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뒤에는 책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삶이 몇줄의 문장으로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윤동주의 삶도 그러했다. 북간도에서 태어나 용정의 은진중학교를 다녔고, 사촌 몽규와 함께 경성으로 와 연희 전문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일제의 전시체제가 강화되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그곳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몽규와 나란히 후쿠오카 감옥에 수감되었다. 옥중에서 생체실험을 당하다 해방을 눈앞에 둔 겨울, 사망했다.
이 짧은 문장으로 윤동주를 기억했던 나는,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학교에서 교과서 달달 외우듯 역사를 공부했던 버릇을 아직 못버린 까닭이다. 
그러나 그 몇개의 문장으로 한 사람의 삶을 어찌 정리할 수 있을까. 하물며 광기와 야만의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조선에서 가슴에 시를 품었던 청년의 삶이라니. 

안소영 작가는 모순된 현실에서 주저하고 힘들어하지만 심지굳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청년들의 서늘한 정서를 잘 그려낸다. 가득한 열망과 뜨거운 의지를 표현할 때보다 느린 호흡으로  자신의 북극성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래서 몽규보다는 동주가 그녀의 주인공으로 더 어울린다. 익히 듣고 외웠던 한 줄의 시를 안소영 작가의 묘사와 함께 읽는 일도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의 어이없고 원통한 죽음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스러져간 이름없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해보면 한동안 말을 잇기 어렵다. 

책 뒤에 붙은 인물 소개를 읽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령 `다수의 친일 평론을 발표하고 전쟁 지원을 위한 강연단에 적극 참여했다. 해방 뒤에는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었고 국제 펜클럽 한국 위원장을 지냈다. ` 같은 문장들을 읽으면, 앞뒤 흐름이 지나치게 생경하여 툭 하고 멈추었다가 무심한 듯 이어지는 그 문장들 간의 세월이 원통스럽고 슬플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