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간다. 잠시 머물 곳이지만 어쨌든 이 많은 짐과 책을 다 풀어놓고 몇달 살다가 쥐가 점령한 청와대를 안봐도 되는 곳으로 또 한동안 떠날거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내일 이사를 한다는 거다. 

집은 완전히 난장판이고, 내일 8시가 되면 짐 쌀 사람들이 오는데, 아무것도 정리가 안되어있다. 심지어 저녁먹은 설거지까지 싱크대에 담겨있고, 충무공은 내일 8시 반이나 9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온단다.  

청소하고 짐을 쌀수 있게 정리를 해 놔야하는데, 애들 재우고 나와 또 서재질이다. 여기저기 연락할 거 다 했다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인터넷 랜선 끊어달란 연락을 안했다. 나 미쳤나보다.  

요는, 내일 나는 이사를 한다는 거다.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도저히 대책이 안서서 걍 넋놓고 서재질중이다. 일단 애들이 빼서 바닥에 뿌려놓은 그림책들부터 책장에 꽂아 넣는 작업을 시작으로, 부엌을 좀 치우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도 좀 치우고, 재봉틀 주변에 흩어져있는 원단들을 정리해서 버릴건 좀 버리고 해야겠다.  

아. 그래도 글을 쓰다보니 뭘 먼저해야할지 대충 알겠다. 

파워콤에 전화부터, 일단.  

에혀. 내일이 이사다.  

아. 이사.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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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2-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가시는군요. 저는 애 낳고는 이사가 이제 엄두가 안나요. 근데 몇 달 사시고 외국으로 가시는 거에요? 안 보이는 각도가 아무리 연구해 봐도 ㅋㅋㅋ 안나오네요. 이사 잘 하시고 글 또 올려주세요^^

아시마 2009-12-28 22:16   좋아요 0 | URL
예, 몇달 뒤에 외국 나갑니다. ^^ 쥐색히 안봐도 되어서 너무 좋아요. 그 면상 보기 싫어 뉴스 끊은지도 한참 됐다죠. 정치적 뭐 이런거 저런거 다떠나서 너무 못생겼어요. -_- 저 은근 이쁘고 잘생긴거 좋아하는 사람이라. 못생겨도 귀엽거나 나름 엣지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은데 청와대 서식 쥐는 못생긴데다 천박함이 줄줄 흘러서 얼굴만 봐도 불쾌해져요. 전 눈빛 흐린 사람은 본능적으로 혐오하게 되더라구요. 으윽. 그눈빛 떠올라서 으으으으으으으...

에파타 2009-12-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집만 바뀌는 게지요. 사람은 그대로지요..물론 서재질도 쥐색깔이 달라도 계속 되는게지요?

아시마 2009-12-28 22:18   좋아요 0 | URL
서재질이야 늘 쭈욱 계속되죠. 근데 쥐색깔이 다르다는 건 뭘까요?

덕수맘 2009-12-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내년 9월에 이사할예정인데 하필이면 회사가 젤루 바쁠때 이사가기전에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조퇴도 하고 해야하는데..여튼 빨리 이사갔으면 좋겠어요...새집으로 아파트로..그럼 열심히 서재질만 할까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그래도 서재 꾸미고..덕수와 함께 편안한 맘으로 책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해요...아시마님 이사준비잘하시고요...어떡해요...짐도 많으셔서 이사하시려면 힘드시겠다...그래도 홧팅 하세요...^^

아시마 2009-12-28 22:23   좋아요 0 | URL
뭐, 이사는 나름 잘 끝났어요.
9월에 이사라면 아직 한참 남으셨는걸요. 짐이야 많건 적건 닥치면 다 하게 될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전 사무실 젤로 바쁠때 결혼했거든요. 금욜까지 근무하고 일욜에 결혼하고, 신혼여행 갔다 친정가기 전에 사무실 들러서 서류 챙겨서 관공서 들어가 브리핑 하고, 친정 갔다가 시댁 갔다가 서울 올라와서 다시 집에도 못들어 가고 바로 사무실 가서 일 보고 집에 갔었죠. ㅎㅎㅎ 그와중에 충무공은, 금요일에 신혼여행 갔다와서, 토욜 오전에 과장 승진 시험보러 회사 들어갔구요. ㅎㅎㅎㅎㅎㅎ 우리 부부 그래도 지금 잘 삽니다. 할거 다 하고. ^^
 

쳇, 두개 신청했는데 하나만 당첨시켜주더라. 치사한거 아니야? 응? 응? 해줄거면 두개 다 해주든가. 여튼 문학쪽 알라딘 5기 서평단에 당선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알라딘 들어와서 확인하고 충무공한테 전화를 해서 자랑질.  

