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할아버지가 흘린 눈물의 저편

독일, 그 7년의 기억들 <1>"어머니~!"

 

조미경 <>
          
이웃이 잔디에 물 주는 시원한 광경을 바라보며, 망울 터트린 꽃들의 속삭임을 바람에게서 살짝 엿들을 수 있는 날들이 있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마지막 햇살을 잡겠다며 노을 속으로 달려가던 해질녘.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아오를 때면, 미뤄둔 일거리 때문에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도 마침내 나서곤 했던 짧은 자전거 여행….

독일에서 보낸 7년의 기억은 늘 이런 유쾌한 영상들과 함께 떠오른다.



▲ 우리나라 70~80년 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슬라이드 필름을 꺼내 보며 할아버지는 지금도 한국을 추억하고 계시리라.  ⓒ 조미경

한국과 인연이 깊었던 독일인 노부부의 집에 여름 방학 때마다 찾아가 정원 일과 집안일을 도와 드리면서 시작했던 독일 생활이 어느덧 십여 년 세월 속으로 멀어져 간다.

그 동안 그 곳에서 만났던 독일인들의 인생살이를 들으며 울고 웃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복지가 잘 된 부자 나라에서 태어난 그들이기에 한없이 편하고 행복하고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던 내가 그 생각을 바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자녀를 키우며 가장 역점을 두는 자립심 교육은 그러나, 외롭고 쓸쓸한 노후를 감수해야 하는 부작용 또한 낳았다. 일찌감치 둥지를 떠난 자식들은 명절 때나 찾아오는 선물세트처럼 보일 때도 많았다.

부모 자식간의 냉담한 관계가 독일인을 비롯한 유럽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식 가족문화에 익숙한 나는 그런 그들의 외로움을 삐딱하게 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자식들 혼수비용 대느라 집 기둥뿌리 뽑아주고, 이미 시집 장가간 자식들까지 바리바리 챙기고, 속옷까지 벗어줄 양 물심양면 자신을 희생하며, 기꺼이 자식들을 위한 '소모품'이 될 각오로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들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인들, 그들은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그네들의 문화에 빈 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내가 생면부지인 이 독일인 노부부에게 환영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빈 틈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만났던 독일인 노부부는 정이 넘치는 한국인들의 그 촌스러운 투박함과 수줍은 온정을 그리워하셨다. 30 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1970년대 초, 동방의 작고 가난한 나라 코리아에서 만났던 한 가족을 평생 잊지 못한다는 얘길 독일인 할아버지께서 해 준 적이 있다.

할아버지가 한국에 계실 때 함께 일하던 직장의 동료가 저녁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한다. 좌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께서는 미리부터 걱정을 하긴 했지만, 평소 인정 많고 성실한데다 유달리 할아버지께 친절했던 그 한국인 젊은이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었다.

정장을 차려 입고 동네 어귀에 들어설 때부터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할아버지의 코에, 뺨에, 가슴에, 다리에, 엉덩이에 꽂혔다. 몇몇 '용감한' 개구쟁이들은 노랑머리 외국인의 옷을 냅다 손으로 훑고는, 어디론가 달려가 숨은 채 계속 지켜 보기도 했단다. 그 낯선 이방인이 신기하게 보이면서도 무서웠는지, 어른들 틈새로 빼꼼히 내다보는 코흘리개 아이들…. 정말이지 마을은 마치 저 옛날 사당패라도 왔던 때처럼 '구경거리'가 난 것이다.

가슴 저 깊은 곳에 오십 평생을 묻어두었던 그 애잔함 감정을…

예상치 못한 '환영식'을 치르고 동료의 집에 들어선 할아버지는, 또 한 번 그 집 아이들에게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 '인간'임을 증명해 보이셔야 했다. 막내둥이는 이 요상하게 생긴 독일인을 보고 울어대기 시작했고, 아이 둘은 벌써 어미 치마폭으로 숨어 벌벌 떨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나머지 두 아이는 신기한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할아버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준비한 사탕봉지와 빵을 내어놓았을 때야 이 어수선한 상태가 진정되었다. 담벼락과 대문에는 조막만한 동네아이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이 '선택 받은' 아이들에게 선망의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쿠션도 없이 얄팍한 방석이 깔린 딱딱한 구들장에 앉아 다리를 어떻게 둬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할아버지는 청년의 다섯 아이들이 노는 냥을 보고 있었다.

