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서나마 비극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말. 그렇다면 경험해볼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하고서야 내 차례가 왔다. 요 네스뵈는 처음이라 그의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흥미진진.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아름다운 피요르드 해안의 고요한 풍경이 떠오르는 노르웨이에 이런 어두운 세계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세상은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걸까. 우리는 그래도 이정도로 마약이 퍼지진 않아서 다행이야,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상류층들은 이미 심각할거야 너만 모르고 있지, 마약사위도 모르냐? 베테랑도 봤잖아! 한다. 하... 다른건 몰라도 마약을 이렇게 맘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책에 나오는 일라센터처럼 마약중독자를 위한 복지까지는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유럽의 복지제도가 마냥 부러운 나!

형사 시몬이 늘상 입안에 붙이고 있던 담배 스누스. 담배에 호기심이 많은 (흡연자는 아니다 ㅋㅋ) 나는 스누스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벌써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었다. 연기가 안 날뿐 니코틴을 흡수해서 담배의 효과를 보는 건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선 금연보조제로 통하나보다. 쪼끄맣게 생긴 티백을 윗 잇몸에 붙이고 있는건가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도 이렇게 하고 싶어서 스누스를 만들었겠나. 연기를 태우는 담배는 간접흡연을 야기하니까 비흡연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이런식으로라도 탈출구를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형사 시몬은 여배우 미아 패로를 좋아한다. 그녀의 첫사랑을 닮아서다. 우디앨런의 뮤즈. 입양한 순이 패로의 엄마. 나중에 우디 앨런이 미아를 버리고 순이랑 결혼할때 얼마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나. 나는 그때 순이란 이름에 가슴이 아팠었지! 이 책에 나오는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를 보려고 찾아놨다. 우리나라엔 <악마의 씨>라고 소개됐나보다.

˝자비의 시대는 끝나고 심판의 날이 왔다. 하지만 메시아가 늦으니 우리가 그를 대신해야한다.˝
이것은 범죄 소설이나 영화의 주요 테마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단죄하고 정의를 수호한다. 법보다 더 위에 있는 정의. 그러나 정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현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이 덜 생기니까. 항상 아들같은 정의의 수호자가 나타나서 해결해줄 순 없으니까. 범죄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게 당연해야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아무리 아들이 홍길동처럼 악을 처단하고 다녀도 끝까지 마음이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정작 법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해야할 사람들이 법과 정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더는 보고 싶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니까. 아들 소니는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 존재니까. 오히려 그런 처단자마저 없는 우리는 어쩌지.. 싶어지니까.

근데 이렇게 맥락없이 리뷰를 써도 되나?? 모르겠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니까 ㅠ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11-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일상을 평온하기 위해 비극을 경험한다. 캬~~ 정말 멋진 말이예요 ㅎㅎ 두서없이 쓰셨다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마약 사건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알게모르게 퍼져있는거 같고요. 요즘은 학생들도 인터넷으로 구한다던 기사를 본거같기도 해요. ㅜㅜ 아참, 오로라님은 이 글을 휴대폰으로 작성하신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신데요. 이렇게 긴 글을 휴대폰으로 작성하시다니요 ㅎㅎ 저는 짧은 글만 작성해서 그동안 이렇게 긴 글들은 모두 컴퓨터 작성이겠거니 하고 생각했거든요. ㅎㅎ 무튼 덕분에 `아들`이라는 책도 리스트에 담아봅니다 ㅋㅁㅋ!!

살리미 2015-11-12 10: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워낙 게을러서요. 컴퓨터 켜기가 귀찮아서 핸드폰으로 `어렵게` 쓴답니다. ㅋㅋ 게으른게 아니라 모자란건가.....
근데 핸드폰으로 작성하면 알라딘 서재에선 죄다 페이퍼로 표시되더라고요. 리뷰와 페이퍼의 차이를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괜히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이고요 ㅎㅎ
저는 글을 좀 짧고 맥락있게 쓰고 싶은데,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보니 짧은 글이 더 어려운거 같아요. 짧게 올리려고 핸드폰으로 쓰기 시작했다가 무한대로 길어져버리곤 합니다 ㅋㅋ

