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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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내편중 제 3편 양생주(養生主)와 제 4편 인간세(人間世) 정리.

 

  장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삶, 생명이다. 무조건 오래 살아 천수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에 초월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을 잘 가꾸어가는 것이  장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인 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 대목은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수양'을 목표로 하는 유학에서는 때로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삶과 올바름을 함께 지킬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올바름을 택해야 한다고 하기때문이다.

 

  주희도 <양생주설>에서 '노장의 학술은 의리의 당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그 사이에 의지하여 자기 몸을 온전히 보전하고 재앙을 피할 생각만 한다'며 장자의 인생관을 격렬히 비판한다. 분명 장자의 사적인 생존을 도모하는 태도는 주희가 보기에는 현실에 무기력한 지식인의 태도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주희가 장자를 무조건 비판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는 높이 평가했다. "후세의 불교에 나오는 좋은 말은 모두 장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장자는 도체(道體)를 알았던 사람이라고 제자들에게 평가하기도 했다.

 

  양생주편에서 장자는 소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와 권력자에 의해 다리가 잘린 우사, 노자를 조문하는 진일이라는 인물을 빌어 양생을 이야기한다.  양생은 태어날 때가 되면 태어나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생사의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지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삶에 집착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장자에게 삶을 방해하는 것들은 모두 피해야 할 대상이다. 권력을 추구하거나 지식을 쌓는 것도 그 목적이 전도되어 양생을 방해한다면 악인 것이다.

 

  <인간세>편에서 장자는 나도 살고 남도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얄팍한 처세술 같아서 비판 받을 수도 있지만 공맹처럼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하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보존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 점이 현대에 장자가 환영받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장자는 충신 관용봉이나 비간이 명예를 따르다가 죽음을 당했고 백이와 숙제가 지조를 지키다가 굶어 죽은 것도 비판을 하는데 장자의 입장에서 보면 삶을 해친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자들은 기회주의라고 비판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장자는 그런 사람을 내세워 생명을 경시하는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구조적 기만성을 폭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민중총궐기때 물대포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백남기 농민의 경우 장자가 볼 때 양생을 못한 경우다. 즉 장자가  만약 '백남기는 삶을 해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아야했다'라는 의미로 말한다는 것은 장자식의 돌려차기 기법으로 '공권력을 사용해서라도, 소수의 희생을 가져오더라도 질서를 바로잡겠다'라고 말하는 생명경시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개인의 생명이 존중되지 못하고 개인보다 국가라는 개념을 더 강조하여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이길 원하는 이 정권에서 장자를 읽으며 가장 가슴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명말 청초의 사상가 왕부지가 "이 편은 난세를 넘어 스스로를 보존하고 남을 보전하는 묘술을 추구한 것이니 군자가 깊이 취할 점이 있다"고 한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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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1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배운 가장 최고의 독서법은 옛글에 빗대어 오늘날에 적용하며 익히고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오로라님은 무척 잘 읽고 이해하고 계신거 같아 부럽기도 합니다 ^~^

살리미 2015-12-14 22: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것일뿐입니다. 어쩌면 오독일지도 모르지만요^^ 고전을 오늘날 다시 읽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애쓰는 중인거죠^^
 

책을 잘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아이들 어려서 보던 책들이 아직도 책장 가득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 책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혹시 알라딘 서재에서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나눠 드리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단행본들은 대부분 중고로 정리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거나 해서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전집입니다. 가끔씩 조카들에게 주거나 중고 사이트에 처분하기도 했는데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은데 가져가라고 하는 것도 짐이 될 듯하고 중고사이트에서는 너무 제 값을 받기가 어려워서 그냥 갖고 있었던 책들이에요.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보다 꼭 갖고 싶은 분께 드리는게 나을듯 해서요.
서재에 보면 초등생 자녀를 두신 분들도 계시고 혹은 이 책이 필요한 곳을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가끔 이웃님들이 하시던 책나눔에서 힌트를 얻어 필요한 분들께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나눔할 책은요~

웅진씽크빅에서 나온 <생각이 열리는 세계 문화 여행>입니다. 모두 20권 한세트고요, 각 나라별 옛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이어령 교수가 알기쉽게 설명해 주는 형식의 책입니다. (아이들보다도 제가 너무 좋아했던 책이라 아직 갖고 있었어요^^)
2004년에 나온 책이네요. 하지만 관리를 잘해서 책 상태는 아주 훌륭해요.