야옹씨 : 충무공아, 내가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됐거든.
충무공 : 그게 뭔데?
야옹씨 : 그니까 그게 뭐냐면, 일주일에 책을 한두권씩 줄테니까, 물론 공짜로! 서평을 쓰라는거지.
충무공 : 일주일에 한두권? 앞으로 쭉?
야옹씨 : 아니, 한 석달 줄걸? 맞나? 넉달인가? 잘 모르겠다. 여튼. 대단하지?
충무공 : 책을 주면, 리뷰를 몇개 쓰라는 건데?
야옹씨 : 아니, 받는 책 마다 모두 써야지. 여튼 여튼, 나 대단하지? 훌륭하지? 어디가서 이런 마누라를 얻어왔냐, 진짜. 나 진짜 장하지 않냐? 난 왜 못하는 게 없지? 어우, 난 정말 왜 이렇게 뭐든 잘하니? 응?
충무공 : 그래그래. 장해. 흠... 한달에 한 7만원이네?
야옹씨 : 뭐가?
충무공 : 일주일에 한두권 준다며. 한달이면 한 8권 정도 될거고, 그럼 돈으로 환산하면 7만원 정도네.
야옹씨 : 헉. 

뭐. 우리 부부의 대화는 대충 이렇다.  

저 상황에서 돈 계산이 되고 있는 이 남자와, 내가 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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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09-12-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신청했는데 어린이를 젤로 원했는데 경영쪽으로 당첨됐어여...헤헤 책 열심히 받아서 리뷰 열심히 써야겠어요..^^*

아시마 2009-12-22 12:59   좋아요 0 | URL
우와. 경영서를 읽고 리뷰한다는 건 정말... -_- 전 경영 관련 글을 보고 있으면 하얀것은 종이요 까만것은 글씨임은 분명한데, 이것이 과연 한국어인지 외계어인지 도통 알수가 없고, 어쩐지 한국어 인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한줄도 제대로 잘 해독이 안되니 아,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 한글을 차용해 자기네 말을 표기한 그것인가보다, 오호, 뭔말인진 모르겠으나 신기할세~ @.@ 이러면서 봐요. ㅋㅋㅋ

blanca 2009-12-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더 바빠지시겠어요. 저는 님이 추천하신 꿈엔들 잊힐리야 상권 마쳤습니다.^^ 역시 박완서샘이군요. 국어사전 펼쳐 놓고 단어 찾으면서 보고 있어요. 중, 하권은 중고서점에 너무 좋은 가격으로 나와있어 주문했더니 바로 다음날 배송넣어주시네요. 자꾸 민음사랑 문학동네랑 전집에 눈에 밟혀서 죽겠어요. 서점가서 문학동네 책 보니까 넘 이쁘더라구요. 안나 카레니나 지르고 싶은데...내년까지 참아 볼라구요 ㅋㅋ

아시마 2009-12-22 15:17   좋아요 0 | URL
전요,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보고 뽐뿌 심하게 받으면 집에 사다모아놓은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을 죄다 내다팔고(!!!) 문학동네로 갈아탈수도 있는 책에 미친 인간이라, 그쪽은 아예 발길도 안줘요. 난 원래 민음사를 더 좋아했어, 나 문학동네 별로더라고, 이렇게 막 자기 암시까지 줘 가면서요. 근데 새삼, 민음사판 세계문학전집 표지는 왜이렇게 후져요? 그 하얀바탕, 볼 때마다 아 싸보여, 이러고 있어요. 흑흑흑... 나 앞으로도 쭈욱 콜렉션 할건데. 엉엉.

박완서 샘 단어들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도 많아요. 그래서 <박완서 소설어 사전>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민충환 저 던가. 딱히 강추는 아닌데 생각나시면 한번 돌아나 보세요.

