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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이야기는 추악한 아동 포르노가 되고, 그 상처를 잊지 못한 아름다운 소녀는 평생을 악몽과 불안의 나날로 고통스러워 한다. 중년이 된 그녀는 여배우가 되어 야심차게 영화를 준비한다. 영화는 여자의 과거와 점점 다다가면서 내용이 점차 변하고, 고통에 찬 민중 봉기를 이끄는 어머니 역에 점차 동화되어 간다. 전쟁과 성폭력의 고통을 경험한 소녀는 고통받고 유린당하는 민중의 삶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내어 관중들과 함께 진혼의 넋두리를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임을 알게 된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 소설가인 주인공과 영화제작자인 고모리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로 다시 살아나는 그녀의 모습을 힘껏 돕는다. 무대에 오르는 그녀의 모습을 남자들은 끝내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녀의 연극이 그녀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사소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나에겐, 읽기 쉽지 않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수필인지부터가 헷갈리고, 작가의 가족 및 신변에 대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아니, 이걸 왜,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계속 읽은 이유는, 사쿠라 라는 여자가 무대에 올릴 연극을 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낭낭한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그녀의 `넋두리`와 함께 부르짖으며 합창하는 관객들, 그리고 숲을 메워버릴 듯한 음악 소리, 그리고 쏟아지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