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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1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남아 있는 책 분량을 확인한다. 여기서 이렇게 끝날 순 없어, 뭔가 더 남아 있을 거야, 아직 풀리지 않은 뭔가가 있어, 좀더 놀라야 할지도 모르겠군...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꽁수이다. 스릴러 소설일 경우에는 더욱 유효한 방법이기도 하고. 남아있는 분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눈으로 가늠하며 무언가를 의심하고, 무언가를 기다린다. 온전히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는 머리 한 구석에서 장르적인 장치들을 끊임없이 더듬으며 읽는 것, 이젠 버릇이 톡톡히 들어버려 이야기에 몰입도를 떨어뜨릴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이 장르소설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작가와의 밀고당기기, 이야기 이상의 공식을 찾아내려는 탐색전.
이런 이유에서 장르소설을 즐기고 있는 거라면, 이번 경우는 단연 할런 코벤의 압승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잭 로슨이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자상한 아이들의 아빠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그들의 만남이 순도 100%의 사랑이기를, 모두를 옭아매고 있는 과거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기를, 바랬다. 끊임없이 아슬아슬하고, 끊임없이 조마조마하며, 끊임없이 허를 찔리면서도 언젠가 끝이 오면 그들 모두 안전해지기를 바랬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고,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그 도망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조용했던 어느 날 칼 베스파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쩜 그 누구보다 과거를 잊고 싶었을 남자. 그 누구보다 구원을 바랬을 남자, 이 남자의 오랜만의 전화가 내내 가슴에 걸렸다. 사건의 시작은 한 낡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지만, 오히려 나는 칼 베스파의 전화가 훨씬 더 신경이 쓰였다. 그는 도망치고 싶어할수록 더욱더 과거로 함몰되고 마는, 모두가 있고 싶었던 과거 그 자체였으니까.
허덕이며 남편을 찾아나서는 동안, 정말 남편을 찾는 것이 목적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진실을 알고 싶어한 마음이 어느새 그레이스를 이끌었던 건 아닐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로서는 진실이 당연히 중요했다. 그는 누구일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레이스는 모든 걸 깨달아 버렸다. 세상엔 진실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았다고. 그래, 그게 맞아. 진실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 법이지. 우리가 지금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