필요하신 분은 비밀댓글로 주소랑 연락처 남겨주세요. (혹시라도..... ㅋ 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경우에는 댓글을 일찍 남겨주신 분께 드릴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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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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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5-12-0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탐나는 책들이네요~~ㅋ-ㅋ 여러 나라이름들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두근~~오로라님이 애장하셨던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아요~ㅎㅎ 이런 책도 있구나~하며 구경하고 총총 물러납니다..^^* 책나눔 하시는 분들 정말 멋져요!!!

살리미 2015-12-07 16:50   좋아요 1 | URL
올려놓고도 필요하신 분이 계실까 싶어 걱정이에요 ㅎㅎ 그래도 애정이 남아 있어서 아직 갖고 있던 책들이라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15-12-0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있어요^^
저도 아까워서 저책들은 좀 오래 간직하려는중였는데 오로라님도^^
2004년도에 나왔었군요~전 2008년도엔가?구입했었던 것같아요

꼭 필요하신분들 가져가셔서 아이들 재미나게 읽었음 좋겠네요^^

살리미 2015-12-07 16:53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전 저 책 아마 첨 나오자마자 샀을거에요 ㅎㅎ

2015-12-07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2-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십니다^^
저도 무척 탐나지만 박지성처럼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ㅠㅋ

살리미 2015-12-07 22:59   좋아요 0 | URL
멋질거 하나도 없고요~ 어차피 중고에 팔아도 제값 못받는데 필요한 사람한테 가면 저도 좋아서 하는거예요^^

서니데이 2015-12-0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던 책이라서 좋은 분께 드리려고 하시는군요.
20권 한 세트라니 받는 분도 좋아하실 거예요.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아도 그렇고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로라님,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07 23:02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제가 좋아해서 아직 갖고 있었어요. 읽지도 않을 건데 책장에 모셔두게 되는 이유가 뭔지 ㅎㅎ 책들을 떠나보내기가 쉽진 않네요. 아이들이랑 같이 읽던 추억도 있고 하니까. 그래서 더 좋은 분께 드리고 싶어요^^ 서니데이님 항상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5-12-0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요하신 분께 갔다니 저도 기쁘네요.
책 분양이 쉽지 않더군요, 떠나보내려면 늘 아쉬워요. ㅠㅠ

살리미 2015-12-08 12:43   좋아요 0 | URL
네. 좋은 곳으로 가게되어 기뻐요. 떠나보내는게 아쉽지만 다 끌어안고 살수는 없으니까 그 책 잘 읽어줄 사람한테 가는게 최선이더라고요^^

서니데이 2015-12-0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잘 보내셨나요.
여기 서재는 노란색이 따뜻한 느낌이어서, 놀러오면 좋은 기분이 들어요.^^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5-12-0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현주 2015-12-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감 끝나지 않았으면 저도 댓글 달아보아요. 지금 6살 올라가는 딸이 있어서 이책저책 알아보던 중에 여기까지 왔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제게 주세요^^
 

<자본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만 딱히 계기가 없어서 미뤄지고 있었는데 세상이 다시 한번 무르익어 요즘은 전 세계가 마르크스를 다시 소환하는 느낌이다. 그가 예언했던 자본주의의 몰락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모순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고, 피케티나 앵거스 디턴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김수행 교수가 자본론을 한국 최초로 완역한다는 소문이 있던 차에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들려왔고 일생을 자본론의 번역에 매진하신 그 분의 삶을 돌아보노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얼마전 자본론이 마무리 되어 나왔다. 완역이다보니 여섯권이나 되고 다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없어서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차에 한겨레 신문 팟캐스트 <디스팩트2>에서 헬조선에서 자본론 읽기, 줄여서 헬자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도 이참에 같이 읽어야지 하고 우선 자본론 1권 (상,하)을 구입하고 팟캐스트를 들어가며 읽고 있다.

