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라손'이라는 게 뭘까.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도의 몰입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음악+나+파트너 간의 일체감, 타아의 경계가 지워지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을 꼬라손이라 한다면, 선승이 좌선명상 끝에 도달하는 삼매의 경지 또한 꼬라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꼬라손이라 한다 해도 그 스케일에 있어서 선승의 꼬라손은 대자연과 통정하는 가히 전우주적 꼬라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런데 이런 기분은 일방적인 환상일까? 여기서도 역시 '성관계는 없다' 는 명제가 적용되는 걸까? 아니면 상호동시적으로 촉발되는, 상호생성되는 감각인 걸까?
아르헨틴 땅고에서 가장 흥미로운 용어는 '꼬라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르헨틴 땅게로스들이 이 꼬라손을 몹시 중요하고 각별하게 여기면서 노래가사에서든 어디서든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윙도 제대로 삘받아서 한 시간 남짓 쉬지 않고 미친듯이 추다보면 정신 상태가 약간 서로의 꼬라손이 느껴진다고 할 만한 지점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스윙에선 여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부여된다거나 특별한 용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땅고에서는 이것이 '언표화'되어 있고, 이 언표가 생산해내는 담론들이 매우 풍성하다. 재미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