 용케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시집을 펼친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시집으로 구원받는다. 다 자란 삼십대는 여전이 아픈 사랑이 올 것을 믿으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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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9-03-3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며칠 전에 이 시 일기에 적었었는데 깜놀햇네요ㅎㅎ 몸으로는 아직 4,5년 남았으나 이미 마음은ㅠ

이리스 2009-03-30 15:3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몸도 마음도 ㅎㅎㅎ
깜놀할 일이 의외로 종종 있는 세상이더라구요~ ^^;

마늘빵 2009-03-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는 제2의 사춘기... -_ㅠ

이리스 2009-03-30 15: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럴지도 몰겠수.

무해한모리군 2009-04-1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한달에 한권을 읽어내는 시집
이번달은 이녀석입니다.

이리스 2009-04-12 19:38   좋아요 0 | URL
한달에 한권이면 일년에 열두권!!
^_^
 

인터넷 검색으로 안되는 일을 찾는게 더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하지 않는 바도 노출되는걸 막을 방도가 없다. 의도하지 않은 노출을 일일이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프다는 걸 안다.  

어쩌다보니 최근들어 몇 건의 연락이 닿았다. 모두, 지나간 인연들이다. 그것도 오래전에(그러니까 한 5년은 족히 지나고 남음). 처음엔 그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묘하게 심사가 뒤틀리는 구석이 있다. why? 라는 부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왜 지나간 인연의 흔적을 찾아내어(내가 무슨 원하지 않아도 소식을 들려주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아닌데) 연락을 하며, 왜 걱정을 하는지?  걱정의 기저는 자기는 잘 사는데 나는 힘들어 보여서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짝을 만나 2세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응당 박수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할 일이라는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쪽에게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니란 이야기다.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둥 하는 대사를 읊어댈 나랑 가족관계에 해당하는 상투 튼 노인도 아니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많이. 

결론은 하나 같이 나의 행복을 빌고 미안한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행복을 빌어주는 건 고마운데 미안한 감정으로 행복을 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런 말을 지금 내게 굳이 전하는 이유는 또 뭐고.  

헤어지면서 상큼발랄한 감정을 가질 연인이 있기는 한가? 경중을 따질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내내 그렇게 오래도록 미안한 마음이 남을 이별이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과에, 걱정에, 행복이라니! 이게 무슨 신파 삼종셋트인가?  

그 연락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되짚어보니 그 출발이 우월함에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발끈했다가 역으로 생각해보니 나도 그 누군가에게 말도 안되는 우월함을 갖고 착각으로 지은 새로운 관계도 안에서 그 비슷한 유치한 행동을 했던 때가 있었다.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일이다.  

원수진 거 아니니 연락하는게 화날 일도, 그 자체로 어이없을 일도 아니지만 웬만하면 결혼해서 애들 낳고 살면서 지나간 인연에게 연락해서 미안하니, 행복을 빌고 있다느니 하는 말을 굳이 직접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진심으로 기원해주면 안되려나? 

어차피 추억은 각자 따로 쓰고 따로 간직하는 것 아니던가.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 기억 속의 마지막 모습에서 점프컷으로 이동해 유부남 애아빠가 된 모습으로 대체하고 싶을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는지?  

각자 자기가 택한 삶을 잘 살아가는게,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게 가장 바람직한거 아닌가. 과거에 대한 예의이며 현재에 대한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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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랖이 넓어 슬픈 짐승이 바로 인간이라는 소문이 있더군요..

가정까지 꾸리고 옛 연인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이리스 2009-03-26 01:41   좋아요 0 | URL
나에게 분을 품은채 저주를 퍼붓고 있는 -_-;것보다는 백배 낫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

무해한모리군 2009-03-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지만 사랑이 식은 그 순간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세상에서 없어지는 거지요.
더 행복한 삶은 많지 않은거 같아요.. 다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고 살고, 하나를 얻으면 놓치는게 있고..
오늘 아침은 비도 오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있고 전 그래서 행복한 중입니다. 이리스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

이리스 2009-03-26 10:0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렇게 소멸되는 것 같네요. 행복의 잣대로 보면 뭐 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생각해요. :)

비오고 차 막혀 택시까지 탔건만 지각이구요. 하필 요런 타이밍에 영국에서 상사가 전화해서는 지각한거 딱 걸리고.뭐 그냥 웃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