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시간이 가장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이라고 느끼며 사는 나는,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거나, 바뀌지 않았어도 불꽃같은 순간의 경험을 하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떤 책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의 눈에 번쩍하고 섬광이 비쳤던 것, 그게 중요할 뿐이다.
조용조용 한줄한줄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이 내게도
모두 번뜩이는 찬란한 순간이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발자크를 처음 만난 그 둘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게다가 첩첩산중 까마득한 시골에서 재교육을 받고 있는 문화혁명기의 중국 젊은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발자크의 이름 만으로도 황홀함에 어질어질했을 그 시절,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는 사랑을 위해 절벽 가 외진 산길을 수없이 드나들고,
또 다른 독서의 기회를 위해 이가 득실거리는 더러운 노인과 조약돌을 안주 삼아 술잔을 나눈다.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청춘을 걸고, 그들의 독서를 위해. 그리고 그 사랑을 위해.
우와,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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