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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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는 들었으되, 정확하게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지 몰랐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해준 책이었다. ‘공정무역’하면 흔히 ‘커피’나 ‘축구공’을 떠올렸는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공정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무역에서는 ‘물질’이 중심이지만 공정무역에서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생산자들은 제품을 연민과 동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면 좋겠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환영(p.23)한다는 말은 공정무역에 대해 내가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책에는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이 나온다. 저자가 13개 나라를 다니며 공정무역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현장에서 공정무역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기 때문에 바깥에서 바라보는 ‘공정무역’에 대한 시선이 아닌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정무역도 사업이지 자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공정무역에 대해 품었던 생각의 일부는 ‘자선’에 가까웠다.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가 공정무역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열심히 일한 농민들의 생산품을 공정한 임금을 주고 사는 것이 공정무역이라고 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공정한 임금이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자신이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를 갖는 것으로 중간에서 누군가가 남의 성과를 가로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P.269)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그 가격의 극히 적은 일부만이 생산자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3세계에서 들어오는 물건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지의 원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농민들이 밭이나 논을 갈아엎기도 하고, 축산농가에서는 가축의 사료 값도 안 되는 가격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그것이 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이득은 생산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산지원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자꾸만 가격을 낮추다보면 농민들에게는 적은 수익금, 소비자들에게는 질 나쁜 상품이 돌아간다. (p.163) 이 책에서는 제품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생산자에게도 ‘공정한 몫’이 돌아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고 그것이 바로 공정무역의 핵심요소(P.283)라고 말한다.  

공정무역은 기본적으로 물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물건을 매개로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사는지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수요와 공급과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고 정해진다. (P.256) 

공정무역을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거래기 때문이다.  

요리전문가이자 TV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마이클 베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유전자 조작은 하지 않았는지, 동물들이 감염이 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공평하게 대우받고, 공정한 임금을 받으며, 안락한 삶을 살면서 그들의 자녀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무역”(p.199)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그로셀, 슈르잔, 부조디 공예마을, KMVS, 카트리 공동체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우한 여성들, 농부들, 생산자들에게 교육과 기술훈련을 제공하여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하여 경제적 자립의 바탕을 마련해주는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p.92)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한번 도와주는 것이 공정무역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p.143)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였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제품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정무역 인증제도도 있지만 누가 어떻게 인증하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인증제도가 오히려 대기업을 위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국제공정무역연합 IFAT에 가입하면 국제적으로 공정무역 조직이나 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3단계로 이루어진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자기평가 self-assessment’ 를 하는 것으로 2년에 한 번씩 자신들이 실제로 IFAT이 정한 기준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상호검증 peer review’으로 제출된 보고서를 IFAT웹사이트에 게시하고 모든 회우너들이 다른 단체의 보고서를 읽고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외부확인 external verification’으로 해마다 회원 중 약 10퍼센트가 외부 컨설턴트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FTO 마크를 통해 공정무역단체임을 확인하고, 그 단체에서 생산한 제품이 근로조건, 임금, 노동, 환경 등에서 공정무역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음을 보증한다. (p.213-215 요약) 이러한 모니터링 제도는 비용 절감, 민주성, 회원의 자발성, 혁신적이고 융통성이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모니터링이 불규칙하고 지속적이지 못한 점, 상호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실제로 교역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점 등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P.306-307요약) 결국은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가 투명한 경영을 통한 신뢰를 쌓아야 하고 우리(일반 소비자)는 그것을 믿고 공정무역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의 대부분이 제3세계의 생산자가 만든 것이고 그것을 원자재로 만든 것이므로 지역 생산자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영국의 켄트지역에서는 판매상품의 약 70%가 대부분 북쪽 켄트 지방에서 난 지역생산품이고 그밖에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들여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주로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한다. 공정무역제품과 지역제품이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리 크락 캔터베리 시장은 공정무역과 지역농민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캔터베리 지역 공정무역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인 리처드도 개발도상국의 농산품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우리 지역 농민들의 지역 농산품도 함께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관심을 가진 ‘공정여행’은 최근에 ‘착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공정여행은 윤리와 책임이 근간을 이루어서 윤리여행 또는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지인들과 함께 하고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현지인들은 농산물이나 수공예품을 판매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질적으로 좋은 관계, 공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골격으로 한다. 유형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같은 것도 공정무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저자가 각종 총회나 회의에 참석해서 보고 들은 것과 공정무역제품 생산지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점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내용이 많고, 정리가 되지 않고 산만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지, 공정무역을 하기 위해 생산자단체나 공정무역단체와 협의를 하는 과정인지가 불분명해서 (아니, 어쩌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려고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에 대한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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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잘난 나 - 자신감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
김정신 지음, 박선미 그림 / 소담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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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이다. 어린이를 위한 수많은 덕목 중에서도 이 책은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감이란 무엇일까? 자신감이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것도, 겁이 많은 것도, 친구 없이 외로운 것도 이런 자신감이 부족해서이다. 자기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있게 나서지도 못한다.

