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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평점 :
오랫만에 읽어도 금새 본래의 감각을 찾을 수 있는 고전부 시리즈.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라는 제목보다 소제목이었던 `Why didn`t the ask EBA?`가 더 신경쓰였었는데, 역시 무지하게 머리를 굴린 이야기였어. 밀실이니, 제2밀실이니, 서술트릭이니, 영화적 구성이니 하며 온갖 장치들을 생각해봐야... 앤서니 버클리 콕스니, 아비코 다케마루니, 애거사 크리스티니 하물며 홈즈까지 죄다 끌어다가 요네자와 호노부는 고생고생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미안하다. 나는 그런 거 아무 상관없다. 물론, 감흥은 있다. 가끔 감동스러울 때도 있다. 이렇게까지 장르적 재미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마치 조그마한 큐브를 착착착착 하고 굴리는 유연한 손놀림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본편을 읽는 것만큼이나 해설을 읽는 재미가 있다.
내가 고전부 시리즈를 즐겁게 읽는 이유는 낭비를 싫어하는 효율적인 인생관의 오레키 호타로를 보는 재미,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한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의 재미. 툭툭 내뱉지만 뼈가 잔뜩 들어간 호기어린 대화들. 요네자와 호노부, 당신은 온갖 장르적 실험들을 계속 하시라. 나는 이런들 저런들 당신 글을 읽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