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서경식 선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란 책에 리뷰를 쓴적이 있었다.

뭐 서경식 선생이야 워낙에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지라

이 분의 책은 대부분 사서 가지고 있고 또 읽는다.

리뷰도 이 책 말고도 몇 권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 책의 리뷰에 로그인없이 과객의 형태로 한 분이 댓글을 다셨다.

닉네임이 <난데다로>라는데 무슨 뜻인지는 무척 궁금하다.

내 리뷰의 일부가 서경식씨가 한겨레에 쓴 글에 인용이 되었다는 것.

엥???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근데 가보니 진짜다.

그것도 무려 1년전에 서경식 선생이 쓰신 칼럼에 내 리뷰가 버젓이 인용되어 있는거다.

이곳의 리뷰를 출판사야 마케팅 차원에서 당연히 보겟지만,

서경식선생같은 분까지 볼거라고는 생각을 안해봤었다.

갑자기 내 글에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랄까? 부끄러운 느낌??? (에구~~ 소심하기도 한 나..^^;;)

하여튼 후다닥 가서 읽어보니 다행히 비판은 아닌 것 같고,

뭐 그렇다고 전적인 동감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의견에 일부 동의를 표해주신 것에 일단 감격이랄까??? ㅎㅎ

어쨋든 가문의 영광이니 기록으로 남겨야지... ^^

그리고 알려주신 <난데다로>님 감사해요!! ^^

일단 주소 복사부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14751.html

그리고 아래에 전문을 옮겨놓는다.

내 글과 관련된거 표시 팍팍 내서... ㅎㅎ

이런건 저작권에 걸리나 안걸리나????

하여튼 저작권이라는게 어찌나 어려운지.... ^^

디아스포라의 눈 (한겨레신문 2007. 6)

〈우리 학교〉라는 영화를 봤다. 오늘 내가 객원교수로 있는 성공회대 학생 주최 상영회가 열린 덕이다. 학생 요청으로 상영회에서 내가 강연을 하기로 했다. 강연 제목은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으로 잡았다. 실은 이 영화에 대한 평판은 전부터 듣고 있었으나 보러 가진 않았다. 바쁜 탓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굳이 하나 들자면 한국 사회의 일종의 ‘재일 조선인 붐’에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 보니 종종 〈GO〉 〈피와 뼈〉 〈박치기〉 등의 영화가 화제가 됐는데 그때마다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들 영화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박치기〉는 1960년대 말 교토를 무대로 삼고 있다. 교토에서 태어난 나는 그 당시 거기에 있었다. 이 영화 주인공처럼 당시 〈임진강〉을 즐겨 부르는 일본인 젊은이들이 실제로 있었지만 “그 누가 내 조국을 둘로 나누어버렸는가?”라고 목청 높여 부르는 그들이 나는 싫었다. “누가”라니? 조선 민족 분단의 역사적 책임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있다. 그것을 자각한다면 일본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은 조선인에 동화돼 센티멘털한 정서에 잠길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그들을 호되게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마치 친구나 이해해 주는 사람을 얻은 듯이 기뻐하는 재일 동포들 모습을 보기도 편치 않았다.

위 세 작품은 모두 일본인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걸 의식하고 만든 오락영화들이다. 거기서 강조되는 ‘재일 조선인 상’은 할리우드 영화의 흑인 상처럼 재일 조선인의 한 단면을 단순화해서 과장한 스테레오타입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알 수 있는 이치이거늘, 한국에 와서 때로 이런 영화들에서 받은 인상만으로 피상적인 ‘재일 조선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듯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한국의 ‘재일 조선인 붐’에 회의적이다.

