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파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0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부터인가, 아이의 입에서 "비밀이야"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겨우 40개월짜리 꼬마녀석에게 무슨 비밀이 생긴 걸까? 때로는 "비밀봉투야!"라고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하고, "이건 비밀이니까 보면 안돼."라고 다짐을 받아두기도 한다. 내가 볼 때는 아무런 비밀이 아닌 것 같은데, 아이에게는 그것이 대단한 비밀이 되어 있다.


이번에 보게 된 존 버닝햄의 [비밀파티]는 아이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리 일레인네 집에 있는 말콤이라는 고양이는 밤마다 외출을 했다가 아침이면 돌아와 낮잠을 잔다. 그냥 고양이의 습성이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지만, 마리 일레인에게는 무척 궁금한 일이다.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


어느 여름날 밤 마리 일레인은 고양이 말콤이 멋진 옷과 모자로 근사하게 차려입고 있는 모습을 본다. '여름밤'은 꿈꾸기 좋은 밤이고,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밤이다. 마리 일레인에게도 그날 밤은 특별한 밤이 되었다. 말콤과 함께 고양이들의 비밀파티에 따라가게 된 것이다. 파티복으로 갈아입고, 고양이처럼 몸이 작아진 마리 일레인, 그리고 자다 깬 꼬마 노먼 코왈스키까지 고양이들의 파티에 따라 간다.


만약, 내가 어느 날 밤 잠에서 깨어 저런 모습의 고양이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조끼를 입고 시계를 든 토끼를 쫓아가듯, 마리 일레인과 노먼 코왈스키가 고양이 말콤을 쫓아가듯 그렇게 따라나설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내 눈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나타나지도 않았겠지만, 나타났다 한들 알아보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왜냐면, 나는, 토끼가, 고양이가 그렇게 돌아다닐 것이라고 믿지 않는 어른이니까.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에는, 왜? 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환상은 그 범위를 점점 확대할 수 있고,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비밀파티]의 내용은 경계가 없다. 어디가 환상인지, 어디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고양이 말콤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마리 일레인과 노먼 코왈스키도 말콤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다. 개들이 뒤쫓아오는 위험을 뒤로 하고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자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들이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두운 밤의 색과 대조되는 밝고 화려한 옷을 입은 고양이들과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한밤의 파티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아침이 밝아오고, 집으로 돌아온 마리 일레인은 말콤과 함께 했던 파티를 비밀로 하기로 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나는 우리 집 아이가 비밀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굳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필요가 없음을 느낀다. 그건 아이만의 즐거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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