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라손'이라는 게 뭘까.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도의 몰입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음악+나+파트너 간의 일체감, 타아의 경계가 지워지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을 꼬라손이라 한다면, 선승이 좌선명상 끝에 도달하는 삼매의 경지 또한 꼬라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를 꼬라손이라 한다 해도 그 스케일에 있어서 선승의 꼬라손은 대자연과 통정하는 가히 전우주적 꼬라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런데 이런 기분은 일방적인 환상일까? 여기서도 역시 '성관계는 없다' 는 명제가 적용되는 걸까? 아니면 상호동시적으로 촉발되는, 상호생성되는 감각인 걸까?
 
아르헨틴 땅고에서 가장 흥미로운 용어는 '꼬라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르헨틴 땅게로스들이 이 꼬라손을 몹시 중요하고 각별하게 여기면서 노래가사에서든 어디서든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윙도 제대로 삘받아서 한 시간 남짓 쉬지 않고 미친듯이 추다보면 정신 상태가 약간 서로의 꼬라손이 느껴진다고 할 만한 지점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스윙에선 여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부여된다거나 특별한 용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땅고에서는 이것이 '언표화'되어 있고, 이 언표가 생산해내는 담론들이 매우 풍성하다. 재미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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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5-05-23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여자친구가 절 mi corazon 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영어로 치자면 sweetie, honey 같은 말이겠지만 mi corazon이 어찌나 달달하던지..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불러줬으면 심장이 터졌을 거에요.

수양 2015-05-24 11:00   좋아요 1 | URL
동성에게 들어도 두근거릴 만한 최고의 찬사인 걸요! 꼬라손 꼬라손 하는 걸 보면 정말이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뭘 좀 아는 거 같아요...

오쌩 2015-05-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라손이란게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랑 비슷한건가요
극도로 힘든 상태에서 33km지점 정도에서 대량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쾌감을 느끼는....

수양 2015-09-13 09:09   좋아요 0 | URL
저도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이게 뽕맞는 기분(?)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근데 또 이렇게 말하기에는 꼬라손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거 같아요... `영혼`이라는 의미도 있고 때로는 `영혼의 통정`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겨우 올봄에 땅고 입문한 걸요. 한 2~3년은 춰봐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