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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플래츠
윌리엄 랜데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참 끈질기게도 봤다. 스릴러라고 불릴 만큼 속도감이 있거나 깜짝깜짝 놀래키는 맛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뭔가 뒷머리를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잊을래야 쉬이 잊혀지지 않는 잔상이 끈질기게 내 손을 붙들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그 아쉬운 잔상은 계속 눈 앞에서 아른거렸고, 결국은 가슴 한구석이 슬프도록 무거워졌다. 아. 벤 트루먼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역자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미션 플래츠>는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이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며, 살인에 관한 이야기라고. 그렇다. 미션 플래츠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건 죄의식이며, 동료애 혹은 가족애라고도 불릴 끈끈한 감정이며, 그런 감정들이 총구를 통해 상대방의 가슴에 불을 내뿜을 수 밖에 없게 한다. 손에 피를 묻힌 채 살아간 사람들의 마을. 미션플래츠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 유령의 도시에 발을 디딘 벤 트루먼 역시 그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질 수 밖에 없다. 벤 트루먼이 미션플래츠에 온 순간, 미래는 사라지는 것이다. 그의 앞엔 과거만이 있을 뿐.
우리들 모두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역사학도였던 벤 트루먼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무거운 과거에 한 쪽 발을 푹 담굴 수 밖에 없는 이유. 그 이유를 알고 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 길밖에 없었어요." 벤 트루먼의 울부짖음은 미션 플래츠 모든 사람들의 울부짖음이다. 이 길뿐이었다고.
슬프다.
"기튼스가 옳다고 해도, 브랙스턴이 검사를 죽인 살인범이라 해도, 눈에는 눈으로 응징해야 한다 해도,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단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로버트 댄지거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 해도, 나는 기튼스가 그를 죽이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그와 한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 사정은 이미 충분히 암담했다."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