식탁 앞에서는 세 살배기 아이에게도 어른들의 예절을 강조하는 독일문화권에서 그런 야단법석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손님이 와 있는 식사 자리라면 예쁘게 차려 입고 얌전하고 반듯하게 앉아 부모들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독일 아이들이다.

그 규칙을 어겼을 때는 여지없이 부모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들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도 자식이 잘못하면 엄하게 꾸중을 한다. 그것이 식사 시간을 불쾌하게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식을 잘못 키워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했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독일인에게는 끔찍한 수치다.

그런 문화에 익숙한 할아버지가 한국인 동료의 아이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가뜩이나 '책상다리'가 불편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는데다, 장난을 걸어오는 녀석들에게 즉각즉각 응수하느라 할아버지는 혼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할아버지는 보았다 한다. 아니 느낌이었을 지도 모른다. 가슴 저 깊은 곳에 오십 평생을 묻어두었던 그 애잔함 감정을….

할아버지는 젊은이의 아내가 그 아수라장인 좁은 방에 앉아 젖먹이 막내에게는 젖을 먹이면서, 응석받이 넷째가 서툰 숟가락질로 음식을 흘리면 닦아내 주고, 머리채를 휙 잡고 달아난 둘째 녀석에게는 꽥 소리를 지르고, 그런 와중에도 손님 반찬의 빈 접시를 채워놓고 바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걸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혼돈 속의 평화…. 북새통 속에서 무엇인지 모르게 잔잔히 스며드는 따스함….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도, 금새 더 없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

할아버지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셨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그 무엇이 할아버지의 가슴 속을 후벼 파고 있었다. '어머니…!'

의아해 하는 젊은 부부내외와 장난치고 보채는 아이들 앞이었지만, 민망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정말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날 이후 한국마니아가 되셨다. 유엔에 근무하면서 전 세계를 수십 년 돌아다녔지만, 한국에서만큼 그런 진한 인간의 정을 느껴본 적이 없으시단다. 우리나라 70~80년 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슬라이드 필름을 꺼내 보며 할아버지는 지금도 한국을 추억하고 계시리라.

그 분은 우리나라가 70~80년대 한참 새마을 운동이다 뭐다 하면서 개발 일변도로 내닫던 어수선한 시기에 한국에 오셨고, 우리나라 역사에 오래 기억될 큰 일을 하고 독일로 돌아가셨다. 그러니 그 분과의 만남은 내게는 지나간 내 나라의 역사와의 대면이기도 한 것이다.
2005/03/08
조미경 님은 계명대학교 외국어문학대학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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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3-0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크, 퍼오면 안된다는데 자꾸 퍼오네 ...

2005-03-09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빗길 선 한국 노동운동


△ (왼쪽부터)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소장,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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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사회적 합의주의 체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노동운동은 위기에 빠졌나? 악재가 엎친 데 덮쳤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에 노조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선 시너병이 나뒹굴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팽팽한 갈등은 여전하고 이달 중순쯤 치러질 대의원대회에서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문제는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나?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소장이 지난달 18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토론을 벌였다.

    이석행 “노-정·노-사 새틀 짜자는 것”

    전순옥 “현장 요구담아 교섭 틀 가야”

    조승수 “비정규직 법안 모든 수단 저지”

    어렵사리 시간을 낸 세 사람에게 우선 기아차 채용비리나 대의원대회 상황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물었다.

    전순옥=기아차 노조 간부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건엔 역사적인 맥락과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80년대까지 임금인상 등 경제투쟁밖에 할 수 없었어요. 90년대로 넘어와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죠. 또 노사관계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을 회유, 압박하며 그물을 쳐두는데 알게 모르게 노동운동이 이를 넘어서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원인은 역사적인 맥락이나 노사관계에 있지만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의 문제를 바라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조승수=기아차 비리 문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거고 누가 보더라도 잘못한 거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문화에 노조까지 오염된 거고요. 그런데 최근 언론 등이 경제 사정의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어요.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사실 그전부터 일정 부분 관행화됐던 걸 시기에 맞춰 부각시킨 성격도 강하죠.

