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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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렁이 족보라는 재미있는 제목에 무슨 얘기일까? 궁금해졌다.

 

구렁이는 파충강 뱀목(유린목) 뱀아목 뱀과에 속하는 뱀으로 "굵(굵다)+엉이 -> 굴겅이 -> 굴헝이 -> 구렁이" 로 변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의 뱀 종류에 비해 "굵은 류(類)"라는 의미의 말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보면 구렁이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우리 주변에 구렁이가 많았다는 말이다. 구런이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옛 이야기 속의 구렁이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작은 동물이나 인간을 괴롭히거나 원한 맺힌 모습으로, 때로는 신성한 동물이나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동물로. 작은 설치류 동물을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듯하다.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 되고 있지만, 크고 힘이 쎄서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남획되기도 한단다. 먹이를 먹고 일광욕을 꼭 해야 하므로 큰 바위 위나 나무 위에 늘어져 있는 구렁이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뒤에도 가끔 날이 따뜻해 지면 굴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겨울잠을 잘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인천연안의 덕적도 인근 굴업도라는 섬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이야기 속의 나는 잠을 자다가 갑갑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는데, 마치 가위에 눌린 듯한 모습이다. 그를 감싸고 있던 것은 구렁이였다. 집에서 구렁이라니! '나'는 아파트에 살다가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아이이다. 뭐, 그렇다고 산밑에 있는 단독주택에 이런 구렁이가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우리 집도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인데, 구렁이는 본 적이 없고 지네 정도? 하하하.

 

 


 

우리 옛 이야기를 보면, 흔히 이런 동물들이 우연히 인간에 의해 목숨을 건지거나, 목숨을 잃은 후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숨을 건진 구렁이는 당연히 은혜를 갚기 위해 왔을테고, 목숨을 잃은 구렁이는 복수를 위해 왔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나"는 다행히도(!!) 구렁이의 목숨을 구해 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구렁이가, 우연히 '나'에 의해 목숨을 건지긴 했다쳐도, 왜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와 그 부모, 또 부모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한걸까? 그것은 구렁이가 언젠가부터 자기 말고는 다른 구렁이를 본 적이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 어쩌면 자신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구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이 구렁이에게 '스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스스는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잘 있나 보러갔다가, 무너진 산과 새끼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음을 본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생태계를 마구 훼손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비춰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훼손이라는 생각없이 그저 예쁘고, 보기 좋게, 그리고 편하게 바꾼다고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이고, 그 변화는 그들을 살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만약에 눈 앞에 구렁이처럼 큰 동물이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순전히 인간에게) 동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잡아들이고 죽이는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진 동물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 옛 이야기에 구렁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개체가 우리 주변에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마치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호랑이처럼 구렁이도 그런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스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족보를 만들어주면 떠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고, '나'는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기로 한다. 제일 처음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구렁이에 대한 책을 빌려 보는 것. 구렁이가 무엇인지 알아야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요즘 아이들이라면,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을 법하나, 역시 이야기는 이야기? 이 아이는 도서관에 가서 뱀에 관한 책 두 권을 빌려 온다. 우리 아이들도 이 점은 본받았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인터넷검색을 하면 내가 위에서 구렁이에 대한 정보를 적었듯이 내가 검색한 딱 그 내용만 알게 되지만, 관련 책을 읽다보면 더 넓고 깊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의문에 답할 수 있는 많은 책들이 도서관에, 혹은 서점에 구비되어있다면 더 좋겠지.



 

구렁이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는 구렁이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내가 구렁이를 알아가는 동안 스스는 인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엄마가 벗어놓은 옷들, 옷장에 걸어놓은 옷들을 커다란 구렁이가 벗어놓은 허물로 착각한 스스의 행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이다.

스스는 나에게 구렁이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구렁이가 나오는 우리의 옛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냥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구렁이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은혜갚은 까치 이야기에 나오는 구렁이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뭐든 빨리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조급증을 꾸짖기도 하고,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자연을 훼손시키고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스스로 구렁이에 대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만든 구렁이 족보의 마지막 구절이 그러하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이 비단 구렁이 뿐일까? 얼마 전에는 순천만에서 1급수에서만 살고 있는 수달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인간의 탐욕이 담긴 수많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낚시터에서 잡은 물고리를 훔쳐가는 나쁜 도둑으로 몰리고 있는 수달이었다. 아마도 그건 수달이 아니라 비슷한 다른 종류일 것 같은데.... 어쨌든, 그들이 거기서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훔쳤다면 그것 또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았았을까? 역지사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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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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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이 들어있는 책이다.

