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출 때 팔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척추를 곧게 세운 상태로 상체 프레임을 늘 견고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반면에 다리는 언제나 자유롭고 가볍다. 하체가 매순간 격렬하게 요동치는 동안에도 상체는 차분하고 고요하다는 것. 그렇게 정중동 동중정을 유지하며 흐르는 선율에 파트너와 함께 몸을 합치시키는 것. 이런 방식이, 춤 출 때 대단히 명상적인 기분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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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이란 데는 참, 한 번 들어가면 세상에 무슨 이런 동네가 다 있나 싶다가도 빠져나와 돌이켜보면 일장춘몽이 따로 없구나 싶다. 그랬다가 다시 들어가면 역시 또 지구상에 무슨 이런 데가 다 있나 싶고. 한 번씩 큰맘 먹고 입수할 때마다 매번 심신이 새로운 스타일로 리셋되는 기분이 들면서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발기하는, 현실과는 완벽하게 다른 차원의 세계. 이곳에 있을 때 만큼은 이곳에서 흘리는 땀과 눈물만이 생의 진경이자 정수라는 확신이 드는, 그런 기막힌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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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출 때 극도로 집중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좋다. 뇌세포가 싱싱해지는 기분. 청각과 촉각이 최대치로 민감하게 열린 상태에서의 심취, 집중, 몰입- 이런 상태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 춤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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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느낀 건데 탱고는 반드시, 반드시 음악에 맞춰서 춰야 할 거 같다. 땅고 음악에 맞춰서 춰야 그 춤이 비로소 땅고인 것 같다. 음악에만 정확히 맞으면 패턴이 화려하지 않아도 완성된 춤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음악하고 따로 놀면 그건 뭐 캬바레에서 부둥켜 안고 추는 거랑 다를 게 뭔가. 노엘리아가 <라 뚜뿡가띠나> 곡에 맞춰서 발동작 하는 거 보면 눈물 난다. 너무 예뻐서. 빠사다도 음악에 맞춰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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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손'이라는 게 뭘까.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도의 몰입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음악+나+파트너 간의 일체감, 타아의 경계가 지워지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을 꼬라손이라 한다면, 선승이 좌선명상 끝에 도달하는 삼매의 경지 또한 꼬라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꼬라손이라 한다 해도 그 스케일에 있어서 선승의 꼬라손은 대자연과 통정하는 가히 전우주적 꼬라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런데 이런 기분은 일방적인 환상일까? 여기서도 역시 '성관계는 없다' 는 명제가 적용되는 걸까? 아니면 상호동시적으로 촉발되는, 상호생성되는 감각인 걸까?
 
아르헨틴 땅고에서 가장 흥미로운 용어는 '꼬라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르헨틴 땅게로스들이 이 꼬라손을 몹시 중요하고 각별하게 여기면서 노래가사에서든 어디서든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윙도 제대로 삘받아서 한 시간 남짓 쉬지 않고 미친듯이 추다보면 정신 상태가 약간 서로의 꼬라손이 느껴진다고 할 만한 지점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스윙에선 여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부여된다거나 특별한 용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땅고에서는 이것이 '언표화'되어 있고, 이 언표가 생산해내는 담론들이 매우 풍성하다. 재미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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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5-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여자친구가 절 mi corazon 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영어로 치자면 sweetie, honey 같은 말이겠지만 mi corazon이 어찌나 달달하던지..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심장이 터졌을 거에요.

수양 2015-05-24 11:00   좋아요 1 | URL
동성에게 들어도 두근거릴 만한 최고의 찬사인 걸요! 꼬라손 꼬라손 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뭘 좀 아는 거 같아요...

오쌩 2015-05-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라손이란게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랑 비슷한건가요
극도로 힘든 상태에서 33km지점 정도에서 대량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쾌감을 느끼는....

수양 2015-09-13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이게 뽕맞는 기분(?)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근데 또 이렇게 말하기에는 꼬라손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거 같아요... `영혼`이라는 의미도 있고 때로는 `영혼의 통정`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겨우 올봄에 땅고 입문한 걸요. 한 2~3년은 춰봐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