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빗길 선 한국 노동운동


△ (왼쪽부터)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소장,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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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운동은 위기에 빠졌나? 악재가 엎친 데 덮쳤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에 노조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선 시너병이 나뒹굴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팽팽한 갈등은 여전하고 이달 중순쯤 치러질 대의원대회에서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문제는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나?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센터 소장이 지난달 18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토론을 벌였다.

    이석행 “노-정·노-사 새틀 짜자는 것”

    전순옥 “현장 요구담아 교섭 틀 가야”

    조승수 “비정규직 법안 모든 수단 저지”

    어렵사리 시간을 낸 세 사람에게 우선 기아차 채용비리나 대의원대회 상황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물었다.

    전순옥=기아차 노조 간부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건엔 역사적인 맥락과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80년대까지 임금인상 등 경제투쟁밖에 할 수 없었어요. 90년대로 넘어와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죠. 또 노사관계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을 회유, 압박하며 그물을 쳐두는데 알게 모르게 노동운동이 이를 넘어서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원인은 역사적인 맥락이나 노사관계에 있지만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의 문제를 바라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조승수=기아차 비리 문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거고 누가 보더라도 잘못한 거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문화에 노조까지 오염된 거고요. 그런데 최근 언론 등이 경제 사정의 악화를 이유로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어요.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사실 그전부터 일정 부분 관행화됐던 걸 시기에 맞춰 부각시킨 성격도 강하죠.

    =기아자동차 채용 비리는 이미 알려져 있었던 걸 자본이 노조를 탄압하는 데 사용했다고 하시는데 그럼 민주노총만 모르는 게 말이 되나요?

    =추천권 문제는 조금씩 있었지만 고액의 돈과 결부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안 됐을지 모르죠.

    =지도부가 미연에 방지했어야죠. 알면서도 흐지부지 넘겨 노동운동이 큰 타격을 입도록 놔둔 건 상부조직인 민주노총의 책임입니다.

    이석행=조합원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광주지역에서 그런 설이 있어서 연말에 기아자동차 집행부한테 조사하라고 했고 우리 집행부가 내려가서 확인도 했지만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했어요. 혹시 몰라 회사 쪽에 노조에서 추천한 사람들은 입사시키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민주 노동운동은 도덕성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순간 구실을 잃어버리는 거죠. 사회 환경도 탓할 수 있겠지만 운동이 질적인 발전을 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큽니다. 언제부터인가 조합원의 권력을 집행부가 남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죠. 권력은 조합원에게 있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계속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

    =산별로의 질적 전환을 꾀하지 못하고 노동운동이 정체되면서 생겨나는 권력화 문제는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대기업 노조에서 현장 조직별로 대의원을 준비해서 선거에 임합니다. 조합원들에겐 자신의 의사가 얼마나 대변되느냐가 중요한데 대의기구인 대의원대회가 현장 조직별 세력 분포로 구성돼 버리죠.

    전/ ‘채용비리’ 결국 민주노총 책임
    조/ 일부 언론 불경기이유 노조 공세
    이/ 한국 노동운동 질적발전 못한 탓

    =그런데 이수호 위원장 체제가 출범할 당시 기대와는 달리 이 집행부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나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됐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2월 당선된 뒤 3월3일 중앙위원회를 처음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지도부를 믿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어요. 사업도 하기 전에 인정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난해 보건의료 산별 총파업까지 하는 등 소신껏 했어요. 4·15총선 때는 공동선대본부도 만들어 성과도 냈고요. 그런데도 회의를 하면 언제나 불신한다는 겁니다. 일단 지도부가 출범하면 반대했든 찬성했든 권력과 자본에 맞서 혼연일체가 돼 대응하고 싸우는 게 노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이 크게 터져 나왔지만 중앙위원회에서 거의 비슷한 사태가 여러 번 있었어요.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항거하는 소수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데 노조 내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토론을 많이 안 했다고 하는데 이번 안건은 3년동안 반복해서 논의해 온 거예요.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치적인 진로가 틀어막혀 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봅니다. 1987년 뒤 노동운동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했으니 지금쯤이면 많은 의제들을 산별에서 교섭으로 해결해야 되는데도 총연맹이 사회적 의제부터 단위 사업장 문제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또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노조에서조차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가지 못한 건 민주주의 훈련의 천박성을 드러낸 겁니다.

