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특별한 이유없이 아플 때는 심리적인 요인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인간은 이득에 따라 행동하므로 자신이 아플 때 무언가 얻는 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아플 수 있다. 실상은 힘이 없어서 아픈 게 아니라 힘을 발휘한 결과로 아픈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은 타인을 괴롭히기 위해 아프기도 하고(복수), 어떤 사람은 지속적으로 주위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 아프다(생존 전략). 삶의 의지란 얼마나 놀라운가. 아픈 사람 만큼 주위를 힘들게 하는 건 없지. 그리고 어쩌면 아픈 사람이야말로 바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열심히 살자. 열심히 산다는 것은 피터지게 사는 것도, 아등바등 사는 것도 아니다.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력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새싹들이 그 연하디 연한 정수리로 겨우내 얼어붙은 흙을 깨부수고 기적처럼 돋아나는 것이다. 낮잠 자고 일어난 고양이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온 힘을 다해 척추를 늘려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천성대로 열심히 살자. 위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술을 퍼마시고 폐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담배를 피우고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고 머리털이 한 줌도 남지 않고 다 빠져버릴 때까지 사유하고 전 세계의 골목길을 산책하자.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아파하고 더 곰곰이 생각하자. 우리가 어린 씨앗이라면 최선을 다해 피어나 만발하자. 그리하여 더없이 찬란해지자. 그렇게 우리는 우리 식대로 이 황홀한 세계를 만끽하자. 그리 되었을 때 우리는, 특히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5년 전에 친구한테 이런 편지를 보냈었는데, 한참 잊어버리고 살다가 우연히 인터넷 어느 구석에서 찾아 다시 읽어보니 아니 이건 미래의 나에게 쓴 글이었잖아 역시 나의 선견지명이란. 친구여 그러나 번복할 것이 하나 있는데 술 담배 만큼은 이제 (살짝) 줄이기로 하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해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 이 아름다운 세계를 최대한 오래도록 누려야 하지 않겠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1-05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급할 때는 조개가 제 껍데기 안으로 얼른 몸을 감추듯이 내 속에 숨어있으면 좋다. 내 속은 언제나 안전하지. 왜냐하면 내 속에 대해서라면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속에 대해서라면 나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나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이 검은 비닐봉지 같이 좁고 어둔 속에서 당분간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기다가는 뭘 써도 광대짓일 뿐이구나. 이곳은 언제나 나의 날시즘을 환상적으로 충족시켜주므로 내가 가장 애정했던 공간이지만 돌아보면 늘 궁상맞은 광대짓일 뿐이구나. 성형술에 가까운 자기편집- 그리하여 '쓰지 않은 것'들과 '쓴 것'들을 조합해보면 온통 모순과 부조리로 점철된 민망하고 애처로운 공간. 그럼에도 내가 이 블로그를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든 이곳에 다시 와서 스스로를 쾌활하게 조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1-26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8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년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쪽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 안을 헤매이며 끊임없는 지복을 얻고 하여튼 책의 세계는 내가 만나본 그 어떤 세계보다도 질리지 않는 세계 같다. 신체적 능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정처없이 무언가를 읽어나가고 싶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5-07-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보니 1위분야가 시더라구요.아주 맘에 들었

수양 2015-07-03 10:30   좋아요 1 | URL
겠는 걸요. (문장을 완성해야 할 거 같은 강박 ㅋㅋㅋ)
알라딘이 여름마다 우리를 즐겁게 해주네요^^
그나저나 백만 불짜리 프로필 사진이지 말입니다.

yureka01 2015-07-03 17:52   좋아요 0 | URL

문장 완성.ㅎ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