    =기아자동차 채용 비리는 이미 알려져 있었던 걸 자본이 노조를 탄압하는 데 사용했다고 하시는데 그럼 민주노총만 모르는 게 말이 되나요?

    =추천권 문제는 조금씩 있었지만 고액의 돈과 결부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안 됐을지 모르죠.

    =지도부가 미연에 방지했어야죠. 알면서도 흐지부지 넘겨 노동운동이 큰 타격을 입도록 놔둔 건 상부조직인 민주노총의 책임입니다.

    이석행=조합원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광주지역에서 그런 설이 있어서 연말에 기아자동차 집행부한테 조사하라고 했고 우리 집행부가 내려가서 확인도 했지만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했어요. 혹시 몰라 회사 쪽에 노조에서 추천한 사람들은 입사시키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민주 노동운동은 도덕성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순간 구실을 잃어버리는 거죠. 사회 환경도 탓할 수 있겠지만 운동이 질적인 발전을 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큽니다. 언제부터인가 조합원의 권력을 집행부가 남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죠. 권력은 조합원에게 있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계속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

    =산별로의 질적 전환을 꾀하지 못하고 노동운동이 정체되면서 생겨나는 권력화 문제는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대기업 노조에서 현장 조직별로 대의원을 준비해서 선거에 임합니다. 조합원들에겐 자신의 의사가 얼마나 대변되느냐가 중요한데 대의기구인 대의원대회가 현장 조직별 세력 분포로 구성돼 버리죠.

    전/ ‘채용비리’ 결국 민주노총 책임
    조/ 일부 언론 불경기이유 노조 공세
    이/ 한국 노동운동 질적발전 못한 탓

    =그런데 이수호 위원장 체제가 출범할 당시 기대와는 달리 이 집행부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나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됐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2월 당선된 뒤 3월3일 중앙위원회를 처음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지도부를 믿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어요. 사업도 하기 전에 인정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난해 보건의료 산별 총파업까지 하는 등 소신껏 했어요. 4·15총선 때는 공동선대본부도 만들어 성과도 냈고요. 그런데도 회의를 하면 언제나 불신한다는 겁니다. 일단 지도부가 출범하면 반대했든 찬성했든 권력과 자본에 맞서 혼연일체가 돼 대응하고 싸우는 게 노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이 크게 터져 나왔지만 중앙위원회에서 거의 비슷한 사태가 여러 번 있었어요.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항거하는 소수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데 노조 내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토론을 많이 안 했다고 하는데 이번 안건은 3년동안 반복해서 논의해 온 거예요.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치적인 진로가 틀어막혀 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봅니다. 1987년 뒤 노동운동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했으니 지금쯤이면 많은 의제들을 산별에서 교섭으로 해결해야 되는데도 총연맹이 사회적 의제부터 단위 사업장 문제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또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노조에서조차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가지 못한 건 민주주의 훈련의 천박성을 드러낸 겁니다.

    =1987년 민주노조 운동이 일어나면서 서너 달만에 노조가 3천여개 만들어졌어요. 말은 민주인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소양은 체계적으로 쌓지 못한 부분이 다소 있었죠. 노조활동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서 옆 공장에서 만드니까 따라 만들어 위원장이 되고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보다 먼저 권력을 맛보게 된 겁니다. 위원장이 되면 전임제로 임금을 받고 일 안하니까 현장과 괴리감이 생기고요. 이 상황에서 계속 권력을 쟁취하려다보니 계파들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합리적이지 못해도 강하게 주장해야 민주고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봐요.

    =이야기가 너무 자학적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실 우리사회에서 노조만큼 민주주의를 기본적으로 성실하게 실천하는 데도 드물어요. 대의원회의에 가면 국회에 못지않게 회의 진행법 등은 굉장히 원숙하죠. 이번 대의원대회 사태는 도덕적 우월주의가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독재정권의 탄압을 견디고 싸우면서 노동운동 쪽은 항상 도덕적 우월주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산별 노조 등 여러가지 과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모순이 응축된 가운데 특정 부류는 도덕적 우월주의를 앞세웠다고 봅니다. ‘이 대회를 무산시켜 사회적 교섭을 막는 것이 운동의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 거죠.