덕수맘 2009-12-2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의 말씀이신것같은데요 아시마님의 리뷰를 보고 있으면 저와 다른사람같아요^^;어쩜 이렇게 글을 잼나게 쓰시는지..ㅋㅋ특히 충무공님과의 대화나 기타등등...여튼 사랑스러운 아내일듯 싶어요..저두 그래야하는데..헤헤 포기중이에요..가끔 술먹으면 살짝쿵 애교가 나올때도 있기는 하지만..참 저두 민음사 다아 사고 싶던데..ㅋㅋ우선은 한권씩 사려고..최근에 호밀밭의 파수꾼 읽었는데 제가 읽은 느낌이 비해 책 리뷰는 사람들의 강추로 되어있더라구여저는 글케 와다았지는 않았지만 잼나게 읽기는 했어요..여튼 읽고싶은 책은 너무 많은 시간이 정말 너무 없어서 가끔 우울할때도 있어요..덕수를 재우는 비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좀 힘들듯....

아시마 2009-12-28 22:13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은 저같은 경우도 아직 소화가 덜 되었다 싶어요. 난해한 소설도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걸 그리 꼬아놓은 작품도 아닌데 쉬운듯 어렵더라구요. 아마, 쉽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재미있기 때문일거예요. 확실히, 재미는 있죠. 뭔가 더 이해하고 싶은 욕망도 불끈! 하는...
별로 사랑스러운 아내 같지는 않지만, 원체가 적반하장, 아전인수, 책임전가를 삶의 3대 모토로 삼고 사는 인간이라, 떼쓰기에 도가 트여서 남들 보기엔 그게 애교로도 보이나보더군요. 하.하.하.
근데, 겸손의 말이 아니라, 전 정말로 경제 경영 이쪽으로는 백짓장에 가까운 백치예요. 워낙 제 독서가 소설이랑 에세이 쪽으로 편중되다 보니.
 
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질투라는 감정은 자기 파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호승심이 많은 사람이 질투도 많다고 하는데, 질투는 끝내 그 질투를 하는 사람과 그 질투를 받는 사람 양쪽을 다 파괴시킨다. 나 쟤 싫어, 그냥 주는 거 없이 미워, 라고 말할때 그 사람의 내면은 그 '주는 거 없이 미운 쟤'를 질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질투를 하는 사람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쟤가 미운짓을 하기 때문에 싫다고 강변한다.  

때때로, 아니 거의 대부분은 질투와 동경은 동전의 양면이다. 아름다운 외모를 동경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을 질투하고, 좋은 성적을 동경하는 고교생은 나보다 성적이 나은 사람을 질투한다. 질투는, 내가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가지게 되는 감정이니까.

그런데 이 질투라는 감정은 참 희한한데서 발현된다.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의 질투 대상은 공인된 미녀인 김태희 전지현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 501호 애 엄마가 질투의 대상이다. 성적에 집착하는 아이의 질투대상은 전교 1등하는 나일등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게 약간 높은 성적을 가진 이중간이다. 이상하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면, 고3 내내 나는 K와 Y 둘과 함께 점심, 저녁을 먹었다. Y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수재였고, 나는 중간보다 좀 위, K는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 있던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면, 저녁마다 나는 혼자 버려져야 했다. K는 늘 Y와 둘이 나가버렸다. 그 둘이 아니어도 밥 먹을 친구는 있었고, 처음엔 어리둥절 했지만 나중엔 으레 그런가보다 했는데, 내가 모의고사날 저녁마다 버려져야 했던 이유는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K의 고백을 통해.  

고등학교 시절 난 언어영역으로는 거의 전교 톱이었는데(그래, 자랑질이다.) K는 늘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단다. 언어영역만 아니면, 나를 이길 수 있는데, 단 한번도 모의고사 점수로 나를 이겨보지 못했던 K는 성적이 나온 저녁이 되면 속이 상해 Y를 끌고나갔던 것이다. 하늘에 맹세코, 난 정말 몰랐다. 학교 다니는내내,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신기할 정도로, 나는 성적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애였으니까. 그렇다고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고, 남의 성적에 관심이 없었다. 그걸로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다. 당연히 누군가를 질투해 본적도 없고, 내가 질투의 대상이 될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사실 나는 좀 감정적인 부분에선 늦되는 아이였다. 아주 많이. 

