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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 호러 앤솔로지
이토 준지 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평점 :
제목 : 사각 死角, 2016
지음 : 이토 준지, 타카하시 요스케, 이누키 카나코, 아마갓파 쇼죠군, 히노 히데시, 오사다 노오토, 노로이 미치루
옮김 : 이은주
펴냄 : 미우(대원씨아이)
작성 : 2019.10.14.
“뭐야, 이토 준지만 있는 게 아니잖아?”
-즉흥 감상-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었지만, 어딘가 섬뜩해 보이는 여인이 그려진 표지를 살짝 넘겨봅니다. 그러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마침표가 찍히는 이야기인 [백설공주]로 시작의 장이 열리는군요. 그리고 시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학생으로부터 ‘힘’을 받게 된 남학생의 사연 [프롤로그로 끝나는 이야기], 어딘가 상태가 남달라 보이는 사람들과의 상담 [심령내과], 시골의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며, 책장 너머로만 보이는 섬세한 자태의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성 [문학청년], ‘흑마단 대 서커스’라는 서커스단 내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서커스 기담], 처음에는 그저 기분 나쁜 책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 책의 정체 [기분 나쁜 그림책], 3부작으로 만들어진 [어둠의 여자들],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여학생을 구해줬지만, 결말이 그리 좋지 않게 되는 [새장의 새], 꿈속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아내에게 혼나는 [‘너구리’ 시작했습니다]와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구요? 음~ 처음에는 원제목 표시란에 ‘SHIKAKU’라고 적혀있기에 ‘しかく’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しかく’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나 싶어 찾아보니 ‘네모진 모양; 사각형; 네모꼴. 정연(整然)함; 모가 남; 딱딱하고 재미가 없음.’을 의미하는 ‘사각 四角’, ‘자격 資格’, ‘시각 視覚’, ‘자객 視角’, ‘시의 격식. 시의 풍격[품위].’를 의미하는 ‘시격 詩格’ 등의 다양한 단어가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한자로 된 제목을 찾아보니 책 띠에 ‘死角’이라고 적혀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 의미는 ‘사정거리 내에 있으면서 발사해도 맞지 않는 각도, 어떤 각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점·범위.’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으로 보면 의미를 한 번 더 비틀었다고 보이는데요. 여기서 내용을 더 자세히 적어버렸다가는 감상을 방해하고 말 것 같으니, 궁금한 분은 책을 통해 그 맛을 음미하실 것을 권해봅니다.
책은 재미있었냐구요? 음~ 즉흥 감상에도 적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토 준지’의 새로운 책이 나왔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펼쳐 들고 몇 장을 넘기자마자 다른 그림체가 튀어나와 놀랐는데요. 첫 번째만 이토 준지의 작품일 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한 번씩은 봤던 것 같은 그림체의,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처음에는 ‘무슨 이런 그림체로 공포를 말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공포 만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은 기분인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떤 기분으로 이 책을 만났을지 궁금해집니다.
수록되어 있는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걸 하나 뽑아달라구요? 음~ 각각의 매력이 있다 보니 어느 한 가지를 뽑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만 반감이 있었을 뿐, 다시 읽으면서는 전부 다 흥미롭게 맛보았기 때문인데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작가들을 알아가는 데 작은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 책만 봐서는 뭔가 가볍다는 기분이 없지 않았는데요. 이왕 이렇게 책이 나올 거라면, 좀 더 강한 양념이 뿌려졌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앤솔러지’가 뭐냐구요? 음~ 사전에서 찾아보니 ‘앤솔러지 Anthology 는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대개 주제나 시대 등 특정의 기준에 따른 여러 작가의 작품이 모아진다.’라고 하는데요. 단편집일 경우 한 작가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되는데, 서로 다른 작가들의 짧은 이야기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앤솔러지’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선집’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이것도 영어로 부르기로 했나 보군요. 아무튼,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가 다시 실린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고만 적어봅니다.
그럼, 또 어떤 작품의 감상문으로 이어볼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그동안 나왔는지도 몰랐던 ‘이토 준지’의 다른 책이 발견되었으니, 기회가 되는대로 한번 만나보려고 합니다.
TEXT No. 3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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