    =만약 전체 노동자를 생각했다면 그런 행동은 절대 나올 수 없어요. 노동운동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까? 이제까지 정부에서나 자본가들은 노동운동이 폭력적이라고 매도해왔는데 이걸 스스로 증명해준 꼴밖에 안됐죠.

    =민주노총은 노사정에 복귀하려는 게 아니라 노·정, 노·사 등 중층적 구조로 새로운 교섭의 틀을 짜자는 겁니다. 지도부가 충분하게 설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선 책임감을 느껴요. 그런데 중층적 교섭기구는 이전 지도부도 시도했던 거고 원래는 지난해 하반기에 최종결정하기로 중앙위에서 결의하기도 했어요. 중앙위원들이 토론을 더하자고 요구해서 6개월의 시간을 더 줬죠. 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들은 모릅니다. 토론을 방기한 거예요.

    이/ 민주주의 훈련덜돼 대의원대회 사태
    전/ 전체 노동자 생각했다면 그랬을까
    조/ 노조운동 정치적 진로 봉쇄때문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영국 상황을 예로 들고 싶은데요. 1979년부터 대처가 노동운동을 탄압하면서 1300만명에 이르렀던 조직이 740만명 규모로 줄었어요. 그리고 18년 동안 노동당이 집권하길 기다렸는데 사실상 그동안 운동을 방기했죠. 하지만 노동당이 집권한 뒤에도 파트너 관계는 형성되지 않고 있어요. 1975~79년 노동당이 계속 대화구조를 만들자고 했는데도 노조가 힘으로만 밀어붙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노사정은 투쟁의 힘으로 얻어낸 거라고 봐야 해요. ‘정부가 노사정이란 틀로 노동운동을 끌어들여 조정하려 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기보다 이를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논쟁과 토론을 통해 조합 전체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계속 이런 상태가 진행되면 민주노총은 틀에는 안 들어가고 만날 거리투쟁만 하는 조직으로 비쳐져 대중의 지지를 잃게 돼요. 일선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인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조합원의 지시와 요구를 가지고 틀 안에 들어가면 충분히 싸워낼 수 있어요.

    =사회적 교섭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노조의 권리와 이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대자본 교섭력을 높이는 방식이 될 수 있죠. 하지만 한편으론 법령과 제도에 묶여 결국은 우위에 있는 권력과 자본에 포섭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중층적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 결국 노사정위에 복귀하려는 수순이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건 이번 일이 터지면서 국민들 기억엔 민주노총 내부에서 왜 싸웠는지는 온데간데 없고 민주노총이 싸운 이미지만 남았다는 거예요. 지도부가 다양한 형태의 중층적 사회적 교섭의 틀을 짜겠다는 신중한 접근을 표방했으면 여기에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 등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교섭력을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해요.

    조승수 ‘민주노총 쌈질만’ 이미지 안타까워

    이석행 총파업만으론 노동악법 막지 못해

    전순옥 조합원 저지 집행부 회유될 수 없어

    =중층적 사회적 교섭 틀 만들자고 해서 교섭만 하자는 게 아닙니다. 1월20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앞으로 2년간 투쟁계획을 이미 결정했어요. 투쟁 없는 교섭은 그야말로 자본과 권력에 예속되는 길이죠. 지금은 바뀌었지만 원래 정부 방침은 2월 임시국회 때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다는 것이었어요. 집행부는 다소 무리해서라도 비정규 악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봤죠. 사회적 교섭 틀을 만들어 악법을 이 틀로 가져오려는 수순을 밟는 거라고 홍보했지만 반대 세력은 노사정위로 들어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왜곡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중앙에서 뭘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교섭 틀이 만들어지면 중요한 의제나 결론은 조합원에게 충분히 알리고 총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총 혼자 힘 가지고는 극복하지 못해요.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민중운동진영이 함께 해야죠. 정부가 비정규직법은 보호법이라고 하면 끄덕끄덕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낱낱이 파헤쳐서 진짜 뭐가 문제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내놔야죠. 이제까지 총파업 여러번 했지만 경제특구, 주5일제 아무 것도 저지 못했어요. 대중에게 전망을 줘야 파업도 가능한 거예요.