해피북 2015-11-12 10:18   좋아요 0 | URL
저는 안드로이드 폰이라서 틀릴 수 있지만..
북플에서 글을 쓰려고 보면 하단에 책검색 아이콘, 사진아이콘, 글쓰기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카테고리 아이콘, 전체설정 아이콘 이렇게 있잖아요. 혹시 그중에서 페이스북 아이콘 옆에 있는 카테고리 아이콘으로 설정해보셨어요? 고 카테고리 누르면 오로라님 서재에 있는 카테고리랑 연동되서 올리고 싶은 곳을 지정하실 수 있거던요 ㅎㅎ 그리고 저도 리뷰와 페이퍼에 대한 확실한 차이는 모르겠더라고요 ㅋㅋ

살리미 2015-11-12 10:23   좋아요 0 | URL
음.. 거기엔 카테고리 지정을 했는데 그래도 핸드폰으로 올린건 알라딘 서재에서 [페이퍼]라고 올라가더라고요. 제 서재에는 리뷰에 글이 올라가 있어도요. 저도 신경을 안쓰다가 이달의 페이퍼에 당첨됐다고 해서 응? 난 페이퍼를 쓴 적이 없는데... 했거든요. 북플에선 글자수에 따라 100자평, 리뷰, 페이퍼로 저절로 분류되는거 같기도 하고요....

해피북 2015-11-12 10:27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휴대폰으로 하면 늘 페이퍼 작성만하고 또 지정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어서 몰랐어요. 북플 글은 페이퍼로 올라간다니.. 참고해야겠어요 ㅎ 그리고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ㅋㅂㅋ ~~

살리미 2015-11-12 10:29   좋아요 0 | URL
ㅎㅎ 본의아니게 자랑을..... 이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ㅋㅋㅋㅋ
별게 아닌게 궁금해서 저는 북플에 메일을 보내 물어보기도 했는데 쌩까네여 ㅎㅎ 답이 없어요 ㅋㅋㅋㅋ

해피북 2015-11-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자랑은요~~무신. 혹시 답글 오심 소문내주세용 ㅋㅂㅋ
 

핸드폰 자판 입력이 익숙하질 않으니 이런거 하면서 놀고 있다. 그간 아이폰 자동완성기능을 쓸 일이 없어서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이놈이 글쎄 엄청 똑똑하다. 이언 매큐언을 입력하니 `속죄`가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입력하니 `노르웨이의`가 뜬다.
얼마전 페북에서 본 기사가 떠올라서 `박근혜는`을 쳤더니.......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5-11-1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똑똑하군요! 저도 아이폰인데 자동완성기능을 쓰고 있진 않아서 몰랐어요!

살리미 2015-11-10 06:51   좋아요 0 | URL
놀랍죠? ㅋㅋㅋㅋㅋ 이 기능이 요즘 제겐 요긴하네요. 게다가 똑똑하기까지해서 같이 놀기 딱 좋은데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1-1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잡스형님의 아이폰은 똑똑하고 심플하고 예술적이네요. 박근혜대통령이 아이폰을 쓰시면 좋겠네요ㅎㅎ

살리미 2015-11-10 06:50   좋아요 1 | URL
박근혜 대통령이 라고 지금 쓰고 있는데 아이폰이 `국정원`을 입력하라고 말해주네요 ㅋㅋㅋㅋㅋ
암튼 대통령이 이걸 보시면 좌경화된 핸드폰이 존재한다며 `올바른 핸드폰`으로 국정화 하겠다고 하지 않겠어요?? ㅎㅎ

saint236 2015-11-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살리미 2015-11-10 11:28   좋아요 0 | URL
멋지죠? ㅎㅎㅎㅎ

해피북 2015-11-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아이폰에 `시리`도 탐이났는데 이런 기능도 탐나네요 ㅋㅂㅋ 저도 지금 쓰는 폰으로 바꾸기 전에 아이폰4를 사용했어요 3년동안. 작아도 휴대도 좋고 알찼는데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밧데리도 금방 소모되서 아쉽더라고요 ㅎ

살리미 2015-11-10 19:2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아이폰 4는 엘티이가 나오면서 좀 느려지기 시작했죠. 저도 그래서 5로 갈아탔어요. 지난번에 ios가 업데이트 되면서 자동완성기능이 생겼는데 의외로 이런 재미를 주네요^^

transient-guest 2015-11-11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이거 해봤습니다. 진짜네요! 미국을 대표하는 유수기업, 나아가 Lenovo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야기된 빽도어문제 때문에 미국의 국가기관이나 대형회사들이 점점 더 선호하는 애플이 종북기업이었을줄이야. 박씨가 알면 애플은 한국에서 쫓겨나려나요??ㅎㅎㅎㅎㅎ

살리미 2015-11-11 09:56   좋아요 1 | URL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거짓말을 하는군요.˝ 이거 절대 제가 한 말 아니구요, 아이폰이 한 말입니다. 전 한글자도 직접 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 애플이 혼이 비정상인거예요.
 

