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듣기는 들었으되, 정확하게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지 몰랐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해준 책이었다. ‘공정무역’하면 흔히 ‘커피’나 ‘축구공’을 떠올렸는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공정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무역에서는 ‘물질’이 중심이지만 공정무역에서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생산자들은 제품을 연민과 동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면 좋겠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환영(p.23)한다는 말은 공정무역에 대해 내가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책에는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이 나온다. 저자가 13개 나라를 다니며 공정무역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현장에서 공정무역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기 때문에 바깥에서 바라보는 ‘공정무역’에 대한 시선이 아닌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정무역도 사업이지 자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공정무역에 대해 품었던 생각의 일부는 ‘자선’에 가까웠다. 이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가 공정무역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열심히 일한 농민들의 생산품을 공정한 임금을 주고 사는 것이 공정무역이라고 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공정한 임금이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자신이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를 갖는 것으로 중간에서 누군가가 남의 성과를 가로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P.269)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그 가격의 극히 적은 일부만이 생산자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3세계에서 들어오는 물건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지의 원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농민들이 밭이나 논을 갈아엎기도 하고, 축산농가에서는 가축의 사료 값도 안 되는 가격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그것이 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이득은 생산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산지원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자꾸만 가격을 낮추다보면 농민들에게는 적은 수익금, 소비자들에게는 질 나쁜 상품이 돌아간다. (p.163) 이 책에서는 제품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생산자에게도 ‘공정한 몫’이 돌아가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고 그것이 바로 공정무역의 핵심요소(P.283)라고 말한다.  

공정무역은 기본적으로 물건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물건을 매개로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사는지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수요와 공급과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고 정해진다. (P.256) 

공정무역을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이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거래기 때문이다.  

요리전문가이자 TV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마이클 베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유전자 조작은 하지 않았는지, 동물들이 감염이 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공평하게 대우받고, 공정한 임금을 받으며, 안락한 삶을 살면서 그들의 자녀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무역”(p.199)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그로셀, 슈르잔, 부조디 공예마을, KMVS, 카트리 공동체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우한 여성들, 농부들, 생산자들에게 교육과 기술훈련을 제공하여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하여 경제적 자립의 바탕을 마련해주는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p.92)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한번 도와주는 것이 공정무역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p.143)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였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제품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공정무역 인증제도도 있지만 누가 어떻게 인증하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인증제도가 오히려 대기업을 위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국제공정무역연합 IFAT에 가입하면 국제적으로 공정무역 조직이나 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3단계로 이루어진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자기평가 self-assessment’ 를 하는 것으로 2년에 한 번씩 자신들이 실제로 IFAT이 정한 기준에 맞게 활동하고 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상호검증 peer review’으로 제출된 보고서를 IFAT웹사이트에 게시하고 모든 회우너들이 다른 단체의 보고서를 읽고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외부확인 external verification’으로 해마다 회원 중 약 10퍼센트가 외부 컨설턴트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FTO 마크를 통해 공정무역단체임을 확인하고, 그 단체에서 생산한 제품이 근로조건, 임금, 노동, 환경 등에서 공정무역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음을 보증한다. (p.213-215 요약) 이러한 모니터링 제도는 비용 절감, 민주성, 회원의 자발성, 혁신적이고 융통성이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모니터링이 불규칙하고 지속적이지 못한 점, 상호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실제로 교역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점 등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P.306-307요약) 결국은 공정무역을 하는 단체가 투명한 경영을 통한 신뢰를 쌓아야 하고 우리(일반 소비자)는 그것을 믿고 공정무역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의 대부분이 제3세계의 생산자가 만든 것이고 그것을 원자재로 만든 것이므로 지역 생산자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영국의 켄트지역에서는 판매상품의 약 70%가 대부분 북쪽 켄트 지방에서 난 지역생산품이고 그밖에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들여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주로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한다. 공정무역제품과 지역제품이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리 크락 캔터베리 시장은 공정무역과 지역농민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캔터베리 지역 공정무역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인 리처드도 개발도상국의 농산품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우리 지역 농민들의 지역 농산품도 함께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관심을 가진 ‘공정여행’은 최근에 ‘착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공정여행은 윤리와 책임이 근간을 이루어서 윤리여행 또는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지인들과 함께 하고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현지인들은 농산물이나 수공예품을 판매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질적으로 좋은 관계, 공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을 골격으로 한다. 유형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같은 것도 공정무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저자가 각종 총회나 회의에 참석해서 보고 들은 것과 공정무역제품 생산지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점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내용이 많고, 정리가 되지 않고 산만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웠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지, 공정무역을 하기 위해 생산자단체나 공정무역단체와 협의를 하는 과정인지가 불분명해서 (아니, 어쩌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려고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에 대한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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