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구렁이 족보라는 재미있는 제목에 무슨 얘기일까? 궁금해졌다.

 

구렁이는 파충강 뱀목(유린목) 뱀아목 뱀과에 속하는 뱀으로 "굵(굵다)+엉이 -> 굴겅이 -> 굴헝이 -> 구렁이" 로 변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의 뱀 종류에 비해 "굵은 류(類)"라는 의미의 말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우리나라 옛 이야기에 보면 구렁이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우리 주변에 구렁이가 많았다는 말이다. 구런이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옛 이야기 속의 구렁이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작은 동물이나 인간을 괴롭히거나 원한 맺힌 모습으로, 때로는 신성한 동물이나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동물로. 작은 설치류 동물을 주로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듯하다.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 되고 있지만, 크고 힘이 쎄서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남획되기도 한단다. 먹이를 먹고 일광욕을 꼭 해야 하므로 큰 바위 위나 나무 위에 늘어져 있는 구렁이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뒤에도 가끔 날이 따뜻해 지면 굴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겨울잠을 잘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인천연안의 덕적도 인근 굴업도라는 섬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렁이 [Rat Snake]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 참조.

 

이야기 속의 나는 잠을 자다가 갑갑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는데, 마치 가위에 눌린 듯한 모습이다. 그를 감싸고 있던 것은 구렁이였다. 집에서 구렁이라니! '나'는 아파트에 살다가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아이이다. 뭐, 그렇다고 산밑에 있는 단독주택에 이런 구렁이가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우리 집도 산 밑에 있는 단독주택인데, 구렁이는 본 적이 없고 지네 정도? 하하하.

 

 


 

우리 옛 이야기를 보면, 흔히 이런 동물들이 우연히 인간에 의해 목숨을 건지거나, 목숨을 잃은 후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숨을 건진 구렁이는 당연히 은혜를 갚기 위해 왔을테고, 목숨을 잃은 구렁이는 복수를 위해 왔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나"는 다행히도(!!) 구렁이의 목숨을 구해 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구렁이가, 우연히 '나'에 의해 목숨을 건지긴 했다쳐도, 왜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와 그 부모, 또 부모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한걸까? 그것은 구렁이가 언젠가부터 자기 말고는 다른 구렁이를 본 적이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 어쩌면 자신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구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이 구렁이에게 '스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스스는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잘 있나 보러갔다가, 무너진 산과 새끼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음을 본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생태계를 마구 훼손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비춰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훼손이라는 생각없이 그저 예쁘고, 보기 좋게, 그리고 편하게 바꾼다고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에게는 커다란 변화이고, 그 변화는 그들을 살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만약에 눈 앞에 구렁이처럼 큰 동물이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순전히 인간에게) 동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잡아들이고 죽이는데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진 동물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 옛 이야기에 구렁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개체가 우리 주변에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마치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호랑이처럼 구렁이도 그런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스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족보를 만들어주면 떠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고, '나'는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기로 한다. 제일 처음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구렁이에 대한 책을 빌려 보는 것. 구렁이가 무엇인지 알아야 구렁이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요즘 아이들이라면,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을 법하나, 역시 이야기는 이야기? 이 아이는 도서관에 가서 뱀에 관한 책 두 권을 빌려 온다. 우리 아이들도 이 점은 본받았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인터넷검색을 하면 내가 위에서 구렁이에 대한 정보를 적었듯이 내가 검색한 딱 그 내용만 알게 되지만, 관련 책을 읽다보면 더 넓고 깊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의문에 답할 수 있는 많은 책들이 도서관에, 혹은 서점에 구비되어있다면 더 좋겠지.



 

구렁이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는 구렁이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내가 구렁이를 알아가는 동안 스스는 인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엄마가 벗어놓은 옷들, 옷장에 걸어놓은 옷들을 커다란 구렁이가 벗어놓은 허물로 착각한 스스의 행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이다.

스스는 나에게 구렁이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구렁이가 나오는 우리의 옛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냥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구렁이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은혜갚은 까치 이야기에 나오는 구렁이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뭐든 빨리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조급증을 꾸짖기도 하고,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자연을 훼손시키고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스스로 구렁이에 대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만든 구렁이 족보의 마지막 구절이 그러하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물이 비단 구렁이 뿐일까? 얼마 전에는 순천만에서 1급수에서만 살고 있는 수달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인간의 탐욕이 담긴 수많이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낚시터에서 잡은 물고리를 훔쳐가는 나쁜 도둑으로 몰리고 있는 수달이었다. 아마도 그건 수달이 아니라 비슷한 다른 종류일 것 같은데.... 어쨌든, 그들이 거기서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훔쳤다면 그것 또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았았을까? 역지사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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