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중지능 - 하워드 가드너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유경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하워드 가드너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중지능이론은 심리학 이론이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모든 아이들이 똑같지 않으며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일깨운다. 이 이론은 어린아이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다양한 학습 방식과 평가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이론은 특히 언어와 논리에서 강점을 보이지 않는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한 접근법이다."라고 하였다.
'다중지능'이론이 국내에서 관심을 받게 된 이유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학교교육에서 아이들을 평가할 때 언어와 논리 중심(학술적 재능)이었기 때문에 그 외의 특장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된 사람들은 이전의 학교교육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켜 성공한 사람이기에 우리는 아이들의 또다른 재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면서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국내에서도 제법 힘을 얻는 것 같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은 기존의 지능개념인 IQ를 비판하면서, 일곱가지 다중지능을 제안한 『마음의 틀(Frames of Mind, 1983)』에서부터 시작하며 이후 2006년 다중지능에 대한 논문을 편집해 바로 이 책을 내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다중지능에 대한 책이면서 다중지능이론이 교육이나 사회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을 다루고 있다.
다중지능 이론을 다루고 있는 1장에서는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을 설명하고 여기에 자연친화지능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드너는 여러 개의 인간 능력 즉, 지능은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믿는데, 이러한 지능의 독립성은 한 가지 지능이 특별히 높다고 해서 다른 영역의 지능도 반드시 높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p.43 참고) 이전의 IQ가 그러했던 것처럼 다중지능도 측정이 가능할까?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측정도구를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능은 사람이 중요한 개념을 배우는데 활용되어야지, 사람을 분류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새로운 '패배자'들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P.99)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중지능을 측정해주는 것을 많이 보았다. 사람들은 뭔가 숫자로 제시되거나 이러이러한 재능이 있는 아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검사들에 쉽게 현혹되는 듯하다. 그 검사들도 나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겠지만, 아이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통계에 의해 그럴 것이다라는 가설을 제시하는 것 뿐임에도 사람들은 그 말을 믿는다.
내가 이해하는 다중지능은 아이가 갖고 있는 여러 개의 지능 중에서 강점인 지능들(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단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을 잘 활용함으로써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서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다음 '약점'에 목숨 걸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것은 아이를 더 지치게 만들고 강점을 더 계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나는, 아이의 다중지능을 검사해보지는 않았지만, 8가지 이상의 지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 강점을 이용해 어려워하는 영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에 따르면 우리집 아이는 언어지능, 음악지능, 자연친화지능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지능 외에도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더 있을 수 있으므로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물론 그냥 보기만 한다고해서 아이가 그러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
2장에서는 다중지능교육을 다루고 있다. 가드너는 유아기의 지능계발에 대해서는 스펙트럼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이 아이들의 재능 발견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 걸친 풍부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P.144)고 하였다. 스펙트럼검사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의 능력을 인정하는 데 차이를 보이는데 교사는 학생을 또래집단 속에서 바라보고 평가하기에 능력을 인정하는데 인색하고, 학부모는 또래 다른 아이들의 강점을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편파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부모인 나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할 점인 것 같았다. 이외에도 초등학생 고등학생의 지능계발을 위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3장 에서는 사회에서의 다중지능, 직업과의 관련성 등을 다루고 있다. 교육계가 다중지능이론을 수용하는 이유는 교과과정(언어지능은 언어교과에, 논리수학지능은 수학과 과학교과에, 신체운동지능은 체육교과에, 음악지능은 음악교과)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직업의 세계로까지 확장해볼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새롭게 배우는 사실이 너무도 많다. 이런 이론들이 상술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아이의 교육과 진로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