김수행 교수가 모두 네차례 개역판을 내다보니 역자 서문이 네개나 되는데 아마 나혼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른 본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역자서문은 건너 뛰었을 것이다. 근데 #헬자기는 한 회를 역자서문에만 할애했는데 읽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1989년 한글 초판이 나왔고, 1991년 1차 개역, 2001년 2차 개역, 2015년의 개역까지 역자 서문만 읽어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흐름이 보이는 것이다.

1989년 한글 초판 번역본을 내면서 김수행 교수는 87년 민주항쟁으로 학문과 사상의 공간이 점차로 넓어져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고 민주영령과 민주투사 및 양심세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이 불후의 명작이라고 믿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에 모든 정력을 쏟았다고 한다. 이때는 자본론 제 1권(상, 하)만 번역이 된 것이다.
1991년의 개역에서는 문장을 더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크게 줄이고 문장을 소설 읽듯 진행되도록 하는데 애썼다고 한다. 자본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랬던 역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2001년의 개역에서는 한자를 완전히 제거하였고, 문장을 더욱 쉽게 풀어 썼다. 이미 이 시대에는 우리 사회가 IMF도 겪고 신자유주의의 악몽으로 서서히 진입하던 시절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혁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가 분명히 자본론에 들어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 다시 자본론이 개역되었다. 서문에도 밝혔듯이 2007 미국발 금융공황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문명 전체가 흔들리고 있고,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거대한 실업자와 빈민이 격증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를 위해 국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자본론을 다시 소환하고 꼭 읽어야만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5 개역판 서문만 읽어도 나는 너무 가슴이 끓어올라서 다시 한번 고인의 부재가 한스러워졌다. 이렇게까지 일생을 자본론을 쉽게 번역해서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바쳐왔다면 정말 일생에 한번은 꼭 읽어야 하지 않겠나! 집집마다 필독서로 구비해야 하지 않겠나! 자본론을 시작하신다면 이 8페이지나 되는 2015판 역자 서문을 꼭 챙겨 읽으시길 바란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도 1년동안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거부하는 현 보수정권은 언제나 집권세력은 오로지 자본가계급과 이들의 정치적 사상적 대변자들의 재산 증식과 권력 확대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체제의 기본 특징`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모두가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제에 이번에 개역하는 <자본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한없이 빈다.
– <2015년의 개역에 부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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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 할배가 일생을 바쳐 번역한 것이니 책장에 모셔두어야지요... 4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깊다는 것이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한 사람이 네 차례`나 개정판을 손 본 적이 있나요 ? 사실, 쓰는 것보다 다시 읽고 오타 교정하고 다시 문맥 가다듬고 이러는 게 더 눈 아픕니다...

살리미 2015-12-07 10:24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서문이었어요. 4차례 개역이 모두 사실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쓰고자 해서였는데 그 이유가 조금이라도 더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더라고요. 저는 혹시 다 읽지 못할까 싶어서 일단 자본론 1권 상하편만 구입했는데 정말 그 정성을 봐서라도 전편 모두 책장에 모셔두어야 할 것 같아요. 이럴때 질러야지요 ㅎㅎ.

cyrus 2015-12-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도 읽어봐도 좋습니다. ^^