이언 매큐언의 책은 언제나 옳다! (이러면 그의 작품을 다 읽은 것 같지만 이 책을 포함 모두 세작품을 읽었다 ㅎㅎ)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이 작가 너무 지적인거 아닌가 하고 감탄을 하게 되다가, 너무 치밀한 묘사에 그만 질려버리기도 하다가, 마지막엔 뒤통수를 한번 탁! 때려주고, 결국 책장을 다시 앞으로 되돌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항상 두번 읽게 되는데 두번째 읽을 땐 그의 진가가 드러나서 나는 이 작가에게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게 된다. 그가 촘촘히 쌓아놓은 문장은 어느 하나 허투루 쓴 게 없다. 모든 문장이, 모든 상황이 복선이 되어 주인공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트집을 잡아 보려고 `이게 뭐야.. 왜 뜬금없이 이러지? 이건 너무 과한데?` 하고 꼽아 두었던 부분도 두번째 읽고나면 내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홍상수 영화를 패러디해 보자면 그는 늘 나에게 `이언 매큐언은 맞고 나는 틀리다`를 요구하는 사람같다.


체실 비치에서를 읽으면서도 처음엔 플로렌스의 두려움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마지막에 에드워드는 왜 그렇게 분노해야만 하지? 사랑하니까 좀 더 이해해 줄 순 없나? 작가는 왜 이혼 후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렇게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플로렌스의 두려움의 원인으로 작가가 살짝 풀어놓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건이 끝까지 나오질 않아서 내심 `그렇게까지 몰아가지마...제발 그런건 아니기를...` 하고 바랬던 나는 조금 안도하기도 했지만, 두번째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는 차곡차곡 다 설명하고 있었는데 내가 딴데 신경쓰느라 눈치채지 못했던거다.


첨엔 플로렌스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왜그래, 그게 뭐라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그 정도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지 못해! 하고 안타까웠는데 이젠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성적인 부분에서 트라우마가 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리더쉽이 있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 강한 여자다. 그녀가 꿈을 이루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에드워드에게는 이제껏 잘 참고 교양있게 잘 버티다가 왜 마지막에 그리 폭발해야만 했냐고, 아무리 모욕적이어도 사랑하니까 적어도 서로가 차분해질때까지 기다릴수는 없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는 플로렌스가 유독 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끝까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것도 너무 좋다. 몇가지 상황들에서 충분히 유추가능하지만 마지막 판단은 끝까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마지막을 에드워드의 회한으로 마무리 한 것도 너무 좋다. 그의 삶을 너무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그가 마지막까지 플로렌스을 잊을 수 없었던 것과 플로렌스의 진심을 늦게나마 이해한게 고맙다.


책을 덮으며 깊은 여운을 느낀다. 역시 이언 매큐언은 항상 옳아!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11-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 읽어보려다가 밀리고 있는 <속죄>를 하루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ㅎㅎ 어디선가 날개짓 소리도 마구마구 들리구요 ㅋㅂㅋ 이언 매큐언. 잊지않을께요^~^

살리미 2015-11-09 13:12   좋아요 0 | URL
ㅎㅎ 속죄를 읽으면서 초반엔 애 좀 먹었어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까지 너무 서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본격 궤도에 올라타면서부터 정신없이 몰입했어요. 끝나고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는데..... 이 두꺼운 걸 또다시 읽어야 하나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금새 잘했다 싶더라고요~ 초반에 쓸데없다 느꼈던 장면이 모두 복선이에요. 그는 정말 쓸데없는 문장은 하나도 쓰지 않는거 같아 보였어요. 근데... 이 소설도 그런거예요!!
모든 소설이 두번 읽어야 더 좋다고 하기도 하고, 영화도 두번은 봐야 진짜 이해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두번 보기 싫은 영화나 소설도 있잖아요. 근데 이언 매큐언은 딴건 몰라도 `두번 읽어도 좋은 소설`임엔 분명해요^^