    =1987년 민주노조 운동이 일어나면서 서너 달만에 노조가 3천여개 만들어졌어요. 말은 민주인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소양은 체계적으로 쌓지 못한 부분이 다소 있었죠. 노조활동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서 옆 공장에서 만드니까 따라 만들어 위원장이 되고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보다 먼저 권력을 맛보게 된 겁니다. 위원장이 되면 전임제로 임금을 받고 일 안하니까 현장과 괴리감이 생기고요. 이 상황에서 계속 권력을 쟁취하려다보니 계파들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합리적이지 못해도 강하게 주장해야 민주고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상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봐요.

    =이야기가 너무 자학적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실 우리사회에서 노조만큼 민주주의를 기본적으로 성실하게 실천하는 데도 드물어요. 대의원회의에 가면 국회에 못지않게 회의 진행법 등은 굉장히 원숙하죠. 이번 대의원대회 사태는 도덕적 우월주의가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독재정권의 탄압을 견디고 싸우면서 노동운동 쪽은 항상 도덕적 우월주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산별 노조 등 여러가지 과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모순이 응축된 가운데 특정 부류는 도덕적 우월주의를 앞세웠다고 봅니다. ‘이 대회를 무산시켜 사회적 교섭을 막는 것이 운동의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 거죠.

    =만약 전체 노동자를 생각했다면 그런 행동은 절대 나올 수 없어요. 노동운동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까? 이제까지 정부에서나 자본가들은 노동운동이 폭력적이라고 매도해왔는데 이걸 스스로 증명해준 꼴밖에 안됐죠.

    =민주노총은 노사정에 복귀하려는 게 아니라 노·정, 노·사 등 중층적 구조로 새로운 교섭의 틀을 짜자는 겁니다. 지도부가 충분하게 설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선 책임감을 느껴요. 그런데 중층적 교섭기구는 이전 지도부도 시도했던 거고 원래는 지난해 하반기에 최종결정하기로 중앙위에서 결의하기도 했어요. 중앙위원들이 토론을 더하자고 요구해서 6개월의 시간을 더 줬죠. 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들은 모릅니다. 토론을 방기한 거예요.

    이/ 민주주의 훈련덜돼 대의원대회 사태
    전/ 전체 노동자 생각했다면 그랬을까
    조/ 노조운동 정치적 진로 봉쇄때문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영국 상황을 예로 들고 싶은데요. 1979년부터 대처가 노동운동을 탄압하면서 1300만명에 이르렀던 조직이 740만명 규모로 줄었어요. 그리고 18년 동안 노동당이 집권하길 기다렸는데 사실상 그동안 운동을 방기했죠. 하지만 노동당이 집권한 뒤에도 파트너 관계는 형성되지 않고 있어요. 1975~79년 노동당이 계속 대화구조를 만들자고 했는데도 노조가 힘으로만 밀어붙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노사정은 투쟁의 힘으로 얻어낸 거라고 봐야 해요. ‘정부가 노사정이란 틀로 노동운동을 끌어들여 조정하려 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기보다 이를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논쟁과 토론을 통해 조합 전체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계속 이런 상태가 진행되면 민주노총은 틀에는 안 들어가고 만날 거리투쟁만 하는 조직으로 비쳐져 대중의 지지를 잃게 돼요. 일선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인지 철저하게 고민하고 조합원의 지시와 요구를 가지고 틀 안에 들어가면 충분히 싸워낼 수 있어요.

    =사회적 교섭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노조의 권리와 이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대자본 교섭력을 높이는 방식이 될 수 있죠. 하지만 한편으론 법령과 제도에 묶여 결국은 우위에 있는 권력과 자본에 포섭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중층적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 결국 노사정위에 복귀하려는 수순이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건 이번 일이 터지면서 국민들 기억엔 민주노총 내부에서 왜 싸웠는지는 온데간데 없고 민주노총이 싸운 이미지만 남았다는 거예요. 지도부가 다양한 형태의 중층적 사회적 교섭의 틀을 짜겠다는 신중한 접근을 표방했으면 여기에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 등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교섭력을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해요.