살리미 2015-12-07 23:0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걸로 시작할까 했는데 그냥 확~ 질렀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같이 봐도 좋을듯 하네요. 좋은 팁 감사해요~^^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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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 <내편>중 제 2편 제물론 齊物論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편이면서 동시에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할만큼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일단 제물론의 뜻풀이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제물론'을 '제물지론' 즉 제물의 주장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의 풀이에 따르면 '제물'은 만물을 차별없이 가지런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한편 '제물론'을 '물론物論'을 齊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인데 온갖 주장을 가지런히 통일시킨다고 보는 입장이다. 저자는 장자의 사상 전반에 입각하여 '제물론'을 이해한다면 아무래도 만물의 주장을 가지런하고 대등하게 바라본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앞의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제물은 차별없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만물의 제 모습이다. 장자는 도가 기왓장이나 돌 부스러기에도, 지푸라기에도, 똥과 오줌에도 있다고 한다. 지고의 가치인 도가 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물을 차별없이 가지런히 본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의 입장에서 다른 존재를 어떤 것은 이롭고 어떤 것은 해롭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가르는데 반대한다. 이렇게 만물을 대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때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다.

 

  1장은 남곽자기와 안성자유의 대화로 시작하는데, 장자답게 이름하나 짓는데도 그 비유가 탁월하다. 남곽자기는 도를 아는 인물인데,'곽郭의 남쪽에 사는 자기'라는 뜻이다. 고대에는 성안에는 귀족이 살고 곽 안에는 평민이 살았다. 그중에서도 남쪽엔 가장 세력이 약한 최하층민, 곧 천민이 사는 곳이었다. 장자의 생각에 도는 성곽 남쪽 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다. 그래서 도인으로 남곽자기를 등장시킨 것이다. 반면 안성자유는 성안에서 편안히 살아가는 자유라는 귀족이다. 장자는 1장부터 귀족인 안성자유가 천민인 남곽자기에게 도를 묻는 설정을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신분관계의 역설을 보여준다. 1장에서 장자는 모든 존재가 평등한 제물의 세계를 들려준다.

 

 하지만 현실세상엔 차별이 만연하다. 왜그럴까? 장자는 언어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름짓는것.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물을 분류하는데 이 분류는 대단히 폭력적이다. 2장에서는 옛 성인 요와 순의 이야기를 통해 시비와 차별의 세계를 넘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도는 대단한 추상 개념이 아니라 흔히 만나는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장자는 사물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그런 사람의 눈에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장에서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라는게 사실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4장에서는 까치선생 (瞿鵲子)과 오동나무 선생(長梧子)의 우화를 이야기한다. 까치선생은 경망스럽게 말을 옮기는 사람을 뜻하고 오동나무선생은 도를 깨달은 인물로 묘사되는데, 슬쩍 공자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어떤 권위에 의존해서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시적이고 변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더라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걸까? 장자의 해결책은 바로 자연의 도를 따라 만물을 조화하는 것이다. 자연의 도를 따르면 세상의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5장의 주인공은 그림자와 그림자의 그림자다! 그림자는 실체의 입장에서 보면 허망한 존재다. 그런데 그 그림자의 그림자는 얼마나 더 허망한 존재인가. 6장에 나오는 호접몽에서 꿈 속의 꿈을 말하는 것과 같다. 실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사실은 실물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실체라고 생각하는 실물, 곧 우리의 몸뚱이 또한 또 다른 실체의 허상이 아니겠느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6장의 나비의 꿈으로 이어진다.

 장자가 이렇게 비유와 우화를 사용하다보니 굉장히 문학적으로 읽히는데  사실 공자 맹자와는 다른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란다. 공맹처럼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잡혀가지 않으면 좋은데, 장자는 자칫 잡혀가기 쉬운 처지였기 때문에 보호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에 다양한 풍자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그렇지 않겠나 싶어서 장자의 처지에 또한 공감이 간다. ㅎㅎ

 

# 어젯밤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팔랑팔랑 가볍게 나는 나비였는데 스스로 즐겁고 뜻에 꼭 맞았는지라 장주인 것을 알지 못했다. 이윽고 화들짝 깨어보니 갑자기 장주였다. 알 수 없구나.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분명한 구별이 있을 테지만 이처럼 장주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주가 되는 것. 이것을 물화 物化라고 한다.