재미있는 건 K의 질투 대상이 Y가 아닌 나였다는 사실이다. 전교 1-2등의 수재였으니 Y와 나의 언어영역 성적은 비등비등했는데도 K는 Y의 언어영역 성적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않고(사실 관심도 없고, 으레 잘했겠거니.) 나의 성적에만 관심있고 나에게만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나에게도 그랬지만 K에게도 Y는 애초 경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질투를 느끼지도 않는다.  

시간을 좀 더 당겨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차저차해서 일식집 서빙을 하는 언니를 알게 된 일이 있다. 그 언니의 경쟁대상은 놀랍게도 고현정이었다. 한때 연예인을 꿈꾸던 언니가 트레이닝 비슷한 걸 받느라 요가 헬스 학원같은걸 다녔는데, 그때 그 언니 옆에 데뷔전의 고현정이 있었더란다. (뭐,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걸 굳이 내게 거짓말 할 필요가 없으니 사실이었으려니 한다.) 그런데 그 언니는 연예인의 꿈을 접고, 일식집 서빙으로 취직을 했는데 고현정은 그때 이미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끝내고 삼성가의 며느리가 되어 있었다. 그 언니는, 고현정도 삼성가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자신도 삼성가 까지는 아니어도 명문가의 며느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다. 흠. 1년여의 사귐뒤로 만난적이 없는데 그 언니는 꿈을 이뤘을까. 그 당시의 언니와 고현정은 내가 볼 땐 정말 극과 극이었는데, 그 언니에게 고현정은 자신과 동급이었다. 질투란게 뭘까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던 내 인생의 일화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잘나가는 것에대해선 그냥 그러려니 한다. 운명론을 갖다 붙이기도 하고, 전생을 갖다 대기도 하고. 그런데 한때나마 나와 동등했던 사람이 나보다 나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또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데, 아니면 그거 하나만 빼고는 나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그 하나만은 내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데 대해서는 불같은 질투를 느낀다. 내가 쟤보단 낫지, 라는 천박한 위안을 주던 대상이 내가 무척 가지고 싶으나 아직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휙하니 쟁취해버렸을 때의 박탈감은 거의 증오에 가깝다. 그래서, 질투와 동경은 동전의 양면이고, 질투와 증오는 사촌간이다.  

이 질투를 증오가 아닌 자기 발전의 연료로 삼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람이라는 게 그러기가 참 힘들다. 그럼 그냥 놓아버려도 될텐데 질투라는 감정은 기본적으로 집착과 함께 온다. 질투의 대상은 밉고 싫지만, 그 사람의 소식에는 가장 감도 높은 수신기가 작동한다. 그래서, 질투와 동경은 동전의 양면이고, 질투와 증오는 사촌간이며,  질투와 집착은 동복 형제다(사실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 <다이어트의 여왕>은 그 질투의 속성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TV리얼 쇼 <다이어트의 여왕> 참가자인 14명은 처음에 비만이라는 동일 선에 서서 함께 출발했다. 거기서 이들은, 서바이벌 게임 형식으로 참가자 한명씩을 탈락시켜 나가면서 단 한명의 다이어트의 여왕을 뽑는 과정에 참여한다.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형식 자체가 질투라는 감정이 개입하게 만든다. 나보다 나아서 질투나는 사람은 가차없이 탈락 대상이다. 프로그램 속성상, 나보다 더 살을 많이 뺀 사람은 질투의 대상이라서도 그렇지만 경쟁의 대상이라서도 탈락시켜야야 한다. 그런데, 절대 그 이유가 질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팀에 도움을 주지 않으니까, 융화에 방해가 되니까 기타 등등등의 구구절절한 이유가 붙는다. 게다가 그들은, 질투의 대상(아직까지는 불특정 다수다.)을 이기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질투란게 원래 그렇다. 내가 너를 질투한다는 사실은 제 3자 에게도 그렇지만 질투의 대상에게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질투의 대상은 처음부터 빼빼 말라 피골이 상접했던 작가 김인경이 아니라 나와 같이 뚱뚱했다가 다이어트에 성공해 날씬해진 연두다.  

다이어트에 성공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직장으로 복귀해 승승장구해 나가는 연두는, 나머지 13명이 그리 될 수도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있다. 때문에 사람들의 질투는 무섭게 작동해 곧바로 증오로 바뀐다. 연두가 근무하는 레스토랑으로 달려가 연두의 음식에 흠집을 잡은 사람은 연두를 제외한 참가자 열세명 모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에(앗, 이거 스포일러구나.)이 소설은 끝난다.  

