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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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학생일 때와는 달리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니 더 쉽게 이해되고 성과도 제법 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쓱쓱 찾아서 읽고 듣고 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청소년 자녀가 물어오는 "공부를 왜 해야 해요?"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턱 하고 막힌다. 실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그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중앙SUNDAY에 연재한 공부에세이 모음이다. 주로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은 내용을 잘 반영하되, 함축적이어야 하고, 함축적이면서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P.66)고 하더니, 이 책은 목차의 소제목들이 책 내용보다 훨씬 좋다.


제1부에서 저자는 '공부'를 '지적 성숙의 과정'으로 본다. 이때 '공부'는 '논술문을 쓰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은 이러한 모순,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P.40)


제2부 공부하는 삶에서는 '공부의 기대효과'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중략) 지식 탐구를 통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새한 인식을 하게 된다.'(P.82)


제3부 공부의 기초에서는 질문과 맥락 만들기를 하라고 한다. 공부하려는 마음을 먹는 일이 힘들다면 '동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독서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P,126~127)도 한 방법이다.


책을 읽다보면, 연재 글이라서 그런지 순서대로 읽어도 구성이나 내용이 조금 애매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1부에서 '공부'='논술문 쓰기'로 보았다면 3부에서는 '공부'='독서'로 보는 것 같다. 독서를 하면서 질문을 찾고, 서평을 쓰면서 맥락을 찾는다. 연구를 위해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한다. 독서를 통해 쓰기를 위한 '자료'를 정리한다.


제4부 공부의 심화에서는 생각을 정교화하라고 말한다.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요약을 하고, 발제를 하고 세미나를 한다. 저자는 토론의 기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먼저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론이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것. 견해가 없으면 토론이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P.215) '토론의 목적은 다양성을 무작정 확보라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좀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P.216)


제5부에서는 저자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문체(아니 어투라고 해야 할까)가 상당히 거슬려서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공부'란 무엇인가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독서를 통해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그 자료를 가공해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을 써서 내 의견과 견해를 밝히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지적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공부'라고 하면 될까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


*'독서'하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대부분 여자들이다. 일부러 그렇게 모은건지, 그런 그림만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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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도대체 무슨 소린지
크리스 토바니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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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지도를 하는 선생님에게 길라잡이가 될 책.

그리고, 자녀의 독서 문제, 특히 청소년 자녀의 독서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도 도움되는 책이다.

그동안,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거나,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읽으려 하지 않는다든가,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방법이 없는지 물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럴 때, 마음으로는 알지만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 책을 읽고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책읽기의 비결이라는 것이 있는가? 어떻게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독서지도법 등을 공부한 바에 의하면 책 읽기 전략을 알아야 하고, 읽기 전/읽는중/읽은후 전략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어떤 방법을 사용해보라거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과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전략이란, 읽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말한다. 읽기를 절하는 사람은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저자는 우선 학생들이 독서의 가치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독서방법론을 배우기 전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알고,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성공적인 독서로 이끌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글씨를 읽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독서는 정교한 사고과정를 필요로 한다. 청소년들은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내에 어려운 텍스트를 읽어내야 한다. 중고생들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이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학생들은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며 그렇다고 학교에서 읽는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저항성 독자와 단어발성자로 나눌 수 있다. 저항성 독자는 읽기 능력이 있음에도 읽지 않으며, 단어 발성자는 말 그대로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알지만 글의 맥락을 이해하거나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p.48~49)

데이비드 피어슨과 동료들이 연구한 읽기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p.55)

- 그들은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 지식을 활용한다.

- 그들은 읽기 전, 읽는 도중 그리고 읽은 후에 텍스트에 관한 질문을 한다.

- 그들은 텍스트를 토대로 추론을 한다.

- 그들은 자신의 이해 정도를 점검한다.

- 그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복구'전략을 사용한다.

- 그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한다.

- 그들은 정보를 종합하여 독창적인 생각을 얻어낸다.