 

 물화의 개념은 내가 주체고 상대가 객체란 인식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나와 상대가 온전히 같아진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나의 소멸을 의미한다. 나를 버려야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체와 대상의 역할이 전도되는 것으로 현실의 질서와 가치관을 뒤집는 것으로 이해 할 수도 있다.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요유편에서 붕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것과 함께 읽으면 재미있다. 거대한 붕새의 어마어마한 날개짓과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을 함께 느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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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0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도를 따르면 세상의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장자의 말씀을 그분께 적어드려야할까봐요 ㅋㅂㅋ. 순리를 따르면 편안할것을 자꾸 역행하려하시니 ㅎ.
오로라님 덕분에 장자강의를 받고 있는 기분이예요 ㅋㅂㅋ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담론>책과 함께 펼쳐들고 읽어봐야겠습니다 ㅎ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살리미 2015-12-05 15:33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생각이 조금은 정리가 되어 좋긴한데, 생각보다 요약이 너~~~~~무 어렵네요 ㅋㅋㅋ 쓰고 싶은 말은 많고, 그럼 너무 길어지고, 줄이려니 맥락이 끊기고 ㅋㅋ
책은 더 재밌는데 리뷰읽고 지루하다 느끼실까봐 걱정이에요 ㅎㅎ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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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 1편 <소요유>는 모두 다섯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온세상이 전쟁에 미쳐 날뛰는 시대에 장자는 첫편부터 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요유편의 마지막 장인 5장에서 장자는 '소요'의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아무 하는 일 없이 그 곁에서 방황하고, 소요하면서, 그 아래서 낮잠을 잔다'고 한다.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무위의 개념인데 노자의 무위와는 좀 다른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노자의 무위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즉 하는 것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즉 하는 것이 없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사실상 지배논리에 가까운 것이라면 장자의 무위는 글자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장자의 무위는 '방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원래 방황은 어느쪽으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상태, 즉 목적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그 목적에서조차 자유로운 것이 무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럼 왜 장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낮잠이나 자라고 했을까.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자고 일어나면 전쟁이 있었던 시대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을 죽이게 되니 무위하지 않는 사람, 즉 목적의식이 있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은 전쟁터라는 것. 그런 사람들이 성실하게 살아갈 수록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된다. 장자는 그런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뜻으로 낮잠이나 자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똑부 멍부 이야기가 생각나서 조금 웃었다 ㅋㅋ)

 

 소요유편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나는 타이핑하기 귀찮아하는 게으른사람이므로 한가지만 소개해보겠다. 소요유 5장, 혜시와 장자의 논쟁이다.

 

  #혜시가 장자에게 말했어.

  나에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중나무라 하더군. 커다란 줄기는 울퉁불퉁해서 먹줄에 맞춰 자를 수 없고 작은 가지는 구불구불해서 그림쇠나 곱자에 맞질 않아. 그래서 길가에 서 있는데도 목수들이 돌아보지도 않는다네. 지금 자네의 말도 이 나무와 같아서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어(大而無用). 그래서 사람들이 듣지 않고 다 떠나버리는게야(衆所同去也).

장자가 이렇게 대꾸했어.