“한국의 ‘재일조선인 붐’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분단에 의한 타자화가 진행된 결과 아닐까? 지금 사람들은 식민지지배와 민족분단 등의 어두운 기억을 잊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재일조선인과 조우함으로써 역사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래도 좋다. 그 책임을 끝까지 지고 싶다”


이번 〈우리 학교〉는 한국의 김명준 감독이 3년이라는 세월을 쏟아 홋카이도의 민족학교 학생, 교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인 만큼, 위의 세 작품과는 달랐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지금까지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한국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막대한 피와 눈물을 대가로 치르고 여기까지 온 민주화를 부디 되돌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영화에는 일본 사회에서의 차별, 심각한 재정난, 그리고 악화일로의 ‘북조선 배싱(때리기)’이라는 갖가지 곤란에 포위돼 있으면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재일 조선인 학생들의 모습이 순박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이 한국의 관객을 감동시키는 모양이다. 나 자신도 역시 두세 장면에서 뭉클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 눈물을 흘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보는데 소극적이었던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감정에 몸을 맡기거나 그때뿐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보여 주는 순수함은 오랜 세월의 억압과 고립이라는 상황 속에서 부당한 외압으로 강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농성 상태를 거쳐 일본 사회라는 외계에 나왔을 때 그때까지 잠재해 있던 갈등은 심각한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문제는 거론되지 않는다.

내 책 〈디아스포라 기행〉에 대한 어느 독자의 서평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서경식씨 같은 재일 조선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들을 우리와 같은 공동체적 기반을 가진 사람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일본땅에 살고 있는 그저 타자일 뿐인 것일까? … 손을 잡는 연대는 언제나 서로에 대한 동일시의 애정에서 시작된다. 너와 내가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그 연대감. 하지만 재일 조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타자에 대한 경계 아니면 연민이다. 연민은 경계보다 낫긴 하지만 그것은 대등한 관계는 아니다.”


이 서평자의 견해가 얼마나 일반적인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옳거니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바가 있다. 재일 조선인과 한국 사람들은 “슬픔을 공유하면서 연대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으나, 그것은 짝사랑에 지나지 않고 어느새 재일 조선인은 ‘타자’가 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자’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안심하고 동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한국의 ‘재일 조선인 붐’은 한국 사람들과 재일 조선인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분단에 의한 ‘타자화’가 그만큼 진행된 결과가 아닐까.


지난해 한국의 어느 지방대학에서 강연한 뒤 40대 교수가 흥미 깊은 감상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 강연을 듣고 마치 ‘과거의 망령’이 눈앞에 나타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88올림픽을 거쳐 한국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오르고 사람들의 의식도 급속히 변했다. 지금 사람들은 과거 식민지 지배나 전쟁, 군정의 가혹한 억압 등의 어두운 기억을 역사 교과서 속에나 밀어넣고는 잊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재일 조선인이라는 존재와 만나면, 그 역사가 실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 교수는 그렇게 말했다. ‘과거의 망령’. 일본인들한테서 듣기 싫도록 들은 이 말을 한국에 와서도 듣게 됐다. 그래도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들 재일 조선인은 식민지 지배와 민족 분단의 아픔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도록 상기시키는 ‘과거의 망령’이다. 그 책임을 최후까지 지고 싶다.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성공회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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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10-0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런 영광이. 히히.

마늘빵 2008-10-03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홋.

물만두 2008-10-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BRINY 2008-10-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chika 2008-10-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

울보 2008-10-0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바람돌이 2008-10-0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든 감탄사는 부러움의 소리라고 제 멋대로 알아듣겠습니다. ㅎㅎ

로자 2008-10-0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칼럼 나올때 봤어요. 어떤이의 리뷰가 이 칼럼에 인용된건지 놀랍고,부러워서 일부러 알라딘 리뷰를 뒤져보고 바람돌이님의 리뷰라는걸 알고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요.
당연히 알고 계실거라 생각했는데...살짝 귀뜸이라도 해드릴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바람돌이 2008-10-04 10:22   좋아요 0 | URL
앗 로자님 굉장히 오랫만이죠? 아셨으면 귀뜸좀 해주시지 말이죠. ㅎㅎ
제가 신문을 거의 안봐요. 그게 참 매일 신문보는게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주간지로 신문을 대신한다고나 할까요? ㅠ.ㅠ

순오기 2008-10-0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자가 인용할 리뷰라면~~ 대단해요!!
축하축하~~

바람돌이 2008-10-06 20:16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래된 일이라 참... ^^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