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저녁을 여동생네 집에 가서 먹었다.
하지만 얻어먹으러 간 건 아니고 평소에 늘 밥을 얻어먹는 내가 오늘 봉사한 날이었다고나 할까?
김밥재료를 한 가득 사가서 김밥을 열심히 말았다.  나 혼자....
모처럼 친정어머니랑 여동생이랑 나랑 세 모녀가 아이들과 함께 맛나게 먹었다.
근데 내가 열심히 김밥을 말고 있는동안 친정엄마는 잠시도 가만히를 안 있는다.
내내 빨래 개고, 아이들 어지른 것 치우고, 설겆이하고....
하긴 언제나 그렇다.
가끔 우리집엘 와도 뭔가 일거리가 보이기만 하면,
아니 안 보여도 찾아서 한다.
그러지 말고 딸집에 왔으면 앉아서 좀 쉬라고 해도 이게 뭐 일이냐 하시며 늘 움직이신다.

근데 우리 시어머님
아주 가끔이지만 우리집에 오시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신다.
뭐 그게 불만은 아니다.
시어머님이 자주 오시는것도 아닌데 모처럼 아들집에 와서 앉아서 계신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손주들이랑도 놀고....
게다가 평소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가 나를 부려먹느냐 하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일하고 와서 피곤한데 늘 앉아서 쉬어라 하신다.
말로만 그러시는게 아니고 정말로 막 부엌에서 내쫒으시며 당신이 직접 밥이며 설겆이며 다 하신다.
평소 잠시도 가만히 못있으시고 늘 움직이신다.
내가 궁금한 건 그렇게 움직이시며 뭔가를 하시는 분이 우리집에 오시면 정말 가만히 잘 앉아 계신다는거다.

근데 우리 친정엄마도 보면 같이 간적은 몇번 안되지만
남동생네 집에 가면 딸집에 간 것 같이 일을 많이 하시지는 않는다.
한 50%정도랄까?

이게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차이인가?
난 그냥 뭐 이정도로 생각했었다.

근데 오늘은 궁금해서 그냥 친정엄마 한테 여쭤봤다.
왜 아들집에 갔을때랑 딸집에 갔을때가 다르냐고.....
그랬더니 울 엄미 말씀하시길....

"며느리는 어려워서 그렇지. 며느리 살림인데 막 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조심스러워서 그런거다."

갑자기 우리 시어머니가 이해가 되었다.
비밀이 풀린거라고나 할까?
시어머니도 내가 어려우셧던 거구나....
내가 시어머니가 어려운만큼 말이다.

사람의 관계란 참 미묘하고도 조심스럽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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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1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해가 잘 갑니다. 어머니 멋져요^^

꿈꾸는섬 2006-10-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친정엄마 여기저기서 일거리 찾으시는데 시어머니는 안그러시죠. 며느리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러신 분들도 꽤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어머님이랑 비슷하시네요^^

바람돌이 2006-10-1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저도 꽤 나이도 먹었고 이제쯤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더라구요. ^^뭐 모든 시어머니가 그런건 아니겟지만 그래도 이제 더 잘 시어머님이 이해가 가네요.
꿈꾸는 섬님/님의 어머님도 비슷하신가요? 시어머니 잘 만난 행복한 며느리라고 해야겟죠? ^^