자네는 살쾡이(豺狼)를 본 적이 없나? 몸을 바짝 낮추고 엎드려서 놀러 나온 짐승들을 엿보다 아무 데나 뛰어다니는데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가리지 않다가 결국 덫에 걸리거나 그물에 잡혀 죽고 말지. 그런데 저 검은 들소는 크기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지만 크기만 할 뿐 쥐새끼 한 마리도 잡질 못해. 지금 자네에게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게 쓸모없어서 걱정된다면 어찌하여 무하유의 고을 (無何有之鄕) 아득한 들판에 심어두고 그 곁에서 아무 하는 일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 아래에서 한동안 거닐다가 잠깐 낮잠이나 자지 않는가(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도끼에 베여 일찍 죽을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칠 이가 없을 것이니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괴로운 일이기만 하겟는가.(86쪽)

 

  커다란 나무 이야기는 장자에서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나무가 현자의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생명체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존재이고 장자의 중요한 열쇳말 중 하나인 양생養生을 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혜시가 커다란 나무를 비유로 들면서,장자의 말을 사람들이 듣지 않는 이유는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인기가 없었던 이야기꾼 장자의 아픈 곳을 팍팍 찌른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살쾡이를 사람으로 치면 전쟁광에 묘사하고, 쓸모없지만 위대한 존재로 검은 들소를 들면서 남을 해치지도 않고 자신을 해치지도 않는 평화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한다.

  어떤것은 위해하고 어떤 것은 하찮다는 식의 획일적 구분을 넘어서서 쓸모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것은 현대인들의 목표지향적인 삶에 와닿는 부분이 많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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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장자를 읽고 계시는군요. ^^
서재를 노랗고 환하게 바꾸셨네요. 저 위의 북카페도 오로라님의 프로필 사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로라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05 07:48   좋아요 1 | URL
서재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이라 분위기를 바꿔봤어요. 잘 어울린다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2-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장자>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ㅠㅠ 항상 고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서재가 너무 이뻐요ㅠㅠ 노란색 참 이쁘고 기분좋네요ㅎ 저도 먼가 서재를 화사하게 꾸며야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ㅎㅎ

살리미 2015-12-05 14:32   좋아요 1 | URL
장자는 문학적인 비유나 우화들이 많아서 보다 읽기가 수월한 듯 해요. 물론 원서 그대로야 읽기 어렵지만 그런건 학자들의 몫이니까 저희야 이런 해설 강의를 열심히 읽으면 되고요~ ㅎㅎ
가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장자의 사유가 놀랍도록 난해해서 궤변처럼 느껴질때도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찾기도 쉽진 않을 듯 합니다. 실제로 책은 훨씬 더 재미있고요~ 제 글솜씨가 워낙 어줍잖다보니 요약해서 쓰려다보면 이렇게 딱딱한 글이 되어버리네요. 꼭 책으로도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해피북 2015-12-05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공자는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들며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장자는 `무위`의 개념으로 하지말라니 참 새롭습니다 ㅎ 역시 시대상을 모르고 들었더라면 괴상한 학자구나 했을텐데 말이죠 ㅎ

앗 그런데 서니데이님과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서재에 들어가봤는데 정말 화사하고 예쁘게 꾸미셨어요. 특히 저는 서재 제목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주 Book적 Book적한 나날들`이요 ㅎㅎ

살리미 2015-12-05 14:38   좋아요 1 | URL
저는 예전 윤리시간에 장자를 공부할때 (그땐 장자를 그리 많이 다루지도 않았죠, 공맹에 대비해서 노자 장자도 있다.. 이런 식이었으니까) 무위도식의 개념으로만 이해를 해서 그다지 매력을 못느꼈었는데, 딸아이 숙제를 도우며 같이 이런저런 텍스트들을 읽어보니 너무 멋진 거예요. 어쩜 지금의 시대를 예상해서 이런 말들을 했나?? 싶을 정도로요~ 실제로 당시엔 미친놈 취급을 받았지만 그 당시에도 장자의 가르침에 위로 받던 사람들이 많았으니 이렇게 고전으로 남은게 아니겠어요? ㅎㅎ

서재 관리를 통 안하다가 북플을 하면서부터는 서재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이름도 지어보고 배경도 바꿔보고 하는데... 저도 북적북적은 참 맘에 들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