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분교 올림픽>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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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분교 올림픽 ㅣ 맛있는 책읽기 4
김형진 지음 / 책먹는아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몽당분교에는 다른 학교와는 다른 게 하나 있다. 여느 시골 마을 분교처럼 학생수도 적고 폐교의 위기에 처해있는 점은 같지만,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이 다른 마을과 다르다. 우즈베키스탄, 북한, 필리핀, 한국, 태국, 나이지리아, 그리고 베트남까지.
어디 먼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대도시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거나, 농촌지역일 경우에는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얼마전 우리집 아이와 친정에 갔다가 버스를 탔는데, 아이가 버스 안을 두리번 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그 지역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이라 버스 안은 언제나 외국인들로 북적이곤 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외국사람들이에요."라고 말해주었다. 아이 눈에는 처음 보는 외국인의 낯선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혹시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지.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계열의 외국인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지.
지역 기업체 생산 라인에서 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농촌총각들과 결혼한 외국인도 많다. 그들이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거나, 못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틀을 씌운 채 바라본다. 그들의 이야기가 여기 '몽당분교 올림픽'에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픽션이 아니라 마치 생생한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논픽션처럼 느껴졌다.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에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사실, 이 책에서 이 아이들을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로 한정짓는 것에는 조금 이의가 있지만, 그것은 여기서 말하지 않기로 한다) 어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지만, 처음부터 그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학교에서 공부를 해 온 아이들의 눈에는 그들은 그냥 친구들일 뿐이다. 이것은 중요하다. 처음부터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지 않고 생활한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피부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말도 한국말을 하고,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들의 부모는 한국에서 일한다. 나와 같은 것이다.
외모가 다르다는 것은, 한국사람들 사이에도 있는 다름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다르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국경이 어른들 눈에만 있다.
이 한권의 책 안에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이와 부모 없이 절에서 살고 있는 아이, 그리고 할머니 집에 맡겨진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한편으로는 과식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들 또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도 절에서 생활하는 철수와 베트남에서 시집 온 호아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큰 틀이 짜여져 있어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고구마도 외국에서 건너온 작물이지만, 이땅에서 재배되고 이땅에서 자라 우리의 식물이 된 것처럼 그들도 우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것이라 생각한다.
"철수는 국제학교의 친구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피부색이 달라도, 말씨가 조금씩 달라도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 온 친구였고, 또 다른 학교는 다녀 본 적이 없으니까요."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