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tranger By The Lake (호수의 이방인)(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trand Home Video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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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에선 악기들만 파는 줄 알았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영화관이 있는 줄도 몰랐다. 훌륭한 친구를 둔 덕분에 <호수의 이방인>라는 프랑스 영화를 거기서 봤다. 영화는 사실 평범했다. 에로스와 섹스, 폭력과 살인, 도주와 추격으로 흘러가는 전형적인 3류 스릴러. 그럼에도 이 영화가 결코 스테레오타입에 머물 수 없는 결정적 지점은 공간적 배경 설정에 있었다. 사건이 펼쳐진 호숫가는 남성 전용 누드비치로 등장인물들이 경찰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가벗은 남자들이었던 것.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고 식상하기까지 한 줄거리가 퀴어적 설정 아래 낯설고 신선한 이야기로 변모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익숙한 성역할 체계가 전도된 가상 사회를 설정하여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페미니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 황금가지)을 연상시킨다. <이갈리아의 딸들>의 퀴어 버전 쯤 되려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고전주의적 구도로 잡아내되 그것을 점묘법이라는 새로운 화법으로 묘사함으로써 미술사에 길이 남을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이 영화의 예술적 성취는 아마도 그 즈음이라고 생각된다.

 

호수의 이방인은 누구일까. 평화로운 호숫가에 난데없이 나타나 살인을 저지른 옴므파탈 사이코패스인가. 살인이든 동성 섹스든 누드비치 그 세계 나름의 질서에 권위를 위시하며 함부로 간여하는 경찰인가. 아니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기이하고 색다른 영화적 체험으로 받아들인 나 자신인가. 아, 솟구치는 질문들로 머릿속이 기분좋게 헝클어지는 이런 퀴어 영화가 앞으로 더욱 더 많이 나오기를. 모두가 식상해져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나오기를. 모두가 식상해져버리는 순간 퀴어 영화는 더 이상 장르로서의 의미를 잃고 사라져 버리겠지만, 사실상 퀴어 영화의 최종목표는 자기소멸,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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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정지영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루커스엔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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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고나서 난데없이 소설 <칼의 노래>의 이순신이 떠올랐다. <남영동 1985>의 이근안과 <칼의 노래>의 이순신은 숭고미마저 느껴지는 극단적인 충직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놀랍게도 겹쳐진다. 그들(무인들이라고 해야 할까)은 근본적으로 세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데카르트처럼 회의하지도, 사르트르처럼 구토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세계 자체에 대해서 무심하다. 그것이 뼛속 깊은 무력감과 냉소를 동반하는 무심함이든, 순수한 무지에서 비롯한 무심함이든. 내가 왜 <칼의 노래>에 완전히 빠져들 수는 없었는지, 무사가 칼을 휘두르듯 쳐내려가는 그 짧은 호흡의 문장들이 왜 끝내 껄끄러웠는지,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확실히 알았다. 그들에게는 신경증자의 불안 같은 게 없다. 설령 있더라도 그것은 자기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다. 아, 그러고 보면 불안이란 얼마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2 고문을 비롯한 신체형이 퇴조하고 그를 대신하여 감금형 및 노동형이 등장했던 게 근대 이후 유럽의 새로운 처벌 문화였음을 떠올려보면, 한국은 80년대에도 여전히 근대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무늬만 근대인 나라였던 셈이다. 영화가 이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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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지민 감독, 지민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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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를 쳐도 네이버 연관검색이 되질 않는 비운의 EBS국제다큐영화제가 오늘 조용히 막을 내렸다. 몇 편 못 봤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은 작품은 지민 감독의 <두개의 선>. 영화는 동거 중인 커플 사이에 갑자기 아기가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삶의 새로운 국면들을 경쾌하게 그러면서도 문제적으로 보여준다. 결혼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다큐이면서 동시에 감독 자신의 소중한 출산 기록이기도 한 이 작품을 본 소감이 마냥 개운치만은 않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일수록 오히려 제도가 요구하는 표준적 삶의 형태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다큐'라는 매체가 '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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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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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여운에 비해 줄거리는 단순하다. 에바라는 여자에게 케빈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던 이 아들이 결국 사이코패스로 자라나 가족과 이웃까지 살해한다는 내용. 자식을 사이코패스라는 극단적 인격으로 설정함으로써 모성이데올로기의 자명성을 비틀어보고 있는 거라는 영화평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가 야릇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뭔가 그 지점을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케빈은 에바 자신의 몸속에서 나온 끔찍한 타자다. 자기가 만들어낸, 자기나 다름없는, 자기로부터 세포 분열되어 나온, 괴물 같고 악마 같고 미치광이 같은 타자.

 

영화는 케빈과 에바가 교도소 면회실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은 갈등의 해소라기에는 석연치 않고 오히려 뭔가 기묘한 공모관계 같은 인상을 준다. 케빈은 감금되었고 에바는 드디어 케빈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이 둘은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밀실에서 부둥켜안게 될 것이다. 케빈은 사회적으로 금기/감금시킨 채 평생을 은밀하게 돌보아야 할 에바 자신의 끔찍한 타자성의 상징이 아닐까. 케빈이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잔학무도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영화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케빈은 감당할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 완벽한 타자일 뿐이다. 영화가 에바의 시점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원제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라고. 우리는 확실히 우리들의 케빈에 대해 말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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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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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분은 너무 짧다. 이런 건 좀 tvn에서 16부작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주면 안 되나. 전편 사수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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