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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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89쪽 삽화)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인상깊게 보았을 이 인류의 진화도의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단선적이고 직선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삽화가 강력한 비인간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삽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백인 미국인보다. 무슬림이나 라틴아메리카인들 아시아인들을 오른쪽 완전한 인간보다 덜 진화한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살고 있던 시절 지구상에는 여러 종의 다른 인류가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안데르탈인인데 실제 신체적 조건이나 뇌의 용량같은 면에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뛰어난 인종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들이 야만적이어서 뒤떨어져서 멸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만 다음의 의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저 그림이 보여주는 시각적 착각에서 일단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현재의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은 사실 이 책에서 처음 하고 있는 질문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든 것으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협동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론을 펼쳤었다.

어떤 책에서는 바느질 도구인 바늘의 존재가 호모사피엔스를 기후변화속에서도 영역을 확장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도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생물학계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왜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이렇게 집착하는가이다.

인간의 기억에도 없는 먼 시대의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조건과 이유가 지금의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중요성에 대한 대답까지 보여주는 유의미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은 "자기 가축화 가설"이다. 

생물학자답게 이들의 질문은 왜 수많은 야생 늑대들 중에서 개만이 우리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떤 늑대는 인간과 절대 함께 살 수 없는데 왜 어떤 늑대무리들은 인간 옆에서 개로 진화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가축화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그저 인간이 길들였겠거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시베리아까지 가서 여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똑같은 조건의 새끼여우들 중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여우와 그렇지 않은 여우가 나뉜다.

친화력이 좋은 여우들은 인간의 손짓에 응하는 능력을 보인다. 

우리가 개와 놀 때 대부분의 개는 공을 던지고 사람이 손짓으로 가리키면 그 방향으로 달려갈 줄 안다. 

눈이 있으면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침팬지는 인간의 손짓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훨씬 친화적이고 인간을 많이 닮았다고 하는 보노보는 개와 마찬가지로 손짓언어를 이해한다고 한다.

이 러시아에서의 여우실험이 보여주는 결론은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늑대들 중에 유독 친화력이 높은 녀석들이 인간에게 스스로 다가온 것이란 것이다. 

그 결과 개가 된 이 친화력 있는 늑대무리들은 전 세계의 늑대종들이 거의 멸종되고 있는 지금 종의 번성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자기 가축화가설'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들의 논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 역시도 이런 친화력, '자기가축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얘기한다.

생후 8-9개월만 되어도 인간 아기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성인 침팬지가 절대 이해 못하는 손짓언어를 이해하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느끼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호모사피엔스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바로 친화력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환대와 친화력으로 이어지고 고도의 협력체계로 이어진다.

이런 논지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바와도 비슷한데, 이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차이일뿐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기 무리에 대한 또는 무리에 속하게 된 이들 사이의 친화력은 맹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다르다고 인식된 이들 또는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반대 대응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인류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벌이며 같은 인간을 죽이는 역사를 펼쳐온 이유이기도 할 텐데 사실상 이 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다른 차원의 논의가 더 필요하리라 느껴진다.

다만 이 책에서는 굉장히 인상적인 해석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나치시절 유대인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대인을 숨겨주고 그들의 탈출을 도왔던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심지어 정치적 성향도 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 대다수가 친한 가족 중 유대인이 있었거나 가장 친한 친구가 유대인이었거나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저자들은 의미심장한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친화력에 있었듯이 지금의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단초도 역시 이 친화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인종분리정책이나, 인종차별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네안테르탈인들이 멸종했듯이 호모사피엔스인 우리 인간들 역시도 멸종할지도 모른다.


제목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서의 친화력을 말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논의가 사회학이나 역사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전적으로 납득하기에는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인간사회에 대해서 생물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특성과 존재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쨌든 다정함과 친화력이 지구를 멸망시킬리는 없을테니, 이런 논지를 통해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유의미한 접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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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1-11 0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이렇게 물흐르듯 일목요연 잘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모여서 소통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보여져요. 생존조건으로까지 지칭되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리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바람돌이 2022-01-13 23:36   좋아요 1 | URL
에고 hnine님 무슨 말씀을.... 만약 실제로 이 책을 읽으시면 제 리뷰가 얼마나 구멍뻥뻥인지 잘 아시게 될거예요. ㅠ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희망을 가졌달까? 우리 인간에 내재하는 친화력이 우리 생존의 힘이었다는데서 우리 인간의 암담한 미래가 구원을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싶은 그런 기분요. 여기 알라딘 서재만 하더라도 다정한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

mini74 2022-01-11 0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 친화력이 생존의 비결이군요. 우리집 저 까칠한 강아지는 어떻게 살아남은걸까요. 내용이 쏙쏙 들어와요 바람돌이님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38   좋아요 1 | URL
까칠하지만 미니님옆에 있잖아요. 그게 다정한거 아닐까요?? 우리집은 심지어 사람 둘(딸래미들)조차 까칠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1-11 0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이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증명되었군요~!! 욱(?) 안하는 다정한 바람돌이님을 응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1-13 23:40   좋아요 2 | URL
이런 이론들이 진짜 사실인지는 과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믿고싶었습니다. ㅎㅎ 네 올해는 새파랑님 말씀처럼 욱 안하는 바람돌이로 거듭거듭 새로워지려고요. 꼭요. ㅎㅎ

희선 2022-01-12 0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하게 지내고 다정하다가도 자기 편이 아니다 여기면 아주 돌아서기도 하는군요 그런 건 없어야 할 텐데... 자신과 다르다 해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13 23:43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과 손절하게 되는데는 뭔가 경계선이 있는듯해요. 단순히 내편이 아니다라기보다는 침범하면 안되는 어떤 선요. 그 선을 넘기 전에는 뭐 뼈아픈 소리도 아니면 다른 생각도 다 그런대로 넘길수 있는데 말이죠. 다만 그 경계선이 사람마다 다르다는게 또 인간관계의 어려움이겠죠. 어쨌든 저는 그렇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