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죽는줄 알았다.

휴일에는 각종 가족 행사와 결혼식 참석,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아이들 유치원 행사가 이어지고....
이놈의 10월이 왜 이렇게 행사도 많고 일도 많은지...

오늘은 이 학교 생기고 처음으로 장학지도를 받는 날이다.
장학지도에서 지도는 말뿐이고 진짜 중요한건 이 학교에서 그동안 빼먹고 안한일 한꺼번에 다하라는 날이다. 불행히도 그 중에 대부분의 일은 쓸데없는 서류작업이다.
더더욱이 내가 주무부서인데다 중앙 교무실에 있다보니 온갖 일이 내 차지로 떨어진다.
이 동네에서는 야근은 아주 특별한 경우(야자하는 고등학교가 아닌 다음에야)인데 그 야근을 해야 했던게 요즈음이다. ㅠ.ㅠ

워낙에 많은 일이 한꺼번에 밀리다보니 문제는
뭐가 내 일이고 아닌지에 대한 구분이 안간다는 것.
일단 닥치면 무조건 한다. ^^;;

그러다 어제 생긴 일
선생님들 수업지도안 취합해서 책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마지막 점검을 하다보니 하나가 빠졌다.
그래서 삐리리 A 선생님에게 전화

나 - 아 선생님 4교시 수업지도안이 아직 안들어와서요.
A - (대뜸 엄청 크고 빠른 목소리로) 아니 내가 3, 4교시가 다 있는데 둘 중에 하나만 내면 되지 왜 둘다 해야 하는데?
나 - (갑자기 주눅이 팍 들어) 아 그런데요. 두개가 과목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두개가 필요한데요.
A - 두개가 있어도 하나는 상치과목인데 그렇게 말하면 부당하고 어쩌고 저쩌고 한참동안......
나 - (듣다가 지쳐서 ) 일단 제가 다시 한번더 부장님과 의논해보고 전화드릴게요.
..............................
나 - (전화를 끊고 나서 부장샘한테) A샘이 수업지도안 두개 내랬다고 노발 대발 성질내는데요. 나보고 성질내면 어쩌라고 저 지금 삐졌어요.
우리 부장 - (역시 갑자기 목소리가 엄청 커지며) 아니 그거 지금 전부 그 사람일인데 자기가 대신해주고 있구만.... 엇다 대고 신경질이래? 응?
나 - ......................어안 벙벙..... 뒤늦게 분기탱천!!!

그럼 이게 내 일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런 젠장...
진짜 몰랐었다고..... 그 외에도 챙겨보니  A선생님의 일은 거의내가 다하고 있다.
(이렇게 된데에는 A선생님이 연세가 많고, 명퇴를 앞두고 있고, 거기다 뭔 일을 맡기면 어찌나 이것저것 이유가 많고 목소리가 큰지 우리 부장이 이 사람을 기피(당연히 부장보다 나이가 많다)하기도 하고, 게다가 내가 부려먹기 편하다는 이유 등등등으로 A선생님의 일의 많은 부분이 내게 떨어졌었다)
성질 같아서는 하던 일 전부 싸서 갖다주고 싶었으나 그러면 보나마나 착한 우리 부장 혼자서 다 싸들고 할게 분명하고..... 에이 치사해도 내가 참는다.

어쨌든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은 오늘 아침으로 끝내고 지금은 장학지도라기 보다는 장학 검열 받고 있는 중이다.
방금 내가 한 일.
어야둥둥 교실 수업참관 조금만 하라고 원두 커피 양 한 가득해서 타다 날라주고 왔다.
그거 다 마시고 가면 한참 걸릴텐데..... ㅎㅎ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는 해아 학예발표회다.
한 30분 빨리 퇴근하면 좋겠는데 오늘 일정보니 불가능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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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노기 2007-10-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여튼,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이라니깐!! 화이팅 하고요. 우리같이(ㅋㅋㅋ)착한 사람들은 복 디게 많이 받아야 된다구요. 해아는 또 어떤 버젼으로 웃음을 줄지 기대만땅~~

바람돌이 2007-10-26 13:20   좋아요 0 | URL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때에 왕창 동의합니다. 우리같이 목소리 작고 착한 사람들한테 주는 상은 없을까요? ㅎㅎ

