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보니, 모든 게 참으로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다시보기'라는 부제는 명료하게 책의 얼개를 표현하고 있고, '일상 예찬'이라는 제목은 한 음절음절이 책의 내용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표지에 등장한 그림도 글쓴이의 의도와 바람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초반부에 약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글의 내용은 뒤로 갈수록 단단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토도로프 선생이 하고 싶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넘쳐나는데, 그 문장들에 어찌나 애정이 담뿍 담겼는지 재밌기까지 하다. 결론은 그거다. 일상 예찬. 17세기 네덜란드의 장르화들은 일상을 가감없이 모사한 사실주의가 아니며, 일상을 테마로 하여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찾으려한 미학주의도 아니었다는 점. 화가가 의식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떠나서, 일상 생활이 갖는 아름다움을 비로소 아름다움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하여 고단한 우리의 일상에도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한숨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
그런 면에서 그가 설명하는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한 부분은 매우 적절했다. 절묘한 빛과 어두움의 조화, 매끄러운 동작들을 보면서도 왠지 모르게 멈칫하게 됐던 이유를 정확히 알겠다.
테마적 중심과 회화적 중심 간의 미묘한 불일치를 통해서 긴장감을 느끼게 했던 테르보르흐, 안과 밖의 상호침투를 통해 많은 걸 상상하게 해준 호흐, 자신감 넘치는 여류작가 레이스테르 등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뒤에 붙은 여행자를 위한 나라별, 박물관별 그림 목록을 보니, 역시 여행을 또 가야겠다는 생각도 빠지질 않았다. 아, 네덜란드에 꼭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