    =1970년대 여성사업장에서는 전체 조합원 3천~4천명이 노조 지도부가 어떤 문제로 교섭에 언제 들어가는지 알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노조에서 뭘 따주겠다고 제시한 게 아니라 소그룹, 중간그룹, 전체 토론을 통해 조합원들이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걸러져 집행부로 올라왔거든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집행부는 절대 회유될 수 없어요. 노조의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의 철저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안건이 나오고 교섭이 이뤄진 거죠. 신뢰할 수 있는 지도부가 되는 게 중요한데 이는 평소 조합 활동을 통해 쌓아가야 합니다. 그 힘으로 투쟁하는 거죠.

    =사회적 교섭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법도 있고 정부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도 치고 들어올 건데 총파업으로 계속 저지만 할 수 있을까요?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 틀을 전술적으로 활용해서 내년 노동절에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비정규 해결을 위한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농민회도 같이 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이제까지는 장관 면담 요청해서 만나면 교섭이 아니니까 장관이 ‘예,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끝이었어요. 이렇게 대책이 없어선 안되요. 제도적으로 교섭을 강제해야죠.

    =이 문제에 대해선 민주노총 안에서도 해석이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주요한 의견을 달리하는 그룹들이 민주노총 정책실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 대책이 있나요?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분도 정책실 구성원에 포함돼 있습니다. 거기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집행부가 일률적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무처 안에도 여러 가지 주장을 펼치는 분들이 있어요. 각 실별로도 토론회를 권장하는데 잘 안됩니다. ‘아닌 것에 대해 왜 토론하느냐’는 자세가 배어있는 것이죠.

    이 사무총장은 비정규직법을 중층적 사회적 교섭 틀로 끌어내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또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엔 무관심하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불법파견이 1만명 이상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하청으로 돌려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누적된 데는 노조가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대신 그 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회사와 합의해준 것에도 책임이 있죠. 지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엄청나게 힘들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현대자동차 노조 전직위원장들이 다 사과했죠. 대기업 노동자 스스로 머리로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 노동운동의 존폐가 걸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이 느는 건 정규직 자리가 서서히 없어지는 건데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문제가 곧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걸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노동시장은 여성, 남성, 자국, 이주,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많이 갈라져 있는데 이럴수록 자본이 조정하기가 더 쉬워져요. 정규직이 투쟁해도 비정규직이 많으니까 공장은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비정규직을 조직해내야죠. 민주노총도 그런 조직력을 가지고 사회적 교섭을 같이 해가지 못하면 위기에 봉착할 겁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당이고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악의적이고 왜곡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정치적으로 수렴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실천해 왔느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해야죠. 비정규직법안이 상정되면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명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이 문제만큼은 어떤 욕을 먹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어요.

    =지난해 10월10일 ‘비정규 노동법 개악법안 저지 결의대회’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발로 뛰어 정규직만 1만명을 조직했습니다. 11월26일 총파업 때도 15만7천명이 파업에 참여했죠. 또 올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50억원을 마련하기로 대의원들이 결의했습니다.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죠. 비정규 동지들은 정규직이 무기한 총파업을 해주기를 바라는데 우리 실력이 안 됩니다. 그래서 교섭 틀로 비정규직법을 가지고 나와 투쟁준비를 해서 제대로 붙으려고 했던 거죠. 비정규직을 노조가 껴안는 방법은 산별이 되는 겁니다. 하나의 규약이 모든 노동자에 적용되는 하나의 조직으로 가면 해결됩니다. 또 기업별 노조라도 규약을 바꿔 노조에 비정규직이 직접 가입하도록 하면 상황은 확 달라지죠. 정규직이 원하지 않을 거란 우려가 있는데 훈련하고 충분히 이해시키면 가능하죠. 올해 민주노총 사업계획에도 있고요. 비정규직 관련 총파업할 때 모인 15만7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3천명밖에 안됐어요. 나머진 정규직이었죠.