주인공 연두를 파괴하는 건, 그 나머지 13명의 증오로 변질된 질투와 연두 내부의 질투(옛 연인의 옛 연인에 대한) 두가지다. 처음 연두의 질투는 "질투는 나의 힘" 이 되어 다이어트의 성공을 가져오지만, 질투라는 것이 본래 그쳐지지가 않는 것이라(집착과 쌍둥이라니까.) 결국은 연두를 파괴로 몰아넣는다.  

질투로 인해 망가진 연두를 구해내는 건, 그 질투와 상관없이 연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그대로의 사랑과 관심이다. 사랑과 관심만이 동경으로 시작된 질투, 질투에서 진화한 증오, 증오와 더불어 오는 집착의 고리를 끊는다. 자족한 사람은 타인을 질투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니 남이 가진것을 동경하지 않는다. 아마 연두는 자신이 질투로 인한 증오와 집착의 대상이 되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다. 상처야 되겠지만, 그것이 이미 자신의 질투를 딛고 살아남은 연두를 또다시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지금, 질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꽤나 강렬한 질투다. 이런 나를 구제하는 것도 오직 자족한 삶일텐데, 그 자족의 평화는 언제 찾아오려나. 

지금, 당신은, 누구를 질투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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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2-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시기 라는 감정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책도 찾아 보려고 했어요. 뜬금없는 질투심이 저를 뒤흔든 적이 있어서. 대체 이 감정이 어디서 왔나 싶어서. 님의 얘기처럼 아예 나와 경쟁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질투라는 감정 자체가 생기지를 않더라구요. 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닌지. 아무리 친한 친구도 내가 유독 가지고 싶었거나 잘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갑자기 성취를 이루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게 힘들더라구요. 자족의 삶. 그래서 질투가 승할 때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가장 미묘하고 해석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아시마 2009-12-16 23:33   좋아요 0 | URL
네, 인간이 가진 가장 미묘하고 해석하기 힘든 감정이고, 덧붙이자면 가장 인정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인간의 가장 추한 감정이기도 하고, 가장 폭력적인 감정인 것 같기도 해요. 수많은 일들의 바탕에 깔린 감정은 결국 이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결국은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렇듯, 외부(질투의 대상)가 발화점이 아니라 질투하는 나 의 내면의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죠. 그러니 시작도 끝도 결국은 나의 문제인데, 참 다스리기 힘든 감정이더라구요.
그래도 내가 지금 시기 질투를 하고 있구나, 라는 걸 인정하기만 해도 괜찮은데, 질투의 가장 추한 면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질투의 대상이 문제라고 말하게 되는 면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많이 그러지만, 음, 끝까지 상대방의 흠을 잡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인간이 이렇게 추한 존재구나 싶어 우울해지곤 하더라구요. 근데 뭐, 끝까지 상대방의 흠을 잡아서 상대방을 추락시키고자 하는게 또 질투란 감정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속성이라. 어렵죠.

다락방 2010-01-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이거 땡스투 누르고 저 오늘 지릅니다. 오늘은 1일. 신한카드 결재시 6프로 할인되는 날이죠. 후훗.

아시마 2010-01-03 20:50   좋아요 0 | URL
저 남편한테 알라딘 제휴카드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애걸복걸 중인데, 안만들어 주네요. 버럭!
전 괜찮게 읽었는데, 다락방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 이작가 전작 스타일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칙릿은 칙릿 나름의 맛이 또 있죠. ㅎㅎ 잼나게 읽으시길.

