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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하는 동안
캣 코이로 감독, 케이트 보스워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 말미에 여주인공은 남편도 내연남도 선택하지 않고 홀로 떠나지만, 그녀가 한 달 안에 남편한테 다시 돌아온다는 데 열 손가락 건다.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배짱과 능력이 있다면 애당초 저런 남자랑 결혼하지도 않았겠지. 그러고 보면 어떤 남자랑 결혼했는가 하는 것은 그 여자의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좋으리라. 저 여자가 정말로 선호하는 그리고 확보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끝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평생을 어떤 결핍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저 여자의 그릇은 어떠하며 가장 은밀한 욕망의 속살은 어떤 모양인지.
여주인공의 쓸쓸한 마음이 매우 이해가 잘 되었으므로, 이해가 잘 된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슬펐다. 그런 심리가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흔하고 시시한 종류라는 게 이 영화를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나마 저 여자보다 내게 약간 더 희망적인 구석이 있다면, 나는 남편에 대해서 저 여자보다는 좀 더 연민을 느끼고 있다는 거 정도일까. 비록 줄거리 자체는 통속적이지만 영화 내내 잔잔한 기저음을 이루는 여주인공 할머니의 육성이 영화를 삼류 멜로에서 건져 올렸다. 고혹적인 케이트 보스워스와 그녀의 단정하고 깔끔한 패션 그리고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