책읽는나무 2006-10-1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민이를 주말마다 우리집에 데려다주고 일요일에 다시 데려가는 일을 계속 반복하시는 울친정엄니! 우리집에서 정말 한시도 가만히 안앉아계시더라구요.엄마가 오시면 또 청소하실까봐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아도 엄마 눈에는 지저분해보이는지 쓸고,닦고 하십니다. 심지어는 베란다바닥도 걸레질을 하셨다는~~~ㅡ.ㅡ;;
돌아가신 시어머님도 친정엄니보다 더 깔끔하신 성격탓에 항상 쓸고,닦고 하셨더랬죠..예전에 시누이네집에서도 항상 쓸고,닦고,버리고 하시는 것을 보았었는데 우리집에서는 안그러시더군요..
전요 어떤 생각을 했었냐면요! 울엄마는 주방용품을 엄마가 일일이 정리해서 치워주시는데 왜 어머님은 정리를 안해주실까? 혹시 귀찮아서? 며느리물건 함부로 건드리기 싫어서? 이두가지를 놓고 고민했지만 전 전자쪽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어요.
헌데 님의 어머님 말씀을 듣고 보니 후자쪽이 맞군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껄~~ 후회가 이네요..ㅡ.ㅡ;;
헌데 울친정엄니는 곧 결혼할 동생네집에 가서도 열심히 청소하고 오시던데..ㅎㅎ
올케가 불편해 할 수 있으니 그만하라고 해야겠군요. 시어머님이 열심히 청소를 하는 모습을 마음편히 앉아서 바라볼 며느리는 또 없을 것이라고봐요..그죠?
시어머님이 청소하시면 며느리도 같이 거들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흐를지도?
그래서 어쩌면 시어머님들은 며느리를 생각해서 가만히 앉아주시는지도 모르겠군요...ㅋㅋㅋ

그러고보니 인사가 늦었네요...잘 지내시죠?..^^;;

바람돌이 2006-10-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오랫만이예요. 부비부비... ^^
요즘 쌍둥이들은 잘 크고 있겟지요. 얼마나 예쁘게자랐을까 보고 싶어요. ^^
우리도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지금 어머님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겠지요.(에구 그러고 보니 저는 아예 시어머니가 될 기회가 없네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6-10-12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엄마들은 정말 왜그럴까요 저희엄마도 아프면서도 설걷이에 모든 하려고 합니다. 가만 있어 엄마가 해줄게. 그래도 지금은 하실 수 있을 정도니 다행이지만 달을 도와주지 못할 만큼 늙으시면 얼만 슬플까 싶어요.

세실 2006-10-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저두 그 생각했어요. 시엄니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데 괜히 냉장고 열고 그러면 며느리 흉 본다고 생각하겠지? 하시고, 청소하고 싶어도 며느리가 청소 안해서 흉 본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하실껄요~~
아무래도 며느리는 며느리인가봐요!
근데 울 엄마는 왜 울집에 오셔도 청소 안하시는거지????

Mephistopheles 2006-10-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우에 따라서는 "시"자만 들어가면 경기를 일으키는 며느리들도 존재한다고 하더라구요..^^

바람돌이 2006-10-1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어머니들은 그게 참 슬플거 같아요. 너무 나이들어서 오히려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 안그래도 된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수 없나봐요. 저희 양가 어머님들도 두집다 경제적으로 어려우시니 자식들 도움 받는거에 어찌나 마음을 쓰시는지 가끔 민망하답니다.
세실님/님은 벌써 그런 생각을 알고 계셨단 말입니까? 역시 고수!!! 세실님 어머님은 왜 딸집에서도 청소를 안하신다구요. 음 전 오히려 바람직한 어머님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메피스토님/근데 솔직히 말하면 저도 한때는 "시"자만 들어가면 경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가 지끈 지끈 한숨이 푹푹하는 며느리였어요. 뭐 그게 싫어서 아무것도 안하겠다. 절대 안가겠다 이런건 아니지만 처음에는 정말 힘들더라구요. 지금도 시집 문화에 적응안되는 부분 많구요.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좀 무뎌지고 그러려니 해지는 부분이 많아지는거같아요. ^^

sooninara 2006-10-1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희같은 어린것들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친정엄마가 오시면 하두 청소를 하셔서 이젠 오시기전에 제가 대충 치워요. 그래도 오시면 구석구석...ㅎㅎ 집마다 다 상황이 똑같아서 흥미롭네요.

바람돌이 2006-10-1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맘이란게 대충 다 비슷할 것 같아요. 근데 제 주변에 보면 안 그런 어머님들도 가끔 계십니다. 뭐 전에는 진짜 공주병 친정어머니땜시 속상해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