다락방 2010-01-03 21:50   좋아요 0 | URL
칙릿이란 장르를 좋아하진 않는데 아시마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그 미묘한 감정 질투를 읽어보고 싶어졌거든요. '린제이 로한'이 나오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 여기에서도 마지막에 그런 대사가 나오거든요. '걔가 뚱뚱해진다고 내가 더 날씬해지는 건 아니다'라는 거요. 하이틴 무비인데도 전 그걸 보면서 마치 그제야 알게되는 새로운 사실인 것 처럼 아, 그렇지! 했었어요. 어떤 소설이든 영화든 내가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하지 않은가 생각해요. 전 그렇게 뭔가 아주 작더라도 메세지를 던져주는 걸 꽤 좋아한답니다. 다 읽고 나면 저는 어땠는지 말씀드릴게요.(물론 -아시겠지만-오자마자 그 책 먼저 읽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Anne - 전10권 세트 - 개정판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분이 가라앉을때,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나는 이 책을 읽는다. 중간 아무데나 쓱 뽑아서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고 있으면 어느새 가라앉았던 기분은 둥실 떠오르고 시끄러웠던 머리속은 말갛게 갠다. 이건 정말 어메이징한 마법이다. 어느 서양의 소설간지 문학평론간지가 앤 셜리를 두고 서양 문학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라고 평했다는데, 그 말에 적극 동감이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그리고 이 소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앤을 아동문학으로 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린게이블즈의 앤 이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앤이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매튜 아저씨가 죽는 것으로 앤의 이야기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 뒤 앤은 자신이 다닌 애번리의 초등학교 교사직을 맡고 있다가 레드먼드 대학으로 진학하고, 중학교 교장이 되었다가 길버트(장난꾸러기 길버트는 의사가 된다.)와 결혼해 무려 일곱명(첫째 아이는 낳은 날 죽어서 실제로는 여섯명의 아이를 기른다. 딸, 아들, 아들, 딸딸(무려 쌍둥이!), 아들, 딸)의 아이를 낳고 그린게이블즈를 떠나 해변가 꿈의 집을 거쳐 잉글사이드라는 완벽한 가정을 이룩해낸다. 늙어서까지 앤은 사랑스럽고, 앤의 아이들 또한 사랑스럽다. 

이 소설에는, 꼬인 인물이 없다. 수다스러운 참견쟁이 레이철 린드부인까지도, 밉지가 않다. 유일한 악역은 조시 파이인데, 글쎄, 그 비중이 너무 약하다보니 매콤한 양념을 얹은듯 재미를 배가시킬 뿐, 나중엔 그 조시까지도 사랑스러워진다. 애번리 시절의 다이애너, 제인, 루비 등등의 여자친구들과의 우정도 아름답고, 레드먼드 대학 시절의 친구들과의 우정도, 보고 있으면, 아 정말 이런 친구 있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소설은 그렇게까지 행복한 내용만으로 점철되어 있지는 않다. 일단 앤의 생장배경 자체가 사실은 대단히 비참하다. 조실부모하고 아주 어린나이에 남의 집(게다가 한집에 내내 있지도 못하고 두집을 떠돌다 고아원으로 되돌아 가기까지) 애보개로 말그대로 개고생 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첫 아이는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고, 소설의 마지막권은 제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아들 셋을 다 군인으로 출정시키고 한 아들은 죽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행복이 마구마구 넘쳐난다.  

앤은, 아마 그것때문에 사랑스러워지는 것이겠지만, 세상을 밝게보고 밝게 살려 노력한다. 실제로 그녀는 운이 좋았고(물론 그린 게이블즈로 간 뒤부터 말이다.), 머리도 그만큼 좋았다. 게다가 좋은 사람 곁엔 좋은 사람들만 모이는 건지, 앤이 모든 사람의 좋은 면을 뽑아내는 건지, 앤의 주변 인물들도 앤 만큼이나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리고,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반의 캐나다 시골지방의 풍경과 풍속 묘사는 얼마나 세밀한지. 사람들의 재치넘치는 입담은 제인 오스틴 뺨친다.  

장담하건대, 이 책은 당신을 정말정말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겁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가면 앤 박물관이 있단다.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다.  

ps. 어쩔수 없어서 이걸 샀지만, 사실 김유경의 번역은 별로고, 책도 별로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표지 디자인은 촌스럽고, 간간히 들어가있는 삽화는, 음, 짜증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그럼에도 현재 살수있는 유일한 앤 전권이다. ㅠ.ㅠ 아. 좌절. 시공사에서 레드먼드의 앤까지 번역해 냈는데 그 뒤를 번역해서 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이 소설을 왜 출간을 안하느냐고. 구할수 있다면 청화 판의 8권짜리 빨간머리 앤을 추천. 

ps2. 대교북스캔에서 몽고메리의 한권짜리 장편 두권과 단편집 한권을 출간했다. 그 책들 중에선 블루 캐슬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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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12-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헌책방에서 산 1987년판 삼오문화사 박혜정 번역본을 갖고 있습니다.아직 다는 안 읽었구요...마치 명랑순정만화가 선하게 떠오르는 듯한 느낌...