    조승수 ‘민주노총 쌈질만’ 이미지 안타까워

    이석행 총파업만으론 노동악법 막지 못해

    전순옥 조합원 저지 집행부 회유될 수 없어

    =중층적 사회적 교섭 틀 만들자고 해서 교섭만 하자는 게 아닙니다. 1월20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앞으로 2년간 투쟁계획을 이미 결정했어요. 투쟁 없는 교섭은 그야말로 자본과 권력에 예속되는 길이죠. 지금은 바뀌었지만 원래 정부 방침은 2월 임시국회 때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다는 것이었어요. 집행부는 다소 무리해서라도 비정규 악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봤죠. 사회적 교섭 틀을 만들어 악법을 이 틀로 가져오려는 수순을 밟는 거라고 홍보했지만 반대 세력은 노사정위로 들어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왜곡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중앙에서 뭘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교섭 틀이 만들어지면 중요한 의제나 결론은 조합원에게 충분히 알리고 총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노총 혼자 힘 가지고는 극복하지 못해요.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민중운동진영이 함께 해야죠. 정부가 비정규직법은 보호법이라고 하면 끄덕끄덕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낱낱이 파헤쳐서 진짜 뭐가 문제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내놔야죠. 이제까지 총파업 여러번 했지만 경제특구, 주5일제 아무 것도 저지 못했어요. 대중에게 전망을 줘야 파업도 가능한 거예요.

    =1970년대 여성사업장에서는 전체 조합원 3천~4천명이 노조 지도부가 어떤 문제로 교섭에 언제 들어가는지 알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노조에서 뭘 따주겠다고 제시한 게 아니라 소그룹, 중간그룹, 전체 토론을 통해 조합원들이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걸러져 집행부로 올라왔거든요.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집행부는 절대 회유될 수 없어요. 노조의 지도부와 조합원 사이의 철저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안건이 나오고 교섭이 이뤄진 거죠. 신뢰할 수 있는 지도부가 되는 게 중요한데 이는 평소 조합 활동을 통해 쌓아가야 합니다. 그 힘으로 투쟁하는 거죠.

    =사회적 교섭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법도 있고 정부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도 치고 들어올 건데 총파업으로 계속 저지만 할 수 있을까요?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 틀을 전술적으로 활용해서 내년 노동절에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비정규 해결을 위한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농민회도 같이 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이제까지는 장관 면담 요청해서 만나면 교섭이 아니니까 장관이 ‘예,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끝이었어요. 이렇게 대책이 없어선 안되요. 제도적으로 교섭을 강제해야죠.

    =이 문제에 대해선 민주노총 안에서도 해석이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주요한 의견을 달리하는 그룹들이 민주노총 정책실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 대책이 있나요?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분도 정책실 구성원에 포함돼 있습니다. 거기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집행부가 일률적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무처 안에도 여러 가지 주장을 펼치는 분들이 있어요. 각 실별로도 토론회를 권장하는데 잘 안됩니다. ‘아닌 것에 대해 왜 토론하느냐’는 자세가 배어있는 것이죠.

    이 사무총장은 비정규직법을 중층적 사회적 교섭 틀로 끌어내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또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엔 무관심하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도 구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불법파견이 1만명 이상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하청으로 돌려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누적된 데는 노조가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대신 그 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회사와 합의해준 것에도 책임이 있죠. 지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엄청나게 힘들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현대자동차 노조 전직위원장들이 다 사과했죠. 대기업 노동자 스스로 머리로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 노동운동의 존폐가 걸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이 느는 건 정규직 자리가 서서히 없어지는 건데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문제가 곧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걸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노동시장은 여성, 남성, 자국, 이주,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많이 갈라져 있는데 이럴수록 자본이 조정하기가 더 쉬워져요. 정규직이 투쟁해도 비정규직이 많으니까 공장은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비정규직을 조직해내야죠. 민주노총도 그런 조직력을 가지고 사회적 교섭을 같이 해가지 못하면 위기에 봉착할 겁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당이고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악의적이고 왜곡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정치적으로 수렴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실천해 왔느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해야죠. 비정규직법안이 상정되면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명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이 문제만큼은 어떤 욕을 먹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어요.

