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때문에 읽게 된 소설이다. <거짓말이다>로 직격탄을 날리는 김탁환의 글을 아직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다른 글부터 돌아가기로 했다. 혀를 내두를만한 집필 내공을 가진 작가인데도 아직 한권도 읽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고. 제목만으로도 백탑파라 불리던 조선 후기 북학파의 이야기임은 뻔히 알 수 있고, 머리속에 박지원이며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까지 어떤 면면으로 그려질지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이 소설이 나온지 이미 십년이 훌쩍 넘어서, 작가가 쓰려고 했다는 참여정부 시절의 정치적 메시지는 거의 읽어내지 못했지만 여러 등장인물들의 포지션만은 적당하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러나 역시 김탁환은 김탁환이다. 호기롭고 부푼 마음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북학파들의 모습만큼이나 그들의 지나치게 곧은 충정을 걱정하는 노련한 정치적 식견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된 줄기를 제쳐놓고라도 충분히 의미있고 즐거운 독서였다. `소설로 쓰는 소설사`라는 작가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매력적인 경험이었고, 소설의 존재가치에 대한 작가의 열띤 주장은 자못 소설에 대한 애정고백인 듯하여 살짝 볼이 발그레해지기도 했다. 이런 소설가가 있다는 것, 참으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