해피북 2015-11-09 13:19   좋아요 0 | URL
밥을 먹고 정리중이였는데 방금 접시가, 접시가 식탁에 떨어졌어요~ 쾅 소리와 함께 ㅋㅋㅋ 깨지지 않았어요. 하 하한 번도 아니구 두,두번을 읽어야 느낄 수 있으며 한 쓸데 없는 문장이 없다시니 막 설레이면서도 섣불리 시도할 수 없을것 같은 이기분! ㅋㅂㅋ 그래도 오로라님이 정말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꼭 읽어야할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ㅋ 점심식사 맛있게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0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큐언 소설 좋죠. 다 읽고 나면 아주 정교한 모자이크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매큐언 작품은 왜 대부분 다 읽고 나면 신나서 첫 장부터 다시 음미하기 시작하잖아요..ㅎㅎ

살리미 2015-11-09 19:53   좋아요 0 | URL
그죠? ㅎㅎ 곰발님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기분 좋네요^^ 항상 다 읽고 나면 신나서 앞으로 돌아가게 되요. 두번째 읽을 땐 정말 모자이크 조각 맞추듯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고요. 이름도 너무 멋진 것 같아요 ^^

인디언밥 2015-11-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칠드런 액트밖에 안읽어봤는데도 신뢰가 생기더라구요. 이 사람 내공이 엄청나구나 하고. ㅎ_ㅎ

살리미 2015-11-10 10:16   좋아요 0 | URL
저 칠드런 액트도 두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ㅋㅋㅋㅋ
 

아빠가 된 서효인 시인의 다운증후군 딸 은재 키우는 이야기! 인생은 분명 녹록지 않고 자주 무섭지만 애써 용감한 척 하지도 않고 항상 으쌰으쌰 힘내보는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주변 사람들이 다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5-11-0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일까요? ... 전 장차현실의 (개똥이네 놀이터 연재하던) 만화 `또리네 집` 샀어요. 장애아 가족 이야기에요...

살리미 2015-11-07 09:13   좋아요 0 | URL
아! 저 라디오에서 그 책 저자가 나와서 인터뷰 하는걸 듣고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어요. 딸 은혜가 했다는 말이 너무 감동이던데요?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다. 지금도 고3때 국사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내게 국사는 시험 볼 때 벼락치기로 점수따던 과목이었기 때문에 시험때나 반짝 공부하곤 했는데 고3때는 학력고사(연식이 드러난다 ㅠㅠ)때문에 국사는 무조건 만점을 받도록 해주신다는 전설의 쪽집게 선생님이 등장하셨다.

 

선생님의 수업방식! 일단 수업시간에 초집중을 하게 하신다. 초긴장상태로 양손에 네가지색 필기구를 들고 선생님이 호령하시는대로 줄을 쫙쫙 그어야 했다. 그리고 '받아써!'를 외치면 교과서 여백에 써야한다. 노트도 안된다. 무조건 교과서 한권에 모든 엑기스를 때려넣는다. 교과서를 쭉 읽으면서 시험에 나오는 문장엔 중요도 순서대로 색깔펜으로 밑줄 쫙! 정말 더 중요한건 별 두 개, 세 개, 형광펜!  '이런 건 읽지도 마라! 시험에 안나온다!' 하시는 문장은 과감히 지운다! 한반에 60명씩 모여있던 우리는 일사분란하게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마치 군대에 온 기분이다. 그런 초긴장상태에서 희안하게 국사책의 문장들이 머리에 쏙쏙 와 박혔다. 선생님께서 수업하시고 삼개월만에 처음 치른 모의고사에서 우리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만점을 받았다. 그 선생님의 신화는 담당하는 학생들 모두를 만점받게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오십분간의 수업시간동안 삼십분은 그렇게 점수용 수업을 해주시고는 남은 시간동안 "이제 진짜 역사를 가르쳐줄게. 시험에 안나오지만 이게 진짜 중요한거다. 정신차리고 들어라!" 하시는데 적절한 욕까지 섞어가시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아무도 졸지 않았다. 아니 졸 수 가 없었다. 항상 시간이 모자랐기에 마무리는  "대학가면 꼭 찾아서 공부해라!"였는데 더 듣고 싶다고 졸라도 얄짤 없었다! 그때 나는 조금 깬 사람이 된 것 같다. 아! 교과서에 나온게 다 사실이 아니구나! 이 문장의 맥락속에는 다른 의미도 숨어있는거구나~ 이런 것들을. 그리고 대학에 가서 근현대사 책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시위가  한창일때라 그 놀라움의 동력으로 열심히 투쟁(ㅎㅎ)하러 다녔다. 요즘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세력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역사는 가린다고 가려지는게 아니다. 언젠간 진실을 알게 되고 그 때 내가 배운게 어느 한쪽만 미화해 놓은 역사라는 걸 아는 순간 터져나오게 되는 분노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그때 우리는 그 기운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세대다! 지금 비록 한순간에  과거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지만.

