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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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우리들의 생활은 너무도 활기가 없어 늘 주위에 압도되고 만다. 물론 우리도 인간이니까 일상이 있고 다투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웃고 법석을 떨기도 하지만, 이 결혼 생활에는 처음부터 어떤 고요함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오그라들 듯한 적막함과, 저녁나절의 조용함, 높은 가을 하늘, 혼자서 걷는 밤길을 좋아했다. 그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그와 결혼한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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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내 짝꿍과 결혼한 이유도 그것이다. -93쪽

나는 젊은 사람과도 몇 번 사귄 적이 있지만 그 활기를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 내 관심은 유리창에 비친 어둠과 날아가는 새가 하늘에 녹아드는 모습과 나방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바람을 견디는 모습에 옮아가고 말았다. 처음에도 그런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던 사람들도 끝내는 "당신과 있으며 쓸쓸하고 따분해져."라면서, 또는 말하지는 않아도 말하고 싶어 하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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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젊은 사람과 사귄 적이 몇 번 없지만, 그리고 지금의 신랑이 그렇게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니지만, 직장 동료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이런 느낌을 갖게 된다.
그들은 따분해하고 쓸쓸해 하다가 떠나가고, 나는 그들이 너무 번잡스럽고 활기가 넘쳐 따라가기 버겁다.-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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