앨린 킨과 수전 지머랜은 위의 읽기 전략에 '감각적 이미지 만들어내기'를 추가하였다.리벨하트에 의하면 독자는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여섯 가지 신호체계를 사용한다. 그것은 음운론적 신호, 어휘론적 신호, 통사론적 신호, 의미론적 신호, 스키마 신호, 화용론적 신호이다. 처음의 세 가지는 초등학교 수준에서 강조되는 표층구조이며, 나머지 세 가지는 심층구조를 이루며 텍스트를 해석하고 추론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이 모든 신호가 잘 작동할 때 독자는 자신이 읽는 텍스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2부에서는 독서의 전략을 하나하나 실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은 독서의 목적을 알아야 한다. 목적을 확인하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때 중요한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며, 어떤 전략을 써야 할 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읽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기억을 돕는 도구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책을 잘 읽는 사람도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저자는 글을 읽는 동안 자신의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학생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스스로 읽기를 주도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 머릿 속에는 그냥 텍스트를 읽는 목소리와 텍스트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있다. 텍스트의 내용에 반응하는 목소리는 후자이다. 그냥 낱말을 줄줄 읽는 독자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쉽게 싫증을 내고 다 읽은 후에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텍스트에서 시각적 이미지가 생겨나지 않는다. 글의 내용과 무관한 생각을 하거나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다. 독자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며 등장인물이 언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망가진 의미를 복구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복구전략의 아래의 11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p.123)

- 읽고 있는 텍스트를 자신의 삶, 세상에 대한 배경지식, 이전에 읽어본 다른 텍스트와 연결한다.

- 이어질 내용을 예측한다.

- 잠시 텍스트에서 눈을 떼고,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생각한다.

-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한다.

- 읽은 내용을 글로 정리한다.

- 시각화한다.

- 글꼴과 표기법을 살핀다.

-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 다시 읽는다.

- 글의 구조에서 일정한 태펀을 찾는다.

- 읽는 속도롤 조절한다. (더 빨리 혹은 더 느리게)

위의 복구전략은 책에서 상세한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독서지도 시 참고할 내용이다. 당장, 중학생 독서수업에서 활용해볼 생각이다. 전략이란 독자가 의미가 구성하는 데 필요한 계획이지만 모든 텍스트에 다 통하는 전략은 없다. 독서의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 전략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전략을 활용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독서가 중고등학교에서만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삶의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독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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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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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내가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는 내 아이에게 권하기 위해 미리 읽을 때와, 청소년 독서수업 준비를 위해 읽을 때이다. 그래서 아직은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읽히기 딱 좋은 책들을 읽어왔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책도 많은데, 청소년교양도서로 선정된 이 책도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 이상의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방학이 시작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학생들이 모두 떠난 기숙사에 홀로 남은 '마린'은 '메이블'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다린다는 말은 맞지 않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마린'은 엘리베이터에 갇힐 것 같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이블은, 엘리베이터에 갇힌 마린과 만나지 못하고 역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채 떠나버릴 것이다.



이 소설의 첫 부분에서 나는 마린의 불안감을 느낀다. 방학이 되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마린, 친구가 찾아올 자신의 방에 그동안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갇혀버릴 것 같은 불안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마린의 일상을 보여준다. 할아버지는 "편지를 두 통 쓰면 두 통을 받는 법"이라며 버리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마린은 그날 사라져버린 것이다.



"나는 슬픔을 차단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책에서 슬픔을 찾았다. 현실보다는 소설을 읽고 울었다. 진실은 틀에 갇히지 않았고 꾸밈이 없었다. 진실에는 시적인 표현도 없고, 노란 나비들도 없고, 엄청난 홍수도 없었다. 물에 잠긴 도시도 없고 똑같은 이름을 갖고 태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남자들도 없었다. 진실은 그 안에서 익사하고도 남을 정도로 광활했다."(p.111~112)



"우리는 너무도 순진해서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일 거라 믿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의 조각들을 맞추기만 하면 그럴듯한 하나의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우리 모습 같은, 우리의 거실 같은, 그리고 우리를 키워준 사람들 같은 형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드러나는 대신."(p.157)



