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동물이다. 동물을 키워본 경험도 없고, 키워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다. 인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도 그리 살갑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인간에 대한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넓은 의미의 휴머니즘 같은 거. 딱 그 수준으로 동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동물과의 교감은 인간과의 교감 만큼이나 데면데면하다. 마찬가지로 동물 학대를 대할 때의 감정도 인간에 대한 감정일 때와 공평한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의외로 눈감고 넘겨버리려 했던 사실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동물을 자녀와 함께 기르려고 했던 부모들의 심정 같은 건 상상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함께 성장하고 시간을 보낸 가족들이 구성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로즈메리가 언니 펀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나도 그녀를 기억할 순 없지만. 팔을 뒤덮은 털의 감촉이라던가, 손가락을 깨물던 이빨이라던가.... 아.. 나는 펀을 그냥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언니이자 동생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나는 결코 할 수 없을 용기있는 공생을 했다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그들이 경이롭다. 존경스럽다. 마지막까지 그들의 모든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