묵상잠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나,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정서적으로는 불교에 가까운 터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열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쯤 읽어볼 만하다 여기는 것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고, 그 말이 우리 삶에 또다른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한장 한장 읽어본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사진에 마음이 동하여 한참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글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물론, 내 마음에 아무런 물결을 일으키지 못하는 페이지도 있다. 나의 상황, 나의 감정적 상태에 따라 많은 부분이 정해진다.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아니라 한 문장, 한 편의 시가 마음에 와 닿을 때라야 의미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언제였더라, 칼릴지브란의 시가 꽤나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저 인생이 랄랄라 즐거울 때여서 그랬는지 그 시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었다. 오늘에서야 마음 한 편이 찌르르 해옴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달라졌음일 테다.

 

 


한 편의 시를 읽어본다.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람할 수 없으므로.

 

세익스피어 소네트 89 중에서

 

누군가를 미워한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어디 한 두번이랴만은, 최근에 그것도 아주 최근에. 미워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이었다. 밉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밉게 보였다. 그 사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여감을 느꼈다. 결국은 남을 미워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란 걸 새삼 다시 알게 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다면 어떨까? 내 자신이 그런 상대라면. 미워하는 사람도, 미움을 받는 사람도 매한가지로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랴. 그저 허허 웃고 말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울림을 그다지 많이 받지 못했다. 다만 몇 부분에서 공감을 했을 뿐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느껴지는 책이어서 약간의 거부감도 함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은 말씀들이 가슴에 많이 남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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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1 - 거미로 변신하라! 초록도마뱀
알리 스파크스 지음, 로스 콜린스 그림, 김난령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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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점차 스토리가 복잡한 글밥책에 관심을 더 많이 보이는 시기가 되었다. 제법 김 분량의 책도 읽어내고 있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책이 없을까 하여 고른 책이다. 한솔이에게 읽어보라고 줬더니 내용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읽어내는 걸로 보아, 초등 1~2학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거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서 특별히 어려움을 느낄 부분은 없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어가는데 속도감도 제법 있다.

 

스위치라는 제목만 보고는 껐다 켰다하는 스위치를 생각했는데, 세럼 위치 인스티게이트 토털 셀룰러 하이재크(Serum Which Instigates Total Hijack)의 약자이다. 세포변형을 유발하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보면 약자가 많은데, '스위치'도 그러한 것이다. 약자를 만들었을 때 또다른 단어로 읽힐 수 잇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뜻도 알 수 없게 만드는 약자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소년이 등장한다. 대니와 조시가 그들이다. 대니와 조시는 여덟살로 쌍둥이인데, 성격은 전혀 다르다. 보통 주인공의 나이와 같은 연령의 아이가 책을 읽을 때 감정이입도 잘 되고 이해를 잘 한다는데, 그래서 우리 한솔이가 쉽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니는 기어다니거나 하는 곤충을 싫어하는 반면 조시는 곤충수집을 좋아하고 장래희망도 곤충학자이다. 그래서 아마도 조시의 역할이 아주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1권에서 결정적인 역할 - 조시와 대니가 페티포트의 집에 가서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게 하는 -을 한 강아지 찔끔이도 등장한다. 찔끔이라는 이름은 한국식이지만, 오줌을 찔끔거리는 특징을 잘 잡아낸 이름이다.


 

 

 


​조니와 대시가 찔끔이를 페티포트의 집에서 찾아 온 다음, 다리에 묻은 액체를 씻기 위해 욕조에 들어갔다가, 변신을 하게 된다. 변신이 일어나는 장소가 욕조라는 것은, 다음 상황을 짐작하게 해준다. 조시와 대니의 누나인 제니에 의해 욕조 배수구로 떠밀려 온 위급한 상황.


 

 

 

 

 

 

 


​그 상황에서 두 마리의 쥐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조시와 대니를 위협하는 동물이 아니라,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설명자로서의 역할도 하고, 그들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데 도움을 준다. 과연 페티포트의 집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페티포트에 의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조시와 대니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페티포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녀는 과연 미치광이 괴짜 이웃일 뿐인걸까?


 

 

 


​1권에서는 조시와 대니가 거미로 변한 다음 겪는 일들이 에피소드처럼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등장인물들의 소개에 그친 감이 없잖아 있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페티포트와의 만남을 이끌어내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페티포트의 비밀을 풀어낼 것이라 여겨진다.

