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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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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산악인 고미영 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목표가 분명했고, 고도의 기술을 가진 그녀였지만 안타깝게도 하산도중에 사망하였다는 소식은 가슴 아팠다. 최부의 '표해록'을 읽고 난 다음이어서 그랬을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표해록을 작성한 최부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돌아오는 동안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부친상을 당한 상태에서 제주도에서 본가로 돌아가던 중 풍랑으로 바다를 떠돌다 중국에 닿은 최부 일행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표해록이다. 세계3대 기행문에 들 정도로 의미가 있는 기록물이란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심신이 지치고 고달플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계획하곤 한다.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지는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여행자의 기분에 따라 여행지의 모습은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부일행처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람도, 문화도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위험이 넘쳐난다. 가끔씩 들려오는 선박납치나 비행기사고 등은 물론이고 자연재해도 많다. 통신과 교통수단이 덜 발달했던 조선시대에는 그런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최부는 "제주에서 표류해서 구동-중국의 절강 동남부 연해 지역-에 배를 대고, 월남-베트남-을 지나 연북-북경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지역-을 거쳐"(p.15) 서울에 도착한다. 사신이나 외교적인 문제로 중국에 가는 일은 있었지만, 그때도 육로를 이용하거나 잘 알려진 뱃길로만 다녔기 때문에 이 지역을 가 본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왜인으로 오해를 받고, 해적에게 당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다시 살아오기까지의 어려움은 어찌 여기 적힌 글로 다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록은 상당히 상세하고, 새로이 보고 들은 바를 잘 기록한 글이다. 죽음 앞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최부의 자세는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조선선비로서의 자긍심도 느껴진다. 안전한 귀국을 장담할 수 없는 과정에서도 논농사를 짓는 조선에 필요한 수차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지만, 필담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도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부분이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도움글을 실음으로써 '표해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이 책은, 고전을 번역하고 쉽게 풀어 쓴 흔적이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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