    =지난해 10월10일 ‘비정규 노동법 개악법안 저지 결의대회’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발로 뛰어 정규직만 1만명을 조직했습니다. 11월26일 총파업 때도 15만7천명이 파업에 참여했죠. 또 올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50억원을 마련하기로 대의원들이 결의했습니다.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죠. 비정규 동지들은 정규직이 무기한 총파업을 해주기를 바라는데 우리 실력이 안 됩니다. 그래서 교섭 틀로 비정규직법을 가지고 나와 투쟁준비를 해서 제대로 붙으려고 했던 거죠. 비정규직을 노조가 껴안는 방법은 산별이 되는 겁니다. 하나의 규약이 모든 노동자에 적용되는 하나의 조직으로 가면 해결됩니다. 또 기업별 노조라도 규약을 바꿔 노조에 비정규직이 직접 가입하도록 하면 상황은 확 달라지죠. 정규직이 원하지 않을 거란 우려가 있는데 훈련하고 충분히 이해시키면 가능하죠. 올해 민주노총 사업계획에도 있고요. 비정규직 관련 총파업할 때 모인 15만7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3천명밖에 안됐어요. 나머진 정규직이었죠.

    =힘을 산별로 분산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원활한 교섭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한데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산별로 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건지요? 제 생각엔 산업구조가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노조, 일반노조 등 다양한 조직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산별의 폭을 넓히고 각 분과를 제대로 운영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민주노총 70만명은 대단히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다른 나라나 전체 한국 노동자 수에 비해선 그렇지 않죠. 여러 개로 나누기보다 굵직굵직하게 산별화해도 크게 무리가 없죠. 말씀하신대로 일반노조, 지역노조 다양하게 구성해서 지역노조가 영세 중소기업의 노동자까지 포괄하게 하는 데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간부들과 조합원이 결심해야 해요. 1~2년 안에 크게 진전이 되어야 합니다.

    이/ 조직혁신위 가동…노조자정능력 믿어
    조/ 노동자성 회복 민주원칙 재무장해야
    전/ 지도부 도덕성찾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2003년 5월에 독일 공공사회서비스노조(베르디)가 세계 최대 노조가 됐습니다. 몇가지 소규모 산별을 통합했죠. 스웨덴도 마찬가지로 통합하고 있고요. 노동운동이 발전해 가면서 산별을 거점으로 대규모화하는 추세입니다. 우리의 일반노조, 지역노조는 산별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어요, 그런 과정이 필요하겠죠. 덧붙여 이 사무총장님이 일반 노조에 비정규직이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현대자동차 노조도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그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폭력사태나 비리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많이 끼쳤지만 노조엔 자정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노총에서도 조직혁신위를 가동해 조합원의 민주적 의견이 결정력을 갖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전체 단위노조를 포함해서 자정신고센터를 둬 부도덕성을 고발하도록 할 거예요.

    =자정신고센터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이 원래 노동자성을 회복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재무장하도록 내부 교육이 필요하겠죠.

    =노조 지도부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도덕성을 회복해야죠. 노조를 권력으로 생각하지 말고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리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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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mas 2005-03-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앞으로는 신문기사도 퍼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링크만 해야 한다고 하던데, 버릇이 돼서 ...

    balmas 2005-03-0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가 돼있는 김세균 교수의 [사회적 합의주의 체제-누구를 위한 것인가]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릴케 현상 2005-03-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촌 동생이 현대자동차 졍규직노동자^^인데 설때 만났더니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이랑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바람에 명절 때 연장근무를 했다고 투덜거리더군요(우리집안에서 젤 출세한 애예요^^)

    balmas 2005-03-0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직들 분위기가 어떤지 알겠군요 ... 씁쓸 ...

    2005-03-10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3-1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게 아직요 ...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