페티포트의 일급비밀 실험일지를 통해 벌레와 곤충으로 변신시키는 공식뿐만 아니라 파충류로 변신시키는 공식도 어딘가에 숨겨놓앗음을 알 수 있다. 페티포트는 왜 이런 실험을 했을까? 그리고 그녀는 왜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까?

조시와 대니의 모험을 따라가다보면 그 비밀이 풀릴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이라는 소재, 사람이 곤충이 되어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 그리고 페티포트의 비밀을 어떻게 풀어낼지 하는 것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나는 이 책으로 초등 3~4학년 아이들과 책 읽기를 해보았다. 글밥이 긴 책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흥미있는 스토리가 있고, 분량이 좀 짧은 책을 통해 읽기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스위치 퀴즈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게 하기도 하지만, 스위치의 비밀을 풀어가듯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도 이 퀴즈를 아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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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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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 4월호.

샘터의 표지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매월 정해야 하는 특집 기사만큼이나 표지에도 얼마나 많은 고심이 들어갔을까? 패션지나 문학지가 아니어서 그런가, 매번 접하는 표지 그림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마치 나 좀 보러와요 하고 손짓하는 꽃들같다. 짙은 꽃분홍색이 가슴을 설레가 한다.

 

봄은 봄인데, 왜이리 날이 추운지.. 아직도 겨울옷들이 옷장에 걸려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라 하기에는 좀 길다. 낮과는 일교차도 커서 옷 입기 참 애매한 계절이다. 이 찬 바람이 멎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올 것이다. 그래서일까? 짧은 봄을 어떻게 하면 잘 보고 즐길까 고민도 된다.

 

나는 먼 거리는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남들 다 있다는 운전면허도 없어서 애들 아빠가 쉬는 날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중교통에 의지해야해서 더 그러하다. 3월에는 계속 바깥 나들이를 했더니, 몸이 피곤한지 어제는 잠도 많이 오고. 아, 잠과 봄은 꼭 세트로 오더라.

 


이번 4월호에 나를 움직인 한마디에 이현세님의 글이 실렸다.

늘 나를 붙잡던 양인자님의 글은 이번호에선 나의 눈길을 슬쩍 비켜갔다.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대부분 다 읽어봤기 때문인지, 양인자님의 글보다는 나의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아있어서일 것이다.

 

"나는 영원히 싸우는 자유로운 의지이다."

만화가와 화가의 길을 두고 고민하던 그에게 이 글귀가 마음에 탁!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내 마음을 움직인 글귀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아니, 글귀뿐만 아니라 뭔가 전환을 이루어줄 계기를 못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큰 굴곡없이, 변화없이 그렇게 살고 있는 내가 어쩌면 심심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나를 붙잡아 줄 것은 무엇일까? 괜시리 궁금해진다.



짧은 거리의 여행을 자주 하는 나에게 해남 땅끝마을은 좀 먼 곳이다. 십여년 전, 지금은 남편인 된 친구녀석이 밤 늦게 전화를 해서는 땅끝마을에 와 있다고 전했었다. 그때야 별 감흥이 있었겠나, "뭐한다고 그까지 갔노?? 툭! 한마디 던진 기억이 있다.

 

땅끝마을에도 봄이 왔다고 한다. 꽃망울들이 하나 둘 꽃을 피워내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개인적으로는 매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매화축제하는 곳은 가본 적이 별로 없다. 부산 가까운 우너동에서도 지금은 매화축제가 한창이라는데..난 왜 그리 흐리멍청한 매화꽃 색이 싫을까? (사실, 매화꽃은 안좋아해도 매실은 좋아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기보다 축제를 피해 방문하면 더 좋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가끔 꽃 축제를 가면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에 지쳐 돌아오곤 하니 꽃이 눈에 보일 리 없다. 농사에 방해되지 않는 시기라면 축제를 피해 이번에는 매화꽃 핀 곳도 들러볼까 싶다. 허드러진 벚꽃이 유혹하기 전에 ^^



샘터에는 여러가지 꼭지가 있지만 내 눈을 사로잡는 꼭지들은 늘 일정하다.

독자들이 보낸 글이나, 짧은 에세이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고정 연재되는 꼭지들은 늘 볼거리를 제공한다. 밥상 그림도 옛날 어렸을 때 우리집 밥상을 보는 느낌이 들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요즘도 저렇게 밥상을 차려놓고 사람을 기다리는 곳이 있을까?