이 책에서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대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남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민정이, 울보 겁쟁이 용우,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외계인이라 불리는 소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친구를 사귀는 자신감,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신감, 그리고 남과 다름을 극복하는 자신감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학년은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엄마의 품을 벗어나 여러 친구들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어울려 함께 수업을 받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친구를 사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호의 엄마처럼 '공부를 잘 해야 친구가 많다'며 친구사귀기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기를 바라는 엄마들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호의 말처럼 '친구가 있어야 학교에 가고 싶고 공부도 즐거워지는 것'이다. 대호는 친구가 없는 외톨이가 되자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고자 한다. 투명인간은 아무도 보지 못하니까 누구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자신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호는 친구들이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대호 자신이 다른 친구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정호가 대호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그리고 소풍날 일어난 일을 계기로 대호는 아이들과 다시 친구가 된다. 대호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친구가 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자신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가 되어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민정이는 책을 좋아하고 책 내용도 많이 알고 있지만, 독서퀴즈왕은 언제나 영아 차지가 되어 속이 상한다. 민정이는 별명이 책벌레일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만, 아이들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게 된다. 그래서 독서퀴즈왕이 한번도 된 적이 없다. 이런 민정이 앞에 나타난 책벌레가 남 앞에서 자신감을 갖는 3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심호흡하기, 다른 아이들도 남앞에 서기 전에 떨린다는 것 알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옳다는 믿음갖기'.

용우는 도시에서 살다 시골에 왔다. 그래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그런 용우에게 예전에 잡았다가 놓아준 두꺼비가 나타나 용우의 두려움의 원인을 알려준다. 용우가 들었던 이상한 소리는 땃쥐와 지네가 싸우는 소리였고, 맹꽁이 소리,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행동 등, 알고나니 별 것 아닌 것들이었다. 즉 무서움은 자기 마음에서 오는 것이므로 그것의 실체를 알게 되면 하나도 무서울 게 없다.

소라는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아이들은 외모가 다른 소라를 외계인이라 부르지만 소라는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 놓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아이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를 다룬 이야기가 점차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이 그 아이들의 관점보다는 그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쓴 글이 많다. (장애인을 다룬 글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들의 어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막연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의 소라에게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난히 밝고 활발한 소라에게서, 자신의 단점조차도 드러내놓고 극복해나가는 아이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 이야기가 남과 다름을 극복하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라가 아이들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은, 같은 반 아이의 동생을 잘 보살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읽은 다음, 우리집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올해는 우리집 아이도 유치원에 간다. 유치원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고, 남앞에 나서서 발표도 하고 이야기도 잘 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아이와 함께 며칠 전 벡스코에서 하는 '도전지구탐험대와 버블매직쇼'에 가서 무섭게 보이는 동물들도 만져보고, 스스로 무대 앞에도 나가보는 등 자신감을 표현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해보기로 했고, 한솔이는 그것을 아주 잘 해내었다. 유치원에 가서도 잘해내기를 기대해본다.

<비어디 드래곤을 팔에 올려놓은 한솔이> 



<버블매직쇼에 나간 한솔이> 



 
남 앞에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버블쇼 진행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이들. 한솔이는,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했다. (엄마만 알아듣는다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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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파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0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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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부터인가, 아이의 입에서 "비밀이야"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겨우 40개월짜리 꼬마녀석에게 무슨 비밀이 생긴 걸까? 때로는 "비밀봉투야!"라고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하고, "이건 비밀이니까 보면 안돼."라고 다짐을 받아두기도 한다. 내가 볼 때는 아무런 비밀이 아닌 것 같은데, 아이에게는 그것이 대단한 비밀이 되어 있다.


이번에 보게 된 존 버닝햄의 [비밀파티]는 아이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리 일레인네 집에 있는 말콤이라는 고양이는 밤마다 외출을 했다가 아침이면 돌아와 낮잠을 잔다. 그냥 고양이의 습성이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지만, 마리 일레인에게는 무척 궁금한 일이다.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


어느 여름날 밤 마리 일레인은 고양이 말콤이 멋진 옷과 모자로 근사하게 차려입고 있는 모습을 본다. '여름밤'은 꿈꾸기 좋은 밤이고,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밤이다. 마리 일레인에게도 그날 밤은 특별한 밤이 되었다. 말콤과 함께 고양이들의 비밀파티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파티복으로 갈아입고, 고양이처럼 몸이 작아진 마리 일레인, 그리고 자다 깬 꼬마 노먼 코왈스키까지 고양이들의 파티에 따라 간다.