"나는 나의 외로움이 두려웠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속였던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설득했던가. 난 슬프지 않다고, 난 혼자가 아니라고. 내가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두려웠고 할아버지가 낯선 사람이었다는 게 두려웠다. 내가 할아버지를 너무도 미워한다는 게 두려웠다. 할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게. 그 상자들 안에 있는 것들과 언젠가 내가 알게 될 것글, 그리고 그 상자들을 잊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내가 잃을 수도 있는 기회가. 서로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고 살았던 우리의 방식이 두려웠다."(p.251)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p.253)



마린은 아빠는 알지 못했고, 엄마는 세살 때 죽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내를 먼저 보냈고, 딸도 먼저 보낸 아픔을 갖고 사는 인물이다. 버디할머니와 편지를 주고받고 가끔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다. 어느날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할아버지에 관해 들은 날, 그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마린은 할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마린은 버디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던 마린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말해주지 않았던 진실. 마린은 그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밀어닥친 혼란에 그렇게 무작정 도망쳐버렸다. 내 주변에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친구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마린에게는 900개의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는 친구를 놓아버리지 않은 메이블이 있었다. 마린은 메이블과 사랑하는 사이였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 그러나, 마린이 떠난 후 메이블에게는 '남자 친구'가 생겼다. 마린의 상황도, 메이블의 현재도 많이 바뀌어버린 지금, 그들은 여전히 사랑한다. '사랑'이란 것이 반드시 하나의 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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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7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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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입체적인 표지를 볼 수 있게 비치한다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 "주의! 책이 깨물 수 있음!"이라니...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책의 첫장에서 꼬마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나무문을 열면 귀여운 얌얌이가 보인다. 얌얌이는 이름처럼 온갖것들을 먹어치우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책이다.


얌얌 쩝쩝 와작와작 책을 먹다가 이 책에서 나가게 되는데, 얌얌이는 저 많은 책들 중에 어디에 있을까? 숨은그림찾기하듯 책을 뒤져본다. 이런 류의 책에 늘 등장하는 쌓여있는 책들은 조금 익숙하긴 하지만, 옛 이야기책으로 가득하니 제목을 훑어보면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옛이야기들이라서 웬만한 책은 줄거리를 들려줄 수 있을만한데, 아이와 책 제목을 읽으면서 얌얌이도 찾아보고,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같이 이야기해보자.


나도 열심히 얌얌이 녀석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책으로 들어가는 엉덩이를 발견했다. 북극곰 출판사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북극곰 도서관, 프레드릭, 이루리 등도 보인다. 얌얌이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책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힌트를 준다면 골디락스 이야기 책이 놓여있는 곳 뒤편을 보면 "그 녀석은 괴물, 그냥 평범한 괴물이 아니라 악당"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하하.


또다른 이야기책 속으로 달아난 얌얌이. 빨간망토 이야기를 지나 잭과 콩나무로 달려간다. 그리고 여전히 힌트는 뒷 배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언젠가는 얌얌이도 붙잡히고 말 거라는 희망"이 있다. 황금 거위를 타고 자기 책으로 돌아온 얌얌이. 우리 얌얌이는 이제 다른 책을 찾아 나가지 않고 얌전히 있을까? 뻥 뚫린 마지막 장을 넘겨보자.


그림책을 덮으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얌얌이가 바꿔 놓은 이야기처럼 우리도 옛이야기를 이리 저리 뒤틀어볼 수 도 있고,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도 만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얌얌이라면 어떤 옛 이야기 속에 들어가 보고 싶은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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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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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독서동아리에서 '조선상고사'를 읽었다. 조선 상고사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고대사에 관해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비판없이 받아들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조선상고사의 주장들이 다 맞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동안 내가 아무 비판의식 없이 무조건 수용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였다.


서가명강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로 자주 눈을 사로잡게 하는 시리즈이다. 이번에 이 책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얼마전에 내가 가진 반성에서 이어지는 독서로 안성맞춤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시대의 이야기를 글로 써놓은 문헌을 참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역사도 그에 바탕을 둔 것이 많다. 이 책은 문헌이 놓치고 있는 시대적 사실을 유적과 유물을 통해 밝혀나간다.