 

어울리지 않게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나를 두고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항상 관련서적들을 보시는데, 많이 아시나봐요.. 아, 모르니까 보지...--;; 사실 나는 그림이나 조각 자체보다는 그 뒷이야기에 끌린다. 결국은 이야기에 끌리는 것이다. 나는 예술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저 작품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때로는 왜 그렇게 비싼지 ^^ 이런 것도 잘 모른다. 다만 그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것이 재미있어서 보게 된다.

 

샘터에도 그런 꼭지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그림과 조각의 한판 승부라는 제목으로 찰스 1세의 3명 초상화가 나왔다. 찰스 1세? 음..얼마 전 읽었던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에 찰스 1세 시절이 배경이었던 것 같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과 후원자들의 관계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빠지지 않고 챙겨 읽게 되는 샘터의 마지막 뒷면.

모험심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조직을 결성하고 그 조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리처드 브랜슨 경의 이야기가 지금의 내 고민을 조금은 해결해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 같다.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나는 4월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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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학교 2 - 변신왕 대회 샘터어린이문고 44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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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학교 2편이 나왔다.

달봉이, 장군이, 두레, 동글이, 빼빼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우리나라 산에 있는 산신령들은 물론이고,

이웃나라 무사신에 대해 언급했던 1편에 이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레의 외할아버지기도 한 옥황상제, 덩덕새머리 인간학 선생님,

동글이의 셋째형인 잠보, 백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난 호랑이 백두가

새로운 인물로 소개가 된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호랑이를 다루는 이야기가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호랑이와 관련있는 이야기와 그림 등이 많이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친숙하고 가까이 있는 생물이었음은 물론이고,

숲이 울창했던 땅에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 호랑이가 왜 갑자기 그렇게 다 사라져버린 것일까?  

호랑이 뿐만 아니라 숲에 살던 동물들이 살 곳을 잃고 사라진 데에는

근대화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일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그러한 시도는 어떻게 하여 시작된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일제시대의 '호랑이 토벌대'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랑이를 신성하게 여기고 호랑이의 기운을 갖고 있기때문에

그 기운을 꺾기위해서 호랑이를 잡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산신령들이 '산'을 다스리고 숲에서 살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1편에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를 언급하며 역사판타지의 느낌을 주었는데,

2편에서도 그러한 점을 언급한다.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은 물론 숲과 자연에까지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그들 옆에 있는 무사신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단군교장선생님을 찾앙 온 이웃나라 무사신들은,

아이들이 세오녀의 신물을 훔쳐갔다고 이야기하며 그것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단군교장선생님은,

세오녀의 신물은 세오녀가 이곳에 선물로 준 것이고,

복숭아 나무 또한 이 곳에서 가져간 씨를 심어서 난 것이니

훔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사신들은,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이고, 어떻게 들어 온 것이건 간에

그 땅에 들어온 것은 자기네들 것이니 그 어떤 곳으로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전쟁과 식민지배를 통해 훔쳐가고 약탈해간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기도 하다.



 

​달봉이와, 장군이, 두레는 갑작스럽게 변신왕 대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이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변신술선생님의 꾀이기도 했다.

이번 변신왕 대회의 주제는

호랑이의 눈썹을 뽑아, 옥황상제에게 가서 천마를 찾아오는 것이다.

호랑이의 눈썹도 옛 이야기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마... 하늘을 나는 말, 두레와도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동물이다.

아이들은 변신왕대회에서 1등을 할 수 있을까?


 


 

​호랑이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동글이의 형인 잠보를 찾아가게 되는 데,

그곳에서 새들과, 노루, 호랑이를 차례로 만나게 되고,

그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호랑이를 잡으려고 총으로 무장하고 산을 뒤집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한 사람들을 보며 걱정하는 사람들 이야기,

자기도 호랑이를 잡아 ​한몫잡고싶어하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횡포에 목숨을 잃거나 가족을 잃은 동물들의 이야기,

 

아이들이 호랑이를 잡아가는 이웃나라사람들과,

무사신들의 횡포를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 다음 전개는

아이들이 각자 산으로 실습을 나가게 되는 3편에서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1편에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가 나왔다면,

2편에서는 두레의 아빠이야기인 선녀와 나무꾼이야기,

서천꽃밭을 지키는 한락궁이 이야기,

인간학선생님이 들려주는 흥부놀부이야기도 등장한다.

근대사와 겹쳐지는 전체의 이야기와

옛 이야기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잠시 스쳐지나가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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