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의 T군은 쌍둥이입니다. 이녀석을 처음 딱 보면 무조건 곰돌이가 떠오릅니다. 그것도 테디베어류가 아니라 무지하게 큰 곰돌이 인형 - 곰돌이 푸정도 되려나? 어쨋든 키가 무지 크고 덩치도 무지 큽니다. 그런데 성격은 엄청 곰살맞고 애교만점입니다. 게다가 넉살까지 좋지요. "어머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해요"라는 여성스런 말을 아주 여성적인 어투로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날립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요즘 수난시대입니다. 사연인즉슨 이녀석과 쌍둥이인 K군이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지만 정말 생긴것만이 아니라 분위기 말투 성격 몸짓 하나까지 너무 똑같다는거죠.(심지어는 성적도 저 밑에 나란히 붙어있더라구요.) 이녀석들을 3년간 봐온 저도 볼때마다 일단 T냐 K냐를 물어보고 말을 시작해야 합니다.

근데 오늘 개학하고 첫 학년모임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바뀌다 보니 이녀석들이 쌍둥이인지 몰랐던 다른 반 K군의 담임 선생님. 어제 일을 이야기 하더군요.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자기반의 K군이 밥은 안먹고 8반에서 놀고 있더라구요.(저희 교실은 교사식당 바로 앞입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문제로 점심시간에 급식 밥 먹을때는 다른 반에 가서 먹는걸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저희 교실로 들어가서 엄청 큰 소리로 "야!! K 너!!! 왜 밥 안먹고 여기와서 놀고있는거야" 소리를 빽 질렀더랍니다. 우리반 애들 전부 뒤집어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

근데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앞반만 들어가는 한 선생님!! 갑자기 뻥찐 얼굴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세상에 오늘은 또 그 남자 선생님이 식사하고 나오다가 분명히 자기가 들어가는 반 녀석인데 자기는 수업을 안들어가는 8반에서 녀석이 보이길래 불러서 막 나무랬다는데 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다보니 이녀석 미리 겁먹고 말도 못하고 그냥 저는 8반이라고 노래만 불렀답니다. 어쨌든 학기초니 그 선생님은 자기가 잘못 본건가 하면서 "일단 너 나중에 보자"라는 말만 하고 올라왔다는..... (불쌍한 녀석!!!)

근데 또 며칠전에 학교에서 증명사진 촬영이 있었는데요. 뭐 3학년들은 나중에 다시 고입원서용 사진을 찍기 때문에 초반에는 거의 안찍습니다. 그런데 누가 찍었는지 물어보니까 T군이 혼자 찍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K도 찍었냐고.... 찍었답니다. "야! 너네들은 너 혼자만 찍어서 반씩 나누면 되는데 뭐하러 둘이서 찍냐"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맞네요! 하면서 우리들을 웃겼습니다.

근데 오늘 안 사실. 앞반의 K군은 사진을 찍는데 자꾸 한 쪽눈을 감더랍니다. 그래서 사진사 아저씨가 그러지 말라니까 "안돼요. 저는 윙크하면서 찍어야 해요"라는 말을.... 지들 나름대로의 표시법인데, 문제는 찍혀온 사진이 한쪽눈을 완전히 감아서 애꾸눈이 되어왔다는거죠.... ^^

어쨌든 오늘로 이 녀석들이 쌍둥이라는게 다 밝혀졌으니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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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3-1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쌍둥이들땜시 학기 초에는 선생님들이 종종 헛갈리시는군요. 가끔 길에서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옷에,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두 아이를 보면 신기하기만 하더이야. @@

바람돌이 2006-03-1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둥이라 하더라도 약간은 미묘한 차이가 보이거든요. 근데 요녀석들은 정말 똑같아요. 게다가 이 녀석들이 워낙에 눈에 띄는 스타일이라 이런 일을 자주 당하게 된듯....뭐 그래도 성격은 좋아서 다 헤헤 하고 넘어갑니다. ^^

진주 2006-03-1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묘한 차이라는 게 1년이 다 지날 즈음에 분별이 되니, 차이가 나더라도 크게 도움은 안 되다라구요 ㅡ.ㅜ

세실 2006-03-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오리지널 일란성 쌍둥인가 보군요~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쓰이시겠어요~
이마에 점을 하나 만들면 헷깔리지 않으려나? 헤헤.

하늘바람 2006-03-1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들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06-03-1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이녀석들은 지금 2년째 보는데도 분별이 안간단 말입니다. ^^
세실님/제가 매일 매직으로 점을 찍어놓을까요? ^^
하늘바람님/오랫만에 뵈니 더 반가워요. ^^

날개 2006-03-17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일란성이라도 자꾸보면 구분이 가던데.. 이 아이들은 그렇게 똑같아요?^^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바람돌이 2006-03-1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요녀석들 아주 웃기게 생긴 사진이 있어 올리고 싶은 맘은 굴뚝입니다만.... 제맘대로 해서는 안될것 같아서... ^^ 근데 저는 요녀석 하나의 증명사진을 책상 유리밑에 끼워놨습니다. 우울할 때 보고 즐거울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