 

 

시국이 어수선하여 이야기가 많이 돌아갔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이 놀라운 책에 대해서다. 내가 배운 교과서엔 절대 없었던 사실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 그리고 내가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가지게 되었던 의문들이 하나씩 풀리던 책. 한국의 근현대사와 세계가 만나는 순간의 경계면을 따라 부평초처럼 떠돌다 결국은 산산히 부서져버린 여자에 대한 책이다.

 

 이야기는 한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듯 이 사진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파고 들면서 한 여자의 삶을 따라간다. 그녀는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했고 북한에서는 박헌영의 애인으로 지목되어 간첩혐의를 받고 처형된 현앨리스다. 박헌영의 숙청 소식과 함께 전해져온 그녀의 소문때문에 한때는 남한의 신문에서 '한국판 마타하리'라 불리며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소모되기도 했다.

작가는 어떻게 그녀가 미국과 북한에서 그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열심히 독립운동을 하던 그의 가족들이 아버지는 독립유공자로, 그녀는 북한에서 미제의 앞잡이로, 그녀의 형제들은 미국에서 끊임없이 추방의 위기에 몰려야 했는지 궁금해서 모든 자료들을 뒤져 그녀의 삶의 퍼즐을 풀어나간다.

결연한 의지로 기념사진을 찍던 그 청춘들은 모두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가올 운명의 가혹함을 전혀 몰랐을 그들의 삶이 너무 궁금하여 짠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 정리해서 전달할 능력이 안되니 다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목사의 딸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성장했고,  3.1운동을 겪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고, 1920년대 초반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이념을 수용하면서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노동차별에 맞서 싸우고, 해방후 남한에 와서 미군정에서 일하며 통일을 위해 애쓰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의심받아야 했다. 항상 선택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결국은 북한까지 들어갔지만 이상향인줄 알았던 그곳에서마저 그녀는 사회에 젖어들지 못하고 내쳐졌다. 그녀의 동지들과 가족들의 삶도 제각각 파란만장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다룬 제대로된 영화나 소설이 나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책에서 한줄 암기거리였던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펼쳐지는데 그것은 곧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시대의 좌편향된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도대체 몇명이나 그런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더욱더 읽어보기 바란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지워버리고 싶은, 또한 부각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체로 현명하다. 이런 역사를 읽었다고해서 종북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승만이 비겁하게 정권을 잡는 과정이 그려지고, 미국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의 우방이 아니었다는게 드러나지만 북한도 결국 독재정권을 위해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어떻게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지 그 면모가 속속들이 밝혀진다. 이데올로기에 연연해서 얼마나 바보짓들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역사적 교훈을 잊고 이데롤로기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바보짓을 한다.)

그나마 이 책을 읽다가 미국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건 공산당을 색출한다고 눈에 불을 켜고 쫓아내려고 하는 그 시대의 와중에서도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공산주의자가 된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이상향을 찾아 북으로 간 경우는 거의 행방을 모르거나 숙청을 당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그당시 정부에서 청문회를 대대적으로 열며 그렇게 쫓아내고 싶어했지만, 내게 불리한 증언은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인정한 수정헌법과 신체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추방할 수 없다는 매케런-월터법 같은 법적인 장치들이 있어서 버텨낼 수가 있었다.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 위기에 있을때마다 그들의 이웃들이, 친구들이 법조문을 무기로 탄원해주고 힘을 모으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침 냉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가 개봉하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라 그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듯하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데 소련의 스파이를 변호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그도 수정헌법에 기초하여 스파이를 적극적으로 변호한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나는 이 책에서 보았던 우리의 재미한인동포들의 청문회장면이 떠올랐다. 한참 역사 문제로 시끄러운 이 때, 현앨리스의 시대를 한번 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걱정이 태산같은 0.1퍼센트의 사람들이여,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안심하라! 지금은 국민들을 흑백으로 나누어 몰아갈 때가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인정할 때이다. 그렇게도 자신들이 없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1-07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7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5-11-0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꽂히면 여기로 배송합니다요. 책값에 3배.ㅋㅋ

살리미 2015-11-07 09:15   좋아요 0 | URL
으헉..... 참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