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학생일 때와는 달리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니 더 쉽게 이해되고 성과도 제법 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쓱쓱 찾아서 읽고 듣고 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청소년 자녀가 물어오는 "공부를 왜 해야 해요?"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턱 하고 막힌다. 실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그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중앙SUNDAY에 연재한 공부에세이 모음이다. 주로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은 내용을 잘 반영하되, 함축적이어야 하고, 함축적이면서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P.66)고 하더니, 이 책은 목차의 소제목들이 책 내용보다 훨씬 좋다.


제1부에서 저자는 '공부'를 '지적 성숙의 과정'으로 본다. 이때 '공부'는 '논술문을 쓰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은 이러한 모순,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P.40)


제2부 공부하는 삶에서는 '공부의 기대효과'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중략) 지식 탐구를 통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새한 인식을 하게 된다.'(P.82)


제3부 공부의 기초에서는 질문과 맥락 만들기를 하라고 한다. 공부하려는 마음을 먹는 일이 힘들다면 '동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독서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P,126~127)도 한 방법이다.


책을 읽다보면, 연재 글이라서 그런지 순서대로 읽어도 구성이나 내용이 조금 애매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1부에서 '공부'='논술문 쓰기'로 보았다면 3부에서는 '공부'='독서'로 보는 것 같다. 독서를 하면서 질문을 찾고, 서평을 쓰면서 맥락을 찾는다. 연구를 위해 질문을 하고, 토론을 한다. 독서를 통해 쓰기를 위한 '자료'를 정리한다.


제4부 공부의 심화에서는 생각을 정교화하라고 말한다.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요약을 하고, 발제를 하고 세미나를 한다. 저자는 토론의 기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먼저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론이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것. 견해가 없으면 토론이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P.215) '토론의 목적은 다양성을 무작정 확보라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좀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P.216)


제5부에서는 저자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문체(아니 어투라고 해야 할까)가 상당히 거슬려서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공부'란 무엇인가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독서를 통해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그 자료를 가공해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글을 써서 내 의견과 견해를 밝히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지적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공부'라고 하면 될까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


*'독서'하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대부분 여자들이다. 일부러 그렇게 모은건지, 그런 그림만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