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있다.
언제부터 그애가 내 친구였는지는 모르겠다.
가장 어린 시절의 내 모습엔 항상 그애가 있었으니까....
좁디좁은 어촌 시골마을에서 늘 같이 자라던 애다.

그 애는 나보다 공부를 잘했다.
내가 그 애를 앞서는건 1년에 한 번쯤....
나머지 10번 정도는 늘 그애가 앞서 있었다.(초등학교 6년 내내에다가 중학교 2년까지...)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예쁘기도 더 예뻤구만...(이건 인정하기 싫다. ㅠ.ㅠ)
그리고 그 애는 집도 우리집보다 부자였다.
그 애집엔 당시 시골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피아노가 있었고, 계림사 동화책 100권이 있었다.
피아노는 괜찮지만 정말 그 동화책은 나의 꿈이었다.
그 애 엄마의 말로는 그 동화책은 내가 더 많이 읽었단다.(같은 책도 몇 번씩 빌려 읽었으니...)
아! 내가 젬병인 그림도 정말 잘 그렸구나....

질투하지 않았냐고?
왜 안했을까? 질투안하면 그게 사람이냐? ^^
근데 나란 인간이 뭐 원래 그때부터 자기 합리화에 아주 능했던 것 같다.
내가 자랑할거라고는 그애보다 그래도 노는건 내가 더 잘해 뭐 이정도에서 자신감을 팍팍 키웠던듯....
보통 TV에서 보는것처럼 라이벌 의식이 강해서 뭔가 사건이 터지고 해야 하는데
원체 나란 인간은 경쟁심이란게 부족해서리...

중학교때 대도시로 나는 이사를 나오고 얼마 안돼 그 친구도 그 동네를 떠났단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는 고등학교때 딱 한번 그 친구집에 가서 잤던게 마지막 기억.
고등학교때 다시 만났을때도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미 경쟁심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면 대도시로 나오고 보니 우리 둘이 얼마나 우물안에서 잘났던가가 확 드러난 것.
나보다 잘난 애들이 너무 많아서 시골 출신 우리 둘은 아마 각자 둘이서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며칠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고 싶다고....
오늘 낮데 그애를 만나고 왔다.
길거리에서 마주쳤으면 몰라볼만큼 우리는 나이가 들었고....
그럼에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둘이서 그동안 살아온 얘기며 다른 친구들의 얘기며 또 가족들 얘기며 3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 애의 아버지는 또 내게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기도 햇었기에 요즘 건강이 안좋으시다는 얘기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애의 집에 있던 피아노 얘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 왈
"야 그 피아노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 근데 그 피아노가 10억짜리다야..."
뭔 소린가 햇더니 옛날에 그애 아버지가 피아노를 사기 위해 갖고 있던 논 1마지기를 팔았단다.
근데 지금 그 땅이 10억이라나 뭐라나.... ^^

한동안 초등학교 친구들은 완전히 잊혀진채 살았는데
요즘 가끔 그애들이 생각난다.
어디서 뭘하며 살고 있을까?
그놈의 보고싶다 친구야 란 텔레비전 프로그램때문인지,
아니면 인간이란게 나이들면 저절로 과거지향이 되는건지...
헤어질때 잡은 그 손이 너무 아쉬워 놓고 싶지 않던 그 친구...
가끔이라도 얼굴 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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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2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간만에 친구를 만나셔서 좋으셨겠어요. 지난 추억의 일들에 관한 것을 많이 얘기 하셨겠죠.

혜덕화 2007-01-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는 상관없는 댓글인데, 전에 미니 핫도그 사진 보고 저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핫케잌 가루가 핫도그처럼 안발라지고 주르르 흘러내리더군요. 좀 더 반죽을 빡빡하게 해야 하는 건가요?

바람돌이 2007-01-2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오래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보는것도 재밌었고, 서로가 모르고 지내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것도 재밌었어요.
혜덕화님/안녕하세요. 번개때 뵐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리고 핫케익가루는 저도 묻히는데 조금 애를 먹었어요. 근데 주르를 흘러내릴 정도면 반죽을 좀더 빡빡하게 해야 하는게 맞겠네요. 제가 할때는 그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진짜 핫도그처럼 할려면 한 번 묻혀서 살짝 튀겨내고 그 위에 반죽을 한 번 더 묻혀서 튀겨내시면 좀 더 그럴듯하답니다.

무스탕 2007-01-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오래된 친구가 있으시니 좋으시겠습니다. 저는 중학교때 친구가 젤로 오래된 친구에요..
친구라는게 그래서 좋아요. 아무리 오랫동안 못만났다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금방 어울려 지는거... ^^

진주 2007-01-2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를 만난다는 건, 언제나 가슴이 뿌듯해지는 기분이예요. 내 친구들은 다들 뭐하고 있을까...좋으셨겠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07-01-2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그쵸. 어릴때 친구는 어색해질때가 없는것 같아요. 그냥 보면 금방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으니.... ^^
진주님/요즘 부쩍 옛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생기네요. 제가 연락한 경우도 있었고 이번처럼 친구가 먼저 연락해온 경우도 있고.... 언제든 반갑지요. 님도 한 번 연락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