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가 주는 여운에 비해 줄거리는 단순하다. 에바라는 여자에게 케빈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괴팍하기 이를 데 없던 이 아들이 결국 사이코패스로 자라나 가족과 이웃까지 살해한다는 내용. 자식을 사이코패스라는 극단적 인격으로 설정함으로써 모성이데올로기의 자명성을 비틀어보고 있는 거라는 영화평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가 야릇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뭔가 그 지점을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케빈은 에바 자신의 몸속에서 나온 끔찍한 타자다. 자기가 만들어낸, 자기나 다름없는, 자기로부터 세포 분열되어 나온, 괴물 같고 악마 같고 미치광이 같은 타자.

 

영화는 케빈과 에바가 교도소 면회실에서 서로를 얼싸안으며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은 갈등의 해소라기에는 석연치 않고 오히려 뭔가 기묘한 공모관계 같은 인상을 준다. 케빈은 감금되었고 에바는 드디어 케빈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이 둘은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밀실에서 부둥켜안게 될 것이다. 케빈은 사회적으로 금기/감금시킨 채 평생을 은밀하게 돌보아야 할 에바 자신의 끔찍한 타자성의 상징이 아닐까. 케빈이 무슨 생각으로 그토록 잔학무도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영화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케빈은 감당할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 완벽한 타자일 뿐이다. 영화가 에바의 시점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원제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라고. 우리는 확실히 우리들의 케빈에 대해 말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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