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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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책의 표지에 실낙원의 저 강렬한 문구가 이 책의 모든 주제를 대변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의 절규 역시 저 문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모든 인류가 나를 피하고 증오하지 않는가? 내 창조주인 당신도 나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승리의 기쁨에 젖으려 한다. 그걸 기억하라. 그리고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당신은 나를 저 얼음의 갈라진 틈새로 거꾸로 떨어뜨리고 당신의 작품인 내 육신을 파괴하더라도, 그걸 살인이라 부르지 않겠지. 인간이 나를 경멸로 대하는데 내가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가? -194p

 

 

이 소설 전체는 제1권~제3권(흔한 분류로 하자면 제1부, 2부, 3부가 더 맞겠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권의 수준이 고르지 않다.

제1권은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을 창조하고 그 추악한 외모에 경악하여 너무도 쉽게 버리고 마는 과정이 전개 된다.

제2권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버린 괴물을 드디어 만나 그의 범죄를 추궁하고 분노하자, 괴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반박하는 과정이다.

제 3권은 괴물의 복수와 그 괴물을 죽이고자 하는 프랑켄슈타인의 여정이 펼쳐진다.

 

솔직하게 말하건대 제1권을 읽으면서는 아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했고, 제 3권에서는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중간에 제2권이 없었다면 아만도 나는 중도에 이 책을 포기했을 것이다.

괴물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이상화되었으며, 그들의 행동도 따지고보면 세상물정모르고 별 생각없는 젊은이 그 자체라고나 할까?

심지어 나이든 인물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나 평면적인 인물들이라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마치 연극무대에 올라가 주어진 대본대로만 대사를 읊는 배우들같다. 그것도 딱히 매력없는.....

작가인 매리 셀리가 19살에 이 소설을 썼다는데 물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잘 썼다고 해줄 수 있지만, 고전이란게 청소년문학상은 아니지 않는가?

200년이나 뒤의 내가 무슨 청소년 문학상 심사위원도 아니고말이다.

 

하지만 이 책이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2권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괴물의 회고와 주장으로 이루어진 제2권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며, 작가가 하고싶었던 말을 모두 여기에 쏟아붓지 않았나 싶다.

 

괴물이라는 존재는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괴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는 밀턴의 실낙원의 저 외침처럼 탄생을 갈구한 적이 없다.

그저 젊은 한 과학자의 무모한 호기심으로 세상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창조주가 자신의 잣대로 외모가 추악하다 하여 생명을 얻자마자 버려진다.

괴물은 자신이 왜 창조되고 왜 버려졌는지, 그토록 도와주고 싶어하고 다가가고 싶어하는 자신의 선의를 왜 인간들이 그토록 경악하며 자신을 배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이 끊임없이 거부당한다.

괴물이 배제당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도 없는 어딘가의 숲이나 사막이나 빙하속에서 홀로 외롭고도 고독하게 살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완벽할 정도의 철저한 배제다.

이런 배제의 대상을 과거나 현재의 사회에서 찾는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특히 괴물의 이름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보면 소설 속 괴물이 당대 사회에서 실제 억압받던 다양한 존재에 대한 메타포로 읽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하게 된다.

매리 셀리가 살았던 19세기를 생각하면 먼저 여성을 생각할 수 있다.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어떤 정치적 사회적 권리에서도 배제 당한 채 남성의 부속물로서만 존재를 인정받던 시절의 여성은 저 괴물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와 같은 대우를 받는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매리 셀리 역시 19세기 여성을 괴물에 비유했으리라는 짐작을 강하게 하게 된다.

그 이유를 더 짙게 하는건 이 책의 출간 당시 1818년판 서문을 그의 남편이 썼다는 것이다.

서문을 보면 남편은 자신이 이 책을 쓴 것처럼 쓰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출간 당시 익명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매리 셀리처럼 똑똑하고 도전적이었던 여성으로서는 굴욕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배제된 여성의 괴물의 은유를 통한 절규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지나친 것일까?

 

고전이 고전인것은 그것이 현대에서도 그 층위를 달리하며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일게다.

지금에 이르면 괴물은 누구일까?

가난한 사람들, 실업자들, 난민들, 여성들 무엇으로 대치해도 저 괴물의 절규를 같이 같이 내뱉고싶을 것이다.

 

 

제2권과 나머지 부분의 소설적 완성도의 차이가 왜이렇게 나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200년 전의 매리 셀리에게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작가인 매리 셀리는 괴물의 배제가 얼마나 부당한지 얘기하고 싶었고 그것을 제2권에서 충분히 풀어놓았지만, 그러한 관점이 당대 사회의 분위기, 도덕관에서 수용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해본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른 수용될 수 있는 이야기 속에 슬쩍 끼워넣는 트릭?

나의 지나친 상상일수도 있지만 각 권의 수준차이가 너무 나는 것을 이 외에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러하다면 메리 셀리는 나이에 비해서 정말 지나치게 명민하다.

나이에 비해서 지나치게 굴곡진 삶을 일찍 겪었던데서 나온 명민함일까라고 생각하면 또 그녀의 생애가 안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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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4 02: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청했으나까
이 책의 처음에 있는 실낙원의 저 문장이 얼마나 가슴을 팠던지 ㅜㅜ
그녀의 삶이 이런 천재적인 작품을 만들어냈고 실낙원의 그 말은 그녀의 절규 같았어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14 03:02   좋아요 5 | URL
맞아요. 실낙원의 저 문장 굉장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죠? ㅎㅎ 매리 셀리의 삶을 보면 아마 당대에서 온갖 비난에 시달렸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그녀를 더 힘들게 한건 그 비난들이 똑같이 남편의 몫까지 같이 덤태기를 쓴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붕붕툐툐 2021-02-14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문학상~ㅋㅋㅋㅋㅋㅋ 저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 아니고 박사 이름이라는 거에 충격 먹고 읽었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이 나네용~ 다시 페이퍼로 만나니 반가워요~ 전 괴물에 너무 감정이입 해가지고 평가는 1도 못했어요~ㅎㅎㅎ

바람돌이 2021-02-14 23:45   좋아요 0 | URL
저도 괴물에 감정이입했습니다. 이거 읽으면서는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생각이 많이 났는데 같은 주제를 훨씬 깊이있게 다뤘구나 했어요. 혹시 안 읽으셧다면 저는 다섯째 아이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막시무스 2021-02-14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추천이 정말 많네요! 어릴적 문고판 읽은거 같은데 기억은 가물거리고.ㅠ 올 해 꼭 한번 정독해 보겠습니다!ㅎ

바람돌이 2021-02-14 23:47   좋아요 0 | URL
책장은 잘 넘어가요. 제 추천은 오로지 2장에만 있습니다. ^^ 이 책의 1장, 3장을 정말 심도있게 잘 표현한 책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작품을 확 갖다 붙이고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