    =힘을 산별로 분산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원활한 교섭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한데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산별로 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건지요? 제 생각엔 산업구조가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노조, 일반노조 등 다양한 조직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산별의 폭을 넓히고 각 분과를 제대로 운영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민주노총 70만명은 대단히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다른 나라나 전체 한국 노동자 수에 비해선 그렇지 않죠. 여러 개로 나누기보다 굵직굵직하게 산별화해도 크게 무리가 없죠. 말씀하신대로 일반노조, 지역노조 다양하게 구성해서 지역노조가 영세 중소기업의 노동자까지 포괄하게 하는 데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간부들과 조합원이 결심해야 해요. 1~2년 안에 크게 진전이 되어야 합니다.

    이/ 조직혁신위 가동…노조자정능력 믿어
    조/ 노동자성 회복 민주원칙 재무장해야
    전/ 지도부 도덕성찾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2003년 5월에 독일 공공사회서비스노조(베르디)가 세계 최대 노조가 됐습니다. 몇가지 소규모 산별을 통합했죠. 스웨덴도 마찬가지로 통합하고 있고요. 노동운동이 발전해 가면서 산별을 거점으로 대규모화하는 추세입니다. 우리의 일반노조, 지역노조는 산별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어요, 그런 과정이 필요하겠죠. 덧붙여 이 사무총장님이 일반 노조에 비정규직이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현대자동차 노조도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그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폭력사태나 비리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많이 끼쳤지만 노조엔 자정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노총에서도 조직혁신위를 가동해 조합원의 민주적 의견이 결정력을 갖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전체 단위노조를 포함해서 자정신고센터를 둬 부도덕성을 고발하도록 할 거예요.

    =자정신고센터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이 원래 노동자성을 회복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재무장하도록 내부 교육이 필요하겠죠.

    =노조 지도부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도덕성을 회복해야죠. 노조를 권력으로 생각하지 말고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리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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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mas 2005-03-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앞으로는 신문기사도 퍼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링크만 해야 한다고 하던데, 버릇이 돼서 ...

    balmas 2005-03-0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가 돼있는 김세균 교수의 [사회적 합의주의 체제-누구를 위한 것인가]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릴케 현상 2005-03-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촌 동생이 현대자동차 졍규직노동자^^인데 설때 만났더니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이랑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바람에 명절 때 연장근무를 했다고 투덜거리더군요(우리집안에서 젤 출세한 애예요^^)

    balmas 2005-03-0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직들 분위기가 어떤지 알겠군요 ... 씁쓸 ...

    2005-03-10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3-1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게 아직요 ... -_-a
     
     전출처 : 로드무비 > 오후두시 로드무비 이벤트에 오실거죠

    17700  되는 날, 오늘 오후 두 시 잊지 않으셨죠? 이벤트 하다보면 17777도 금방 되겠죠, 뭐.  최근에 이벤트 중의 이벤트로 떠오른 4.4. 댓글놀이, 부디 많은 분이 참석하시어 문재(文才)와 기지를 뽐내주시고 잠시나마 알라딘 서재인들의 웃음만발한 미팅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억해 주세요.^^

     


    미국 뉴욕 마천루 철강노동자들의 점심시간 언저리.( '런치타임' 사진인줄 알았더니 도시락이 안보이네)

    17777 캡쳐 제일 먼저 누가 해주실지도 기대됩니다. 잊지 마시라고 한마디 덧붙입니다.ㅎㅎ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30491

    (17777 이벤트 관련 페이퍼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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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무비 2005-03-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간다고 두번말씀 하시더니
    추천수가 변화없네 어떻게된 일이랑가^^

    chika 2005-03-0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언제 스님이 되셨나요? 스니임~ 성불하소서~^^

    balmas 2005-03-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무슨 이런일이 아직잠이 덜깼구나
    달마잠이 덜깼구나 바로바로 추천하죠

    balmas 2005-03-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께 감사감사 이왕이면 추천하나
    때려주소 먼데서온 달마스님 섭섭찮게

    초록콩 2005-03-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게 누구신가 발마스님 달마스님
    찬바람에 정신차려 다시봐도 헷갈이네

    balmas 2005-03-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이런 성공이네 주인장들 헷갈리니
    변신술의 성공일세 발마스는 이제없소