아시마 2009-12-19 00:21   좋아요 0 | URL
삼오문화사판은 처음 들어요. 어떤 번역인지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앤을 찾아 헌책방 순례를 하는 꿈을 가지고 있죠. ^^

노이에자이트 2009-12-19 10:21   좋아요 0 | URL
10권 짜리 완역본이에요.
 
혼불 세트 - 전10권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김이경의 소설 <순례자의 책>에 보면 저승에 가서 책을 저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단다. (아직 주문해 놓고 받진 못했다.) 그 구절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죽어 저승에 간다면, 나는 최명희 선생님을 꼭 만나고 싶다. 선생님은 아마, 저승에서도 혼불을 쓰고 계실거다. 아, 저승에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혼불을 읽고 있을 거 아닌가. 보르헤스가 그랬다던가, 천국은 아마 도서관의 풍경과 닮아 있을 거라고.(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내가 상상하는 천국도 그렇다.

이 소설 혼불은, 미완의 소설이다. 98년 암으로 세상을 뜨신 선생님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도 혼불의 6-7부를 구상하고 계셨다고 하니. 실제로 이야기는 막 시작하려다 끝이 나버린다. 강모는 아직 뜻을 펼치지도 못했고, 강실이의 운명은 오리무중이고, 효원이는 아직, 종부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가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혼불은 본래, 효원이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할 것이었단다. 서희가 최참판댁을 재건하는 것처럼.) 

이 소설, 혼불은 내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와 전혀 다르면서도 닮은 꼴이다. 

박경리 선생님이 처음 토지를 구상하실때 본래 생각했던 지역은 전라도였단다. 경상도는 산이 많고 평야가 협소하여 만석꾼이 나올수가 없는 곳이라 만석꾼 최참판댁을 건설하기가 힘들었던 것. 그러나 경남 통영-진주 태생인 박경리 선생님은 전라도 사투리에 자신이 없어 막상 전라도를 선택하기도 망설이고 있던 차에, 당시 불교 미술을 공부하던 딸과 함께 여기저기 다니다 하동 평사리를 보고는 그곳을 토지의 배경으로 삼고 집필에 들어간다. 실제로,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를 쓰는 내내 평사리에 내려간 적은 없단다. 하긴, 만주 용정땅의 서희를 그린 2부를 집필하던 시기엔 한국과 중국이 수교국이 아니라 용정 땅을 가 볼수도 없었다. 박경리 선생님은 그 땅의 지도 한장을 벽에 갖다 놓고 소설을 썼다는데 훗날 수교후 가 본 실제 용정땅은 박경리 선생님이 묘사한 것과 거의 흡사해(실제로 하동촌도 있단다)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소설가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다.  

박경리 선생님이 하동 평사리를 선택해 경상도를 묘사해 낼 때, 최명희는 전라북도 남원을 선택해 전라도를 묘사해 낸다. 전라도의 음식과 전라도의 풍속과 전라도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최명희의 붓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효원과 강모의 혼례식때 효원의 대례복 입는 장면의 묘사는 박완서 선생님의 <미망>에서 태임이의 송도 혼례식 특유의 큰머리(화환) 장식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한국 문학의 백미라 할만하다. 전라도 특유의 내방가사가 그대로 살아나오기도 하고, 신분제도와 관혼상제의 풍속에 관한 묘사, 집안 내부 묘사나 바느질에 관한 묘사 등등은 섬세함의 극치를 달린다. 

물론 이 아름다운 소설도 단점은 있다. 지나치게 자료조사와 고증에 빠진 나머지 일정부분 남원 사지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고, 소설이 이제 막 전개될 즈음에서 작가가 사망한 탓에 주인공 강모의 성격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면도 있다. 강실의 운명은 너무 가파르게 하향곡선을 타기만 해서 안타깝게 만드는데, 이 역시 작가의 죽음으로 구제받지 못하고 저 구렁텅이에 빠진채 끝이난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정말이지, 

저승에 가서라도 그 뒷이야기를 읽고 싶어진다. 효원은 아마, 서희 못지 않은 대찬 여인이 되었을텐데.  