만약, 내가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 저런 모습의 고양이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조끼를 입고 시계를 든 토끼를 쫓아가듯, 마리 일레인과 노먼 코왈스키가 고양이 말콤을 쫓아가듯 그렇게 따라나설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내 눈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나타나지도 않았겠지만, 나타났다 한들 알아보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왜냐면, 나는, 토끼가, 고양이가 그렇게 돌아다닐 것이라고 믿지 않는 어른이니까.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에는, 왜? 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환상은 그 범위를 점점 확대할 수 있고,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비밀파티]의 내용은 경계가 없다. 어디가 환상인지, 어디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고양이 말콤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마리 일레인과 노먼 코왈스키도 말콤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다. 개들이 뒤쫓아오는 위험을 뒤로 하고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자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들이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두운 밤의 색과 대조되는 밝고 화려한 옷을 입은 고양이들과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한밤의 파티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아침이 밝아오고, 집으로 돌아온 마리 일레인은 말콤과 함께 했던 파티를 비밀로 하기로 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나는 우리 집 아이가 비밀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굳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음을 느낀다. 그건 아이만의 즐거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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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월드 (부모용 지침서-1권, 워크 북-7장, 칼라 단어 스티커-5장, 낱말 카드-18장) - [영어,단어,글자,학습전문 DVD]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감독 / EBS교육방송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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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나오는 영어 DVD 중에서 최근에 한솔이가 자주 보는 것은 슈퍼와이와 워드월드이다. 우리집 텔레비전은 EBS방송채널이 잘 안나온다. (EBS-e는 물론 안나오고) 케이블방송을 보지 않는데다가, 일반방송도 깨끗하게 안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 보게 되는 방송을 한솔이가 좋아하면 교육용 DVD를 기다리게 된다. 이번에도 예약구매를 해서 구입을 했다. DVD가 온 첫날부터 열심히 워크북을 따라하는 중.

워드월드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사물이나 형태를 알파벳을 변형시켜 보여준다. 단어를 익히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구조이다. 한솔이가 워드월드를 통해 알게 된 단어는 잊어버리지도 않고 용케 기억을 한다. 일단 DVD의 내용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이 DVD의 구성은 DVD와 워크북, 스티커, 부모용지침서, 그림단어카드이다. 워크북에 활용할 수 있는 스티커이다. 워크북의 내용은 내 생각에 슈퍼와이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림단어카드는 알파벳 카드라 그냥 그렇다.

부모용지침서는, 사실 기대안하는게 좋다. 두페이지지만 실제로는 A41장 정도이다.
DVD에 8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어 양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아이가 워드월드를 평소에 재미나게 본 아이라면 후회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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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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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책은, 엄마의 관심이 더 커서 아이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엄마의 관심보다 아이의 눈길을 더 사로잡는 책이 있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를 처음 보았을 때, 작은 글자로 글의 내용이 많아서 (물론 글 없이 그림만 있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아이의 관심을 끌까? 고민을 했다. 아이가 4살이니 아무래도 글이 많으면 좀 어려워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오히려 한솔이가 더 좋아하는 책이었다. 

한솔이는 현재 40개월에 접어들었고, 웬만한 그림책은 혼자서 읽을 수 있으며, 관심있는 내용이라면, 초등학습만화로 유명한 'why'시리즈의 책도 집중해도 읽는다. 그래서일까? 그림책치고는 글이 좀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림을 보고 관심이 커진 한솔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와 우연히 콘라트를 아빠로 알고 자라게 되는 로렌츠의 이야기는 글의 내용이 재미난 것은 물론이요, 그림에서 아이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는 그림책이다. 동물들의 타고난 본능에 의한 행동을 연구하는 이론인 비교행동학을 창시했다는 콘라트 로렌츠의 이름이 여우와 오리의 이름이 되었다. 오리가 태어나자마자 본 대상을 부모로 알고 따르는 각인이론을 발견한 사람이다. 각인이론이 무엇인지, 비교행동학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이 그림책은 여우와 오리의 만남과 성장, 사랑, 탄생,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는 오리요리를 좋아하지만, 처음에는 엄마오리와 그저 친구가 되고싶어 다가갔다가 엉뚱하게도 오리알 하나를 갖게 되고, 그 알에서 오리가 태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에서 깨어나 여우를 엄마라고 생각한 아기오리에게 콘라트는 '아빠'라고 가르쳐준다. 오리알을 요리해먹으려고 생각했던 콘라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아기오리 로렌츠는 콘라트를 무척이나 따랐고, 콘라트는 배가 고프지만 그런 로렌츠를 잡아먹지 못한다. 물론 콘라트가 정에 이끌려서라기보다는 좀더 큰 오리가 되기를, 그리고 다른 친구 오리를 데려와 더 많이 먹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지만, 결국은 콘라트가 죽을 때까지 오리를 잡아먹지는 못했다. 그의 배고픔 역시 사라지지 않았고. 그렇지만, 콘라트는 죽었을 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람이 배고픔에 시달릴 때(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부족하다고 여길 때)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못한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의식주의 해결, 혹은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콘라트 역시 자신의 배고픔(굶어죽지 않을 정도의)때문에 늘 꼬르륵거리지만, 로렌츠와 엠마, 그리고 그들의 아기들을 보살피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콘라트와 로렌츠, 그리고 다른 오리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아가다보면, 마치 느린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림을 보라고 말하고 글을 읽어주어도 단순한 그림때문에 금세 엄마가 읽어주는 글을 따라움직이던 한솔이의 눈이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림을 쫓아가느라 여념이 없다. 그림을 보는 한솔이의 모습이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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