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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평점 :
단편소설을 잘 읽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 단편집은 꽤나 고역이었다. 숙제처럼 읽었달까. 내용의 문제라기 보다는 문체의 문제라고 하는게 맞을 듯 하다. 무엇을 해도 안정감이 없이 달그락 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쳐다보면 엄청나게 무심한 얼굴. 쫙 내리깐 듯한 눈으로 툭툭 내뱉는 말들이 하나같이 서늘하고 무섭다.
아이들의 사악함, 선의를 가장한 중산층의 위선, 아니, 악의를 선의라고 믿고 있는 뻔뻔함, 익숙한 거리가 괴물로 변하는 듯한 공포. 그리고 허위의식
힘들게 읽은 단편들은 마지막 <제비뽑기>에 와서 긴 숨을 토해내었는데, 역시 표제작이다 싶을만큼 압권이었다. 손에 쥔 돌멩이의 질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마지막 해설을 다 읽고 나서 아, 하고 납득한 부분도 많았는데. 뭐라뭐라 해도 이런 단편들로만 꽉 채워진 단편집 읽기는 쉽지 않다. 소화불량.
해설에는 셜리 잭슨의 삶이 짧게 언급되어 있는데, 임신해서도, 갓난 아이를 품에 안고도,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도 이런 이야기들만 떠올리고 끊임없이 써대는 작가의 삶이라니. 아, 상상할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