삼국사기는 12세기, 삼국유사는 13세기에 쓰여졌는데, 이는 삼국이 형성된지 천 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다. 그러므로 작성자의 역사인식에 따라 왜곡되거나 누락된 것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삼국시대의 사서들이 대부분 불타거나 실종되어 우리 고대사 연구를 위해 부득이하게 중국이나 일본의 사서를 참고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서가 사실만을 기록했다고 볼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자국 중심으로 기술하다보니 타국에 대한 역사 왜곡이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역시 왜곡이 심하고, 자국 중심으로 기술하다보니 당연히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을 축소하거나 왜곡시키고 있다.

다행히도 이러한 사료 대신에 유물이나 유적, 금석문, 묘지 등을 토대로 하여 기록을 수정 보완할 수 있다. 땅 속에서 발견되는 매장문화재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유물과 유적은 땅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라 불릴 만하다. 경주 조양동 유적 발굴로 신라의 어린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사로국의 비밀을 풀 수 있었고, 창원 진영의 다호리 유적과 천안 청당동 유적은 변한과 마한의 실체를 밝혀주었다.


빛바랜 유산에서 빛나는 진실을 찾아내다


저자는 왜곡이 가장 심하게 이루어진 분야를 가야사라고 보았다. 가야에 관한 문헌이 거의 없다보니 일제의 관학자들이 역사를 심하게 왜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할 유물들이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김해국립박물관을 자주 가는 터라 가야 유물을 많이 접하는 편이어서 가야에 대한 사료가 적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학자들이 한정된 문헌자료만 가지고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씨름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 답사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 고대사를 연구한다고 한국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타 학문과의 교류를 두려워하지 말고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분야와도 협업을 하며 다방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인골이 고대사 연구의 일등급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인골을 계측해 데이터를 종합하면 선사나 고대를 살아가던 사람의 구체적인 삶과 죽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사책인 삼국지에서 두개골 변형 풍습이 한반도 남부 진한에서 시행되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1970년대 경상남도 김해 예안리 가야무덤에서 편두인골을 발견하였다. 진한 뿐만 아니라 경상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던 풍습으로 보인다. 이렇듯 인골을 연구하면 당시의 풍습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대의 다문화가정이나 페미니즘적 연구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골 연구의 쾌거는 대왕묘를 조사하다가 관받침 위에 놓인 나무상자에서 발견한 것으로 백제 무왕의 무덤임을 밝혀낸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한 삼국시대 왕릉 중 무덤 주인을 정확히 밝혀낸 것은 백제 무령왕릉 하나뿐이라고 한다.


수도유적이란 왕궁과 왕성, 도성과 왕경 등을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수도유적은 세계문화유산에 걸맞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삼국시대 여러 국가 중에서 가야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사의 대외관계라 하면 중국와 일본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동북아시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넘어서 유라시아 동부라는 안경을 쓰고 역사를 보라고 전한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에 비해 한국 사회는 상대적으로 혼혈의 비율이 낮고 얼굴생김새가 고정된 것이 사실이지만 단일민족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문화시회를 이끌기 위해 여러 분야, 그 중에서도 역사와 교육 분야에서 해야 할일이 많다. 과거의 역사에서 긍정적인 교류 모델을 찾아낼 수 있다. 고조선이 발전할 때는 한나라, 흉노, 그리고 여러 나라들, 고구려는 흉노의 후예인 오환과 선비족, 돌궐(지금의 터키), 거란족, 말갈족 등이 함께 였다. 우리가 제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국가는 사실 다문화 사회였다. (p.212)  중앙아시아 속 한국 고대사의 흔적으로는 소그드족 벽화에 나타난 고구려인을 들 수 있다. 그런가하면, 통일신라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흙인형 중에는 호인(근육질의 서역인)들이 있다. 당나라 장안만큼은 아니어도 고대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경주의 신라 무덤에서는 로만글라스와 페르시안 글라스가 나오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삼국시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지나치게 협소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즐겁게 책을 덮는다.   


**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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