    로드무비 2005-03-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가옵니다 님도추천 잊지마소
    발마스든 달마스든 나는상관 없당게요

    chika 2005-03-0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마스님 성불위해 추천한방 날리오니
    성불하여 부처되면 치카나를 잊지마소~ ^^

    urblue 2005-03-0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누군가 했답니다. 달마스라니..허..-_-

    하이드 2005-03-0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딱이야~ 제가 즐찾요약에 달마스님 떠서 정말 깜딱이야~
    했답니다. ^^a

    balmas 2005-03-0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깜딱 하셨을까? 이유를 모르겠네 ... ^^;;;

    2005-03-04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3-0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그러고 보니 정말 헷갈렸군요. 가서 고쳐야지~

    로드무비 2005-03-0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마스님 자취보고 반가워서 달려왔네
    발마스님도 달마스님 이름으로 방 하나 더 만드심이 어떨지요?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balmas 2005-03-0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하나 더 만들까요?
     
     전출처 : 인간아 > 이벤트 캡쳐 전용 페이퍼!!

    알려드립니다. 이벤트를 위해 이 페이퍼를 만듭니다.

    앞으로 1만이 되려면 84분이 남았네요. 내일 즈음에 도달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만 캡쳐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의를 위해서 이 공간의 캡쳐만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캡쳐를 해주시고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께서 원하시는 책을 말씀해주시고 주소를 주인장보기로 달아주시는 것도 이 페이퍼 아래에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알라디너 분들께서 고르신 책이 중복될 경우 이 공간에서 서로의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고 협상하기도 하는 공간 역시 이 페이퍼로 하겠습니다.

    좋고 상큼한 봄날입니다. 다들 즐겁고 평안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귀한 시간을 변변치 않은 이벤트에 쓰게 해드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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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출판 : 도서출판 길 '코기토총서’ 펴내
    인문출판의 ‘자생성’

    2005년 02월 22일   강성민 기자 이메일 보내기

    웬만한 학자들에게 도서출판 길의 이승우 씨(사진)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는 한길사의 간판 총서인 ‘한길그레이트북스’를 비롯해 김상봉, 이삼성 등의 학자를 주목케 한 ‘신인문총서’, ‘위대한 한국인 총서’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그가 한길사를 그만두고 독립한 것은 지난 2003년 중반이었고 2003년 말 첫 책으로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을 펴냈다. “인문출판에서 확실한 내 색깔을 내고 싶다”라는 게 독립의 이유였고, 지난 1년여간 부지런히 번역학술서 3권, 국내학술서 1권을 펴냈다. 특히 이운구 성균관대 교수의 ‘동아시아 비판사상의 뿌리’는 평생 제자철학을 연구해온 원로교수의 내공이 담긴 제자사상의 포괄적 조명서였다.


    1인 출판으로 이 정도 실적이라면 한길사에서 키운 내공이 대단하다 하겠지만 그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코기토총서’라는 어마어마한 학술프로젝트를 들고 학자들 앞에 나타났다.


    “한길그레이트북스를 마무리 못하고 나와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정통인문학의 베이스를 까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겠더군요. 예전의 실수들을 거울 삼아 고전들을 펴낼 생각입니다.”


    ‘장자Ⅰ’라는 신간을 품에 안은 채 그가 꺼낸 첫마디다. 알다시피 ‘장자’는 십수종 넘게 번역돼 있지만 대부분 문학 전공자의 번역이고 철학전공자에 의한 것은 전무했다. 이번 번역은 장자를 30년 동안 연구하고 올해 정년을 맞는 이강수 연세대 교수가 본격적으로 착수해 완성한 책이다. ‘장자’를 內篇, 外篇, 雜篇의 세권으로 나눠서 두툼하게 펴내는데, 외편과 잡편은 6월경 완간된다.


    이 책의 강점은 곽상, 성현영, 최선, 상수, 사마표, 선영 등의 정통적인 옛 주석서와 조초기, 왕숙민, 전목 등이 이룬 현대의 연구성과들을 토대로 종합하고 정리하면서 한 글자 한 구절을 꼼꼼하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분장을 하고 대의를 정리해 원문의 흐름을 알기 쉽고, 한글로 음역하고 전공자들도 많이 틀리는 정확한 ‘현토’를 달아 율동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게 했다. 이 책 한권이면 ‘장자’는 다른 텍스트가 필요 없게끔 작업을 했다는 것.