토지 집필기간 26년, 혼불 집필기간 17년, 배경으로 하는 시대는 비슷한 구한말부터 일제시대이고, 여인 중심의 이야기 구조도 동일하다. 최명희가 살아 있었다면, 우리는 토지에 버금가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얻었을텐데 안타깝다는 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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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2-1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아시마님 저 지금 소름끼치는 것 알아요? 저 이거 읽어 볼라구 밤새 검색에 검색했던 기억이...그런데 참 정보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대하 소설은 애까지 데리고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조정래의 '태백산맥' 읽고 이 책은 안읽기로 했었는데. 박완서 샘 '미망'은 어땠어요? 그것도 읽어 보려고 하다 말았는데. 이런 류 너무 좋아요. '혼불'은 지루하다는 의견이 좀 있더라구요. 시도해도 후회하지 않을까요? 저 아시마님 따라하려고 ㅋㅋㅋ 아홉시 취침 딸 여덟시로 당겨 보려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아시마님처럼 능률이 안오르네요.

아시마 2009-12-14 23:56   좋아요 0 | URL
읽기가 쉬운 글은 아니예요. 그렇지만 굉장한 미문이예요. 작가가 정말 공들여 썼다는 느낌이 역력한 글이죠. 그야말로 피를 찍어 글을 쓴다는 게 이런거구나 느껴지는 그런 글. 김훈을 좋아하신다면 아마 이 글도 좋아하실텐데, 그래도 서사가 약하다기보다는 너무 방대하게 뻗어나가구요, 인물들이 좀 난해해요. 하나같이 다들 좀 꼬여있죠. 토지에 평사리의 농부들이 있다면 혼불엔 거멍굴의 천민들이 있는데 그 인물들이 평사리의 농부들과는 달리 좀 다들 음험하게 꼬여있어서 쉽게 읽히지가 않아요. 음침하죠. 게다가 자료 고증에 너무 집착했다 싶은 부분도 있어서 남원의 역사가 나오는 부분은 지루해요.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죠. 그렇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정말 굉장한 소설이예요. 저 10권 마지막 읽고 막 막 소리질렀잖아요. 기다려도 이 뒷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좌절스러웠는지. 오죽하면 저승가서라도 읽고 싶은 글이라고 할까요.

아시마 2009-12-14 23:43   좋아요 0 | URL
박완서 샘 미망은, 후훗. 굳이 표현하자면,
경상도에 토지, 전라도에 혼불, 황해도에 미망 이라고 하면 될까요?
셋다 배경이 되는 시대도 같고, 여자가 가문을 계승한다는 그 기둥도 비슷하구요.
정말 박완서 스러워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전 문학사상사판 <미망>으로 읽었는데 요즘은 세계사 박완서 전집내에 <차마 잊힐리야>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죠. 개성 송도 이쪽 사투리를 보는 재미에, 그쪽 생활상 보는 재미 정말 대단하죠. 정말정말정말 딱 박완서예요. 꼭꼭 보세요. 박완서 샘은 보증수표라니까요.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2009-12-15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시마 2009-12-15 23:24   좋아요 0 | URL
혼불도 물론 강추지만 읽기 쉬운건 미망이예요. 분량도 그렇고 스타일도.
예전에 드라마 한건, 홍리나가 머릿방 아씨, 채시라가 태임이, 김상중이 종상이로 나왔는데 사실 소설 본래 내용을 너무 많이 각색해서 별로구요, 또 미망은 서사 그 자체보다 세밀한 풍속 묘사가 더 매력적인 작품이라 꼭 책으로 읽으시라고 강추드리고 싶어요. 채시라가 연기를 잘하지만, 미망의 태임이를 제대로 살리진 못하지 않았나 생각하거든요.
이번 주 내내 서울은 영하일거라네요. 님도 건강조심하세요.
혼불 문학관은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해요. ^^

갓난눈 2009-12-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크게 공감헙니다. 빠르고 즉물적인 것만 추구허는 세태를 중화시키는 최고의 길은 '문학'입니다. 가장 천천히 읽어야만 했던 우리문학이었고 그만큼 깊게 천착헐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강실이 갓난눈이 넘 예뻐서 제 별칭을 갓난눈으로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