세실 2007-10-2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고생이 넘 많으세요. 아직도 무식하게 목소리만 큰 사람이 있다니 이런....
님도 넘 착하신가 봅니다. 저라면 '제 일 아닌데요' 라며 슬며시 빠질것도 같은데..ㅋㅋ
해아 학예발표회 저도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07-10-26 13:22   좋아요 0 | URL
그분 별로 무식하지는 않은데요. ㅎㅎ 목소리가 크죠.
그리고 솔직히 글을 저렇게 써놓으니까 제가 무지 착한 것 같은데 이게 좀.... 사실 저 싸우는 것도 꽤 잘하거든요. 목소리 높이며 싸우는거 안해서 그렇지 하겠다고 맘먹으면 끝까지 싸워서 이기고야 말자 이게 제 삶의 좌우명이라고나 할까? ㅎㅎ

BRINY 2007-10-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참 '제일 아닌데요'라고 슬며시 빠지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지요. 님의 상황이 이해되면서도, 그냥 슬며시 빠지세요 라고도 할 수 없는...휴...그나저나 커피 타는 일도 해야하다니...

바람돌이 2007-10-26 13:30   좋아요 0 | URL
뭐 이런 경우가 제일 싫을땐데 내가 개기면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이 피볼때말이죠. 그 사람이 진짜 착한 사람이고 저는 사실 사이비고요. 슬쩍 슬쩍 잘 개기거든요. ㅎㅎ
커피타는건 제 커피 타는 순간에 딱 걸린거였고요. 그냥 운이 없었다고나 할까? ㅎㅎ

글샘 2007-10-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신설학교여서 제 일 남의 일이 없을 듯 싶네요^^
신설 학교는 피해서 다녀야 건강에 좋을 듯... ㅋ
중학교는 아직도 장학사를 무서워하는 분위기죠.
고등학교는 오디 말디... 소 닭보듯 하는데 말이죠. 암튼 힘든 하루 에너지를 충전하셔서 슈퍼 엄마까지 잘 하시길~~~

바람돌이 2007-10-26 13:31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 닭보듯 하죠.
교장 교감샘 성향이죠 뭐.... 어제 많이 힘들었던지 오늘은 딱 아무일도 하기 싫어서 오전에 시간만 비면 요러고 있습니다. ㅎㅎ

홍수맘 2007-10-2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님 얘기를 듣다보면 '정말 선생님이란 일도 너무나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늘 열심히 생활해 나가시는 님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답니다.
지금쯤 "해아 학예발표회"도 끝났을라나? 해아의 모습도 기대만땅입니다. ^^.

바람돌이 2007-10-26 13:32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그냥 이렇게 써놓으니 그런거죠. 세상이 어떤 직업이라고 쉬운게 있겠어요. 다 나름의 애환과 힘듬이 다 있는거지요 뭐....
해아 학예회는 어제 밤 6시 30분에 시작해서 9시에 끝났어요. 저녁까지 먹고 집에 오니 11시.... ㅠ.ㅠ

무스탕 2007-10-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님들보다 저는 조금 더 강도 강하게..
나이 많고 목소리 크면 다에욧!! 선생님이라는 분이욧!! 학학학- (소리치고 힘들어서..)
바람돌이님. 고지가 보입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오늘 저녁 해아의 이쁜 모습도 곧 볼수 있겠죠? ^^

바람돌이 2007-10-26 14:19   좋아요 0 | URL
대신 소리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오늘 하루는 저에게 주는 상으로 그냥 한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만요. ㅎㅎ

미설 2007-10-2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주 내내 소풍, 참관수업, 토욜에는 부모 참여수업이네요. 운동회도 없었는데도 이런데.. 참.. 바쁘시겠습니다.

바람돌이 2007-10-26 14:21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3번이면 많죠?거기다가 봄이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나이기까지 한데 말예요 이러다 애들 학교 가면 더 힘들겠죠? 에고...

마노아 2007-10-2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크고 성깔 짱짱하면 업무가 줄어들더라구요. 크흑.... 해아 발표회 잘 다녀오셨죠?
전 알라딘 브리핑 지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