    “우리 번역의 문제는 ‘결정판’이 없다는 겁니다. 중역, 오역, 비전공 번역 등 한가지씩 걸리죠. 제 꿈은 결정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코기토총서는 현재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와 맑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아도르노의 책은  최문규 연세대 교수(독문학) 번역으로 솔출판사에서 나왔지만(‘한줌의 도덕’) 번역 문제가 많아 전공자인 김유동 교수가 다시 맡았고, ‘공산당선언’은 백산서당판, 박종철출판사판, 책세상문고판이 번역이 잘 돼 있지만 또 내는 이유로 그는 “영한대역은 물론, 독일어 원문도 병행해 싣고, 특히 1998년 에릭 홉스봄이 장문으로 발표했던 ‘공산당선언’ 해제를 자세한 해설과 함께 게재하려 합니다”고 설명한다.


    그 외에도 불교학자인 고유섭 동국대 교수가 일연의 ‘삼국유사’를 국내 최초로 불교사상적 측면을 꼼꼼히 고려해 번역에 착수했고, 영어판 중역인 까치판 ‘군주론’을 마키아벨리에 정통한 곽차섭 부산대 교수가 번역하고 있다. 또한 칸트가 자신의 미학이 ‘긴가민가’ 할 때 자주 참고한,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보수 사상가로만 알려진 에드먼드 버크의 미학저술과 바흐친의 뛰어난 논문들을 모아놓은 ‘말의 미학’도 잡혀있다.


    만약 창비나 한길사가 이런 작업을 한다면 그건 큰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1인 출판으로 이만큼 큰 출판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한국 인문출판의 자생성을 다이내믹하게 보여주는 현장인지라 감동적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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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드 2005-03-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오면 열심히 사야겠군요. 아;; 당장 안 읽어도, 이런 책 많이많이 사줘서 ( 그리곤 언젠간 틀림없이 분명히 절대로 읽겠지요) 자꾸자꾸 더 많이 나오게 해야해요.

    balmas 2005-03-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하이드님, 그 말이 정답이군요.^^

    마늘빵 2005-03-03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런건 빨리빨리 사줘야되요. 금방 절판되거든요.

    balmas 2005-03-0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프락사스님, 그렇죠?? 좋은 책들을 너무 쉽게 절판시키는 못된 관행이 있죠.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중고서점 체계가 제대로 안잡혀 있는 나라에서 신간이 그렇게 빨리 절판되면, 독자들은 어쩌라고~~~~~

    사량 2005-03-0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홉스봄이 쓴 [공산당선언] 서문(verso 버전일 겁니다)은 이미 번역되어 인터넷에 돌고 있는데, 이야, 전투력을 마구 상승시키는 명문입니다. -_- b 강유원 씨 등이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새로 출간된다는 책의 번역자도 같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nemuko 2005-03-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책 신문기사서 보고 사려고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그렇군요 절판되기전에 얼른 사야겠군요.... 글구. 발마스님 저 이 기사 좀 빌려갈께요^^ 저도 발마스님처럼 추천 꾸욱 누릅니다~~

    balmas 2005-03-0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량님, [공산당 선언]은 이미 여러권 번역이 나와 있지만, 새 번역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죠.^^
    네무코님, 히히, 추천 감사합니다. [장자]는 저도 아직 사지는 않았는데 빨리 사보고 싶은 책 중 하나랍니다. 이강수 선생님은 제가 강의를 직접 들었던 분이기도 하거든요.^^

    로쟈 2005-03-0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 출판이라는 게 놀랍군요(믿기지 않다고 해야 하나).^^ 적어도 3-4명은 일하는 출판사로 생각했었는데...

    balmas 2005-03-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은 오랜만에 오셨네요. 한동안 올라오는 글이 없어서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1인 출판이라니, 저도 좀 놀랐습니다. 아마도 비용 절감이 큰 이유였겠죠. 대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