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클럽의 책들은 종이가 가볍고 글씨가 큼직큼직해서 (지나치게 큰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가끔은 그림책을 보는 듯 슬렁 책장이 넘어가는 감이 있다.
정말로 자간이 크고 줄간격도 넓고 글자도 큰 것일까 하고 눈을 비비고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을 정도다.
책 앞머리에 이 종이가 국내 기술로 개발된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최신 종이라는 설명이 있던데, 이게 최신 종이라는 것의 힘인가 하고 문득문득 놀랄 때도 있다.
요컨대, 가독성은 무진장 좋다는 얘기다.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참 희안한 일이지. 나한테만 그런걸까.
왜 이 책들은 이다지도 술술 읽힌단 말인가.
초등학교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책 내용이랑은 아무 상관은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여하튼 그런 이 시리즈의 특성에다가, 왠지 내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본소설의 독특한 문체까지 합쳐져서,
이 책 책장 넘기기가 무서울 정도로 넘어가고 있다.
안돼, 이건 너무 빨라, 이러면 내용 정리가 안될꺼야 하고 스스로 제동을 걸어,
어젯밤에도 반 정도 읽고 덮어버렸다.
이렇게 정신없이 끌려가면 안되지, 암, 안되고말고. 하면서.

이제 반 정도 읽었지만, 책의 시작은 참 좋았다.
침착하니, 너무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정중한 목소리였다.
다카노 가즈아키 라는 작가는 생소한 이름인데, 기대 이상이다.
모쪼록 이 작가만의 뚜렷한 색깔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즈음엔 더욱 확실해 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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