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종합연구소 2015 한국 경제 대예측 - 일본 최고 민간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 전망
노무라종합연구소 엮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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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위태위태한 상황인가 보다. 연초부터 우려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 핵심이 한국 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이다. 모양새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잘나가던 일본이 80년대 중반 엔고 현상을 기점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저금리 정책을 펼쳤는데 이것이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지고, 버블이 사그라지자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성장률 거의 제로의 장기불황으로 이어졌다. 10년, 20년이 흐른 현재 아베가 엔저를 유발시키면서 고군분투하지만 30년으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웃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도 엇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압도적이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남다르다는 거다. 한때는 미국의 호황이 우리에겐 호재였는데, 작금의 미국 호황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미연준(FRB)은 호황을 바탕으로 테이퍼링(Tapering, 양적 완화 축소)을 통해  미국 경제를 '정상화'시키려고 하니 연방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은 시간문제이다. 작년에 발표된 IMF의 '201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 의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더라. 한국의 성장률이 3% 초반대로 주저앉는다나 뭐나.

 

일본도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저 정책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니 우리의 수출주력기업들은 연일 죽을 맛이라고 난리고,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리다시피 한 중국 경제도 성장률 둔화에 직면함에 따라 우리 경제가 한층 험난해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잘 대처하면 기회가 되는 법! 정부의 경제팀도 이를 잘 알고 대처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금융정책)와 LTV, DTI 등의 완화(부동산 관련 정책)를 통해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하자는 초이노믹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물론 아직 그 결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노무라종합연구소 2015 한국 경제 대예측>을 읽었다. 우리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때때로 왜곡되어 전해지던 정보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던 일본 최고 민간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한국 경제 전망서이다. 올해로 세 번째 출간되는 경제전망 및 산업 분석인데 1부에서는 세계 경제의 동향을, 2부에서는 한국 주요산업의 구조개혁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우리의 SERI나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이 워낙 좋아서 NRI의 날카로움이 옛날 같지 않으나, 그래도 우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 연구소의 냉철한 분석은 작금의 우리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보니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적 의견인가 보다. 그런데 NRI는 의외로 우리 경제의 질을 더욱 높이고 산업구조를 향상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걸 뒤집어보면 '당신들 잘못하면 일본 꼴 난다'는 거겠지. 작금의 우리 경제가 '제조업의 위기'라는 분석엔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정권부터 복지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고 트리클 다운 이펙트(trickle down effect)니 뭐니 하면서 친기업정책(business friendly)을 펼쳐온 거 아니겠는가. 잘해보고자 펼친 정책이니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의욕만 넘쳤고 실속은 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비정상의 경제를 고민하고 있지 않겠는가.

 

1부의 세계 경제 전망을 보니, 미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양이고 유럽은 여전히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운 듯하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반짝 힘을 얻고 있으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 동력이 무뎌진 듯하고,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기타 아시아 신흥국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나 미국의 테이퍼링에 금융시장이 불안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의 위기'에 방점을 찍고 과연 시장과 맞선 초이노믹스의 경기 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일본의 전처를 밟을 것인지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가볍게 정리하면 일본과 비슷하나 아직까지는 당시의 일본보다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의 문제와 해결방향은 가계부채의 축소와 부동산 안정, 그리고 내수시장 진작으로 축소화하여 볼 수 있겠다.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는 아마 부동산(주택) 구입일 가능성이 많은데, 최근의 집값 하락은 우리 경제에 정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건 그림이 보이는 현실이다. 집값 하락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양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은행담보부실로 이어져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려진다. 이런 미래의 불안은 다시 소비성향의 위축과 주택수요를 서서히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것이고... 이젠' 월세 시대'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_ 그런데 한중일 3국의 경제뇌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모두 '부동산'이 있음을 알게 된다._

 

그래서 정부가 펼치는 '초이노믹스'의 핵심에 부동산 안정대책이 있는데, 이것이 참 조심스럽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하고 우린 초이노믹스 기조 유지를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한다면 당장 단기자금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제 2의 환란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엔저와 중국 경제의 문제로 수출이 어려운 것도 어려운 문제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결국 문제해결의 첫걸음은 '내수 진작'에 있는가 보다. 그래서 제시하는 대안이 "임금 인상과 배당 확대"이다. 전 정권 시절 법인세를 25%에서 22%로 감세해 주는 등의 혜택을 이제 기업이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 등의 형태로 가계에 환원함으로써 내수 경기를 살려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고용도 늘고…….

 

2부에선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5대 산업_자동차, 전자ㆍ전기, 부동산, 유통, 헬스케어 산업_의 실태와 핵심 이슈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선점해야 할 생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읽기가 되더라. 자동차는 2015년을 선도업체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재정비의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고, 전자ㆍ전기는 3D프린터 등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살아남기 위해 기초역량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산업의 회복은 참 쉽지 않지만 어쨌든 주택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잘 따라가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인데, '도시 재생' 부분이 흥미로웠다. 유통 산업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겠고, 과연 올해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빅뱅이 시작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조건이 불안정하고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반등의 기회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 민족은 위기의 상황에서는 너나없이 대동단결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왔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는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암울함, 가진 자들의 갑질, 정책에 의해 유지되는 부동산 가치의 위태로움……. 과연 우리는 2015년 '위기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일본처럼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민의 인식과 힘이 다시 하나로 모여져야 할 시점인 건 분명해 보인다. 정치는 제발 좀 다투지 말고, 정책은 혜안의 해결